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공연 암표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갈수록 거래량이 많아지면서 다양화되고, 복잡해지고 있다. 지난 3월 광화문에서 열린 BTS의 컴백 공연 티켓을 포함해 지난 3년간 공연 티켓 2600장을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를 이용해 구매한 뒤 되팔아 4억4000만원이 넘는 이득을 취한 30대가 지난 8월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또 지난 20일에는 경기북부경찰청이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이용해 콘서트 입장권을 대량으로 선점한 뒤 8년간 24억원 어치를 재판매한 전문 암표상을 구속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과거나 지금이나 한정된 좌석을 선점해 가격차를 수익화하는 구조는 같지만, 거래방식은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회장 고기호, 이하 ‘음공협’)에 따르면, 과거 암표거래가 공연장 중심의 현장 거래였다면 현재는 온라인 중심으로 거래 경로가 다변화되고 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중고거래, 리셀 플랫폼, SNS∙오픈채팅 등을 활용하고, DM, 비공개계정 등 개인간 거래가 증가하며, 가격 변형과 끼워팔기 등 거래 방식도 다양화한다. 해외플랫폼 등으로 거래 범위가 확장된다. 따라서 과거는 현장의 판매자를 적발하는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플랫폼, 계정, 거래내역 등 온라인 거래 흐름을 함께 추적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공연법을 개정해 부정구매와 부정판매를 명확하게 금지하고, 특히 부정판매에 대해서는 최대 50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으며, 부정판매로 얻은 이익을 몰수·추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다.
지난 8월 28일부터 발효된 개정 공연법은 아직 시행된 지 3주 정도밖에 되지 않아 효력면에서 유의미한 데이터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K-팝 한류의 선진화와 공정한 공연문화를 만들어가는 데 있어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음공협은 그동안 공연 현장 모니터링과 오프라인 암표근절 캠페인 등을 실시하는 한편 온라인 현장에서 새로운 수법을 포착하는 ‘발견’에서 플랫폼·계정·공연·가격 지속 모니터링의 ‘축적’, 반복·대량·우회 패턴 전문인력을 확인하는 ‘검증’, 정부와 플랫폼 수사기관에 확인 가능한 정보를 공유하는 ‘연결’ 과정을 통해 티켓 불법거래를 차단해왔다. 지난 17일에는 CKL기업지원센터에서 ‘달라진 공연법, 주요변화와 향후 과제’ 포럼을 개최했다.
여기서 황승흠 국민대 법과대학 교수는 ‘공연법 개정 전과 후’ 정책설명에서 공연법을 개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2023년까지는 경범죄처벌법에 의해 오프라인 현장에서 웃돈을 받고 표를 되파는 행위만 단속했고, 온라인 암표대응이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매크로에 의한 재판매 행위를 최초로 처벌하는 ‘개정 공연법’이 2024년 3월부터 시행되었지만, 수사기관이 직접 매크로 등 자동화 도구의 사용여부를 입증해야 처벌이 가능했다. 따라서 새로운 공연법은 매크로 입증의 한계와 수익 대비 약한 처벌, 책임의 부재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제는 매크로 이용 여부와 상관없이 재판매 목적으로 시스템을 우회, 방해하여 입장권을 구매하는 행위(부정구매)와 최초 판매자의 동의 없이 상습 또는 영업으로 웃돈을 얹어 입장권을 판매·알선하는 행위(부정판매)가 모두 금지된다.

티켓을 1장만 구입가 이상으로 판매하면 부정판매라 할 수 있을까? 티켓 한 장을 1회만 판매한 경우는 상습 또는 영업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부정한 이익에 대한 사회통념과 초과이익 실현에 대한 기대, 부정판매 행위의 계속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예외적으로 영업성이 인정된다면 부정판매가 될 수도 있다. 예외적인 영업성에 대해서는 법률가 등 전문가들로 구성된 과징금 심사위원회를 통해 면밀히 심사할 예정이다.
부정구매와 부정판매 행위를 처벌한다고 해서 대리구매를 무조건 처벌하는 건 아니다. 임영웅 공연 티켓을 대리구매했다고 해서 공연법을 위반한 건 아니다. 임영웅 티켓은 20~40대가 부모님을 위해 대리구매 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서 신분증을 통해 구매자와 관람자를 확인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티켓 판매가 매진되고, 취소되는 티켓을 사기 위해 매크로를 걸어두는 행위는 부정구매가 될 수 있음도 알아야 한다.
부정구매, 부정판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고, 부정판매한 금액의 50배 이하의 범위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암표를 신고하면 포상금도 받을 수 있다. 부정구매를 신고하면 5천만원 이내에서 포상금을 받을 수 있고, 부정판매를 신고하면, 해당 행위를 한 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금액의 100분의 50 이내에서 포상금을 받는다. 부정판매 과징금 부과금액이 10억원이 나온 위반자를 신고했을 경우, 포상금을 최대 5억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암표 방지를 위한 개정 공연법은 ‘공연’의 입장권·관람권 또는 할인권·교환권에 대해서 적용되며, 개정 국민체육진흥법은 ‘운동 경기’의 입장권·관람권 또는 할인권·교환권에 대해서 적용된다. 따라서 일반적인 팬미팅은 ‘상품 판매나 선전에 따르는 공연’으로 보아 공연법의 적용을 받지 않으며, 운동경기에도 해당하지 않으므로 신고대상이 아니다.
암표상에게 웃돈을 주고 공연과 스포츠 경기 입장권을 구매한 사람은 처벌받지 않으며, 자신이 구매한 가격 이하로 판매하는 경우도 ‘부정판매’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처벌받지 않는다. 또한, 외국인이나 해외 거주자가 해외에서 부정구매, 부정판매를 한 경우도 속지주의에 따라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암표상의 단속과 근절은 선진 공연문화 정착과 K팝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티켓에 지불한 돈은 창작자(아티스트)와 제작자에게 돌아가야지 공연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공연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그것이 암표상에게 간다면 이 분야 발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하지만 개발비용을 들여가며 공연법을 아무리 꼼꼼하게 만들어 개정해놓아도, 가만히 놔두면 안된다. 이를 뚫는 도적들도 점점 고도화된다. 강화된 규제를 통해 암표거래 행위가 줄어들겠지만, 창과 방패의 싸움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면, 앞으로의 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우명균 놀유니버스 콘서트사업팀장은 “재판매하면 이득이 생기니까 일반인들도 일단 사고 보자는 경향도 있다”고 설명하며 실제 티켓을 사려는 사람이 피해를 보아서는 안된다고 했다.
고기호 음공협 회장은 “협회가 지난 3년동안 모니터링과 감시, 신고를 꾸준히 강화해왔다”면서 “암표상들이 ‘여기서는 우리가 얻을 게 없어’라는 인식의 단계에 이를 때 까지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병기 기자(w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