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원대→1370원…삼성·SK 실적에 '환율 역풍'

1500원대→1370원…삼성·SK 실적에 '환율 역풍'

달러 매출 원화 환산액 감소…삼성전자 전망치 일부 하향
HBM·D램 판매 증가와는 별개…외화 비용·환리스크 관리로 상쇄
3분기 실적 신기록 전망 유지…업계 "예측 가능한 환율이 중요"

[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1500원을 웃돌던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반까지 내려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원화 환산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다만 이는 같은 달러를 벌어도 원화로 표시되는 금액이 줄어드는 효과로, 반도체 판매량이나 수요 감소에 따른 실적 악화와는 구분해야 한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반도체 매출은 대부분 달러로 발생한다. 환율이 내려가면 같은 1달러를 벌어도 원화로 환산한 금액은 줄어든다. 반면 원자재와 장비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비용도 낮아진다. 기업들이 환리스크(위험)를 관리하는 만큼 환율 하락 자체보다 짧은 기간 큰 폭으로 움직이는 변동성이 더 부담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삼성전자의 HBM4 제품. [사진=삼성전자]

2분기엔 고환율 효과…3분기도 이익 증가 전망

24일 오전 2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370원이다. 최근 3개월 고점인 1559.1원과 비교하면 약 190원 낮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매출 171조4995억원, 영업이익 89조4924억원을 기록했다. 당시 달러 강세는 부품 사업을 중심으로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에 약 3조1000억원의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SK하이닉스도 2분기 매출 79조3187억원, 영업이익 60조5426억원으로 분기 최대 실적을 냈다.

삼성전자(왼쪽), SK하이닉스 사옥 전경. [사진=각 사]

3분기 실적은 두 회사 모두 2분기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204조9522억원, 영업이익은 111조8176억원이다. 2분기보다 각각 19.5%, 24.9% 증가한 수준이다.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99조3949억원, 영업이익은 78조802억원이다. 2분기보다 각각 25.3%, 28.9%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환율 하락은 실적 전망의 부담 요인으로 반영되고 있다. 키움증권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을 기존 122조원에서 107조원으로 낮췄다. 예상보다 빠른 원·달러 평균 환율 하락과 범용 D램 가격 상승폭 둔화를 반영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111조원으로 내다봤다.

원화 실적 줄어도 반도체 판매 감소는 아니다

업계에서는 환율 하락에 따른 원화 실적 감소와 반도체 업황 악화를 동일하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반도체 판매로 10억달러를 벌었을 때 환율이 달러당 1500원이면 원화 매출은 1조5000억원이지만, 1370원이면 1조3700억원으로 줄어든다. 출하량과 판매가격이 같아도 원화 매출이 1300억원 감소하는 셈이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환율 하락으로 원화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일부 줄어드는 영향은 있겠지만 큰 타격을 받는 수준은 아니다"며 "제품 판매가 줄어서 생기는 문제가 아니라 앞서 이례적으로 높았던 환율이 정상화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영향"이라고 말했다.

3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하나은행]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출 대금을 달러로 받은 뒤 이를 외화로 보유하거나 해외 원자재·장비 구매와 현지 법인 운영비 등에 사용한다. 달러 수입과 지출을 맞추는 자연적 헤지와 금융상품을 이용한 환헤지도 환율 영향을 줄이는 수단이다.

원화 강세는 비용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도 낸다.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자재와 부품 가격의 원화 환산액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다만 반도체 장비 구매비용 감소가 곧바로 영업이익 증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장비는 대부분 설비투자 자산으로 처리돼 감가상각을 거쳐 여러 기간에 걸쳐 비용에 반영된다. 원재료와 운영비 절감 효과는 상대적으로 빠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장비 가격 하락에 따른 손익 개선에는 시차가 생긴다.

"판매 줄어든 것 아냐…환율 하락 영향도 제한적"

환율 하락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출하량과 제품 가격, 달러 비용 비중, 환헤지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진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서버용 D램 판매가 늘면 원화 환산 효과를 넘어 매출과 이익이 증가할 수 있다.

반대로 환율이 짧은 기간 큰 폭으로 오르내리면 기업은 제품 가격과 원자재 구매비용, 투자계획, 현금흐름을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환율이 일정한 방향으로 완만하게 움직이는 것보다 급격한 변동이 사업계획 수립에 더 부담이 되는 이유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원화 강세 때는 매출이나 수익이 다소 작게 표시될 수 있다"면서도 "매출 자체가 늘고 있고 기업들도 환리스크를 관리하고 있어 실적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환율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느냐보다 기업이 사업계획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예측 가능한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