‘양자컴퓨터’ 구미가 부품 만든다…경북, IonQ 손잡고 글로벌 공급망 진입 승부수

‘양자컴퓨터’ 구미가 부품 만든다…경북, IonQ 손잡고 글로벌 공급망 진입 승부수

경북·구미·IonQ·SDT 4자 협약…테스트·패키징·조립에 지역 제조기업 참여 모색
메릴랜드주와 연구·인재·투자까지 협력 확대…로봇 이어 ‘4대 파운드리’ 두 번째 퍼즐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세계가 양자컴퓨터의 성능을 놓고 경쟁하는 사이 경북은 조금 다른 곳을 겨냥하고 있다.

양자기술 그 자체뿐 아니라 그 기술을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내는 ‘제조 공급망’에 경북 기업을 집어넣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현지에서 메릴랜드주와 양자산업 분야 전략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식이 열리고 있다 [사진=경북도]

반도체와 전자부품, 첨단소재 등 구미를 중심으로 축적된 제조기술을 양자부품의 테스트·패키징·조립으로 확장해 글로벌 양자산업에서 지역기업의 새로운 일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경북도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구미시, 글로벌 양자컴퓨팅 기업 IonQ, SDT와 양자기술 및 공급망 협력을 위한 4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메릴랜드주와도 양자산업 분야 전략적 협력을 위한 별도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력의 첫 번째 축은 ‘기업’이다.

경북도와 구미시, IonQ, SDT는 IonQ의 양자기술·사업 역량과 경북·구미의 제조기반을 결합해 양자부품 테스트와 패키징, 조립 등에서 협력 가능성을 찾기로 했다.

특히 경북도가 주목하는 것은 기존 지역기업의 기술이다.

반도체와 전자부품, 첨단소재 분야에서 쌓아온 정밀 제조기술을 활용할 경우 지역기업들이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양자산업이라는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IonQ와 SDT는 지역기업·대학과 협력과제를 발굴하고 경북도와 구미시는 기회발전특구, 산업 인프라와 기업지원 제도를 연계해 기업 참여를 지원할 계획이다.

대학·연구기관까지 연결해 기술협력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는 구조도 만든다는 구상이다.

니콜로 데 마시 IonQ CEO는 “양자 기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연구실 수준의 과학을 넘어 제조 역량이 필수적”이라며 “이번 파트너십을 발판 삼아 양자 컴퓨팅의 실질적 경제 가치 창출과 생태계 확장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윤지원 SDT 대표도 “IonQ의 세계적인 양자기술과 SDT의 정밀 제조 역량을 결합해 경북도, 구미시와 함께 양산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정성현 구미시 부시장은 “구미의 우수한 전자·반도체 인프라로 테스트·패키징 등 양자 공급망의 핵심 거점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경북은 기업 간 협력에서 한발 더 나아가 미국 메릴랜드주와도 손을 잡았다.

목표는 ‘메릴랜드의 연구개발 역량+경북의 제조역량’이다.

기업뿐 아니라 양 지역 대학과 연구기관, 공급망 기업을 연결해 연구개발과 인재양성, 생산, 사업화를 잇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양측은 양자산업과 공급망을 비롯해 연구·교육 및 인재교류, 퀀텀 AI, 투자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고 실무협의 창구를 통해 우선 추진 가능한 사업부터 구체화하기로 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메릴랜드주는 ‘Capital of Quantum’ 프로젝트를 통해 향후 5년 동안 10억달러 이상의 공공·민간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와 아루나 밀러 메릴랜드주 부지사는 이날 엔지니어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양 지역이 양자산업 분야에서 함께 성장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경북도는 전했다.

경북도는 메릴랜드주 칼리지파크에서 열린 ‘Quantum World Congress(QWC) 2026’에도 참가했다.

Microsoft와 IBM, IonQ 등 글로벌 기업의 전시 현장을 찾아 양자컴퓨팅·통신·센싱 기술과 시장 동향을 살피고 기업 관계자들과 공급망 변화와 지역기업 참여 가능성을 논의했다.

이번 미국 행보는 양금희 부지사가 추진하는 ‘미래산업 4대 파운드리’ 구상과도 맞물려 있다.

경북도는 지난 9일 포항시·뉴로메카와 로봇파운드리 구축 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이번에는 구미를 중심으로 양자 분야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

4대 파운드리는 포항의 로봇, 구미의 반도체·양자, 안동의 의약품 등을 축으로 첨단산업의 제조·생산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기업을 유치한 뒤 지원하는 기존 방식에서 더 나아가 지방정부가 기업과 생산기반 구축에 참여하고 정책금융 등을 연결하는 공동투자 모델을 지향한다.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구미시, 글로벌 양자컴퓨팅 기업 IonQ, SDT와 양자기술 및 공급망 협력을 위한 4자 업무협약이 열리고 있다 [사진=경북도]

양금희 부지사는 “양자기술의 산업화를 위해 제조 기반과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필수적인 만큼 글로벌 양자기업인 IonQ와의 이번 협약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메릴랜드의 우수한 연구·기술 역량과 경북의 제조역량을 결합해 지역기업의 글로벌 양자산업 진출을 지원하겠다”며 “실행 가능한 후속 과제부터 추진해 협약을 실제 사업과 투자로 연결하고 그 성과가 지역기업의 일감과 청년 일자리로 이어지도록 끝까지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협약은 출발선이다. 아직 구체적인 투자 규모나 생산시설, 참여 지역기업과 공급 물량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다.

결국 경북의 양자산업 전략을 평가할 진짜 숫자는 MOU의 개수가 아니다. 구미 기업 몇 곳이 글로벌 양자 공급망에 들어가는지, 실제 수주와 투자액은 얼마인지, 지역에서 몇 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지는지가 성적표가 된다.

세계 최첨단 기술인 ‘양자’를 구미의 제조업과 연결하려는 경북의 실험이 이제 그 첫 시험대에 올랐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