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자진신고자 감면(리니언시) 제도를 대폭 손질하는 시행령·고시 개정에 나섰다. 조사 개시 이후 신고자에 대한 과징금 면제 혜택을 축소하고, 반복 담합에 대한 감면 제한 범위도 크게 넓혔다.
공정위(위원장 주병기)는 23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11월2일까지 입법예고하고, 하위 규정인 '부당한 공동행위 자진신고자 등에 대한 시정조치 등 감면제도 운영고시' 개정안도 같은 날부터 10월13일까지 행정예고했다.

공정위는 "자진신고의 시점과 사건에 대한 기여도를 감면 수준에 합리적으로 반영하여 조사개시 전 자진신고 유인을 높이는 한편, 반복 담합 사업자에 대한 감면 제한을 강화하는 등 자진신고자 감면제도를 개선하여 담합 억지력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법령은 공정위 조사개시 전·후와 무관하게 1순위 자진신고자에게 과징금을 전액 면제해왔다. 개정안은 조사개시 전 1순위 신고자는 현행대로 전액 면제하되, 조사개시 후 1순위 신고자는 75% 감경으로 낮춘다. 공정위는 "조사개시 전·후 자진신고자를 동일하게 취급할 경우 조사가 개시될 때까지 최대한 담합을 유지하면서 버티려는 잘못된 유인을 제공할 우려가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두 번째 축은 반복 담합에 대한 감면 제한 강화다. 현행은 감면을 받았거나 제재를 받은 사업자가 5년 이내 재담합하면 감면을 아예 제한했는데, 그 이후에는 손을 못 댔다. 개정안은 5년 이후 10년 이내에 재담합해도 감면 혜택을 절반으로 깎도록 했다. 구체적으로 조사개시 전 1순위는 면제에서 반복담합 시 50% 감경으로, 조사개시 후 1순위는 75% 감경에서 반복담합 시 37.5% 감경, 2순위는 50% 감경에서 반복담합 시 25% 감경으로 변경된다.
'조사 전후 차등화'에 다시 절반을 곱하는 이중 구조로, 반복담합 사업자는 최종적으로 최대 25%까지 감경률이 줄어들 수 있다.
현행 감면 제한 사유 중 하나인 "담합으로 제재받은 자가 당해 시정조치에 위반되는 담합을 한 경우"는 범위가 지나치게 좁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공정위는 "일반적으로 시정조치는 적발된 담합과 관련된 시장의 관련 품목에 대해 부과된다"며 "여러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이를 악용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한 시장에서 담합으로 제재받은 기업이 전혀 다른 사업 분야에서 담합을 반복해도, 종전에는 '당해 시정조치 위반'이 아니라는 이유로 빠져나갈 수 있었다는 뜻이다. 개정안은 이 '당해 시정조치에 위반되는'이라는 요건을 삭제해, 사업 분야와 무관하게 감면 제한이 적용되도록 했다.
이 기준은 현재 감면고시(하위규정)에서 정해왔는데, 이번 개정으로 시행령(대통령령) 차원으로 격상된다.
빠져나갈 구멍도 막았다. 종전에는 담합 전력이 있는 사업자가 법인 분할·신설이나 영업양도를 통해 사업을 넘긴 뒤, 새 법인을 통해 담합을 반복해도 감면 제한이 적용되는지 불분명했다. 개정안은 반복 담합에 따른 감면 제한을 합병·분할·분할합병 및 영업양도 등으로 해당 담합과 관련된 사업을 승계한 자에게도 명시적으로 적용하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했다.
시행령 개정에 맞춰 감면고시도 손질된다. 우선 반복담합의 법령상 문언인 '새롭게 제40조제1항을 위반하는 경우'를 "제재 또는 감면을 받은 후 새로운 담합을 합의·실행하거나 기존 담합을 계속하는 경우"로 구체화해 예측가능성을 높인다. 종전 감면고시에서 규정했던 감면 제한 기준은 시행령으로 넘어가는 만큼 고시에서 삭제되고, 현행 감면고시 제17조(고발여부) 규정도 공정거래법 제44조제1항·제5항의 위임 범위에 맞게 삭제된다.
공정위는 입법·행정예고 기간 의견을 검토한 뒤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2027년 1분기 중 시행령·감면고시 개정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개정은 앞서 지난 21일 입법예고된 '입찰에 있어서의 부당한 공동행위 및 입찰참가자격 제한요청에 관한 지침' 개정과 같은 맥락에 있다. 당시 지침은 반복담합 판단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면서도 "자진신고자(리니언시) 감면 기준 등은 종전대로 유지된다"고 선을 그었는데, 이번 시행령·고시 개정으로 그 나머지 퍼즐이 채워진 셈이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