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공장이 휴머노이드 훈련장으로…완성차업계 '피지컬 AI' 경쟁

車공장이 휴머노이드 훈련장으로…완성차업계 '피지컬 AI' 경쟁

엑스펑, 자동차 양산기술 적용한 IRON 생산라인 가동
샤오미·현대차는 전기차 공장을 실증·초기 수요처로 활용
AI·제조·공급망 묶어 로봇 개발부터 배치까지 내재화

[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자동차 공장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훈련장이자 첫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며 축적한 인공지능(AI) 기술과 대량생산·품질관리 역량을 휴머노이드 사업으로 옮기고 있다. 자체 자동차 공장에서 로봇을 훈련하고 성능을 검증한 뒤 실제 생산공정에 배치하는 방식이다.

엑스펑은 자동차 생산 노하우로 휴머노이드를 양산하고, 샤오미는 전기차 공장에서 작업 성능을 검증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자동차 공장에 로봇 훈련·검증시설을 구축하고 대규모 배치를 준비하고 있다.

엑스펑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언 [사진=엑스펑 홈페이지 캡처]

25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엑스펑(XPENG)은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언(IRON)'의 자동화 생산 라인을 가동하고 조립 공정에서 완제품이 스스로 걸어 나오는 모습을 공개했다.

엑스펑은 자동차 제조에서 활용해온 품질관리와 대량생산 체계를 로봇 생산라인에 적용했다. 핵심 공정의 80% 이상을 자동화해 제품 간 품질 편차를 줄이고 생산량을 빠르게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는 2026년 말까지 아이언 양산에 돌입해 자사 매장과 캠퍼스 등에 우선 배치하고, 2027년부터 중국과 해외시장에서 공식 출시·인도할 계획이다.

샤오미, 전기차 공장을 로봇 성능 검증장으로

가전·정보기술(IT) 기업에서 전기차 업체로 영역을 확장한 샤오미도 자동차 공장을 휴머노이드 로봇의 실증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샤오미는 이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버원(CyberOne)'을 공개했다. 사이버원은 샤오미 전기차 공장에서 너트 체결 작업 등에 투입돼 실제 제조 환경에서 성능을 검증했다.

샤오미의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버원’. [사진=샤오미 홈페이지 캡처]

샤오미에 따르면 약 4개월간 진행한 시험에서 사이버원의 작업 성공률은 약 90%에서 98%로 높아졌다. 같은 작업을 반복 수행하면서 확보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동작과 제어 소프트웨어를 개선한 결과다.

자체 공장을 보유한 완성차 업체는 실제 생산라인에서 반복 작업 데이터를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다. 로봇의 실패 원인을 확인하고 소프트웨어를 개선한 뒤 같은 공정에 다시 투입하는 개발 주기도 단축할 수 있다.

휴머노이드가 상용화되면 자동차 공장은 첫 번째 대규모 수요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부품 운반과 분류, 순서배열, 조립 보조 등 반복적이거나 작업자의 신체 부담이 큰 공정부터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조지아에 '로봇 학교'…2028년 아틀라스 투입

현대자동차그룹은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전동식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앞세워 제조 현장 배치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1일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캠퍼스에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를 열었다.

RMAC은 실제 자동차 제조 데이터를 활용해 로봇을 훈련하고 작업 성능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시설이다. 일종의 '로봇 학교'인 셈이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가 로봇 메타플랜트 응용센터(RMAC)에서 자동차 제조 작업을 학습하고 있다. [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아틀라스는 RMAC에서 자동차 부품의 물류와 순서배열 작업부터 학습한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HMGMA 생산공정에 아틀라스를 투입하고 2030년에는 부품 조립 등 더 복잡한 작업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그룹은 향후 수년간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생산거점에 아틀라스를 우선 2만5000대 규모로 확대 배치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와 별도로 미국에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2만5000대는 현대차·기아 공장에 우선 배치할 로봇의 중장기 목표이고, 3만대는 연간 생산능력을 의미한다. 로봇 배치 물량과 생산시설 규모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부품 호환보다 'AI·생산 인프라 전용'이 핵심

완성차 업체가 휴머노이드 시장에서 갖는 강점은 자동차 부품을 로봇에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데 있지 않다. 전기차와 휴머노이드는 배터리와 모터, 전력전자, 센서, AI 컴퓨팅 등 기술적 공통분모가 있지만 부품 구조와 요구 성능은 서로 다르다.

휴머노이드에는 각 관절을 움직이는 액추에이터와 감속기, 정밀제어 기술, 힘·토크 센서 등이 필요하다. 전기차용 배터리팩이나 구동모터를 휴머노이드에 그대로 장착하는 식의 직접적인 부품 호환과는 거리가 있다.

핵심은 완성차 업체가 축적한 AI와 대량생산, 품질관리, 공급망 운영 경험을 로봇 사업에 전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엑스펑은 자동차 수준의 제조 역량을 아이언 생산라인에 적용했다. 자율주행차에 사용하는 비전언어행동(VLA)·비전언어모델(VLM)의 인지·추론 구조도 로봇용 AI 개발에 활용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2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마련한 전시장에 아틀라스, 스팟, 모베드가 나란히 전시돼 있다. [사진=설재윤 기자]

현대차그룹 역시 계열사의 역량을 묶어 로봇의 개발과 학습, 검증, 양산, 서비스까지 이어지는 종합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자동차에서 확보한 양산 역량과 전동화 공급망,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의 AI 기술을 피지컬 AI 제품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자동차 공장은 휴머노이드를 만드는 생산기지이면서 작업 데이터를 축적하는 훈련장, 완성된 로봇을 가장 먼저 투입하는 수요처가 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의 피지컬 AI 경쟁도 단순한 로봇 시연을 넘어 실제 공장 배치와 양산능력 확보 단계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