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의 문화인사이트]글로벌 K팝 팬덤을 한국 금융시장으로 만들자

[서병기의 문화인사이트]글로벌 K팝 팬덤을 한국 금융시장으로 만들자

“한국은 몰라도 BTS·블핑은 알아요”
K팝 음악증권, 1억명 넘는 글로벌 팬덤을 한국 증시로 유입시킬 전략적 자산

[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BTS 주식, 블핑 주식, 스키즈 주식, 임영웅 주식이 실현될 것인가?

K팝의 글로벌한 영향력은 K팝 음악증권의 활성화를 예견케 한다. 해외 팬덤이 강한 K팝 스타의 주식이 나온다면 해외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다.

2026년 3월 21일 열린 BTS 광화문 광장 컴백 공연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현재 하이브의 주식은 코스피에서 사고팔 수 있지만 소속가수인 BTS 주식은 아직 없다. 하지만 K팝 팬들의 강력한 경제적 참여 성향을 새로운 권리 경험과 함께 경제적 보상이 결합된 금융 참여로 전환하는 상품이 될 수 있다. 일명 'K팝 음악증권'이다.

K팝 글로벌 팬덤이 스타 굿즈를 보유하듯 K팝 음악증권도 구매할 수 있다. K팝 음악증권은 이미 국내에서 수년에 걸쳐 가능성이 실증된 시장이다. 새로운 시장을 처음부터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사업자와 금융 인프라를 활용하면 된다.

음악저작권이 음악증권으로 발행되기까지는 최소 75일의 시간이 소요된다. 정책적 의사결정이 필요한 음악증권의 제도적 지위와 외국인 거래 규정이 좀 더 명확해지면 단기간 내 상품 공급과 성과가 가시화된다.

게다가 K팝 자체가 이미 세계적 브랜드로, 일반 금융상품 대비 해외 홍보의 부담을 낮출 수 있다. 국내에선 뮤직카우가 누적 회원 120만 명, 누적 거래액 4,000억 원을 달성하며 음악증권 투자 수요 및 거래 가능성을 이미 확인한 바 있다. 서양의 유명 아티스트의 경우는 아무리 유명해도 코어 팬덤을 가진 K팝 가수와는 달라, 음악증권은 한국 아티스트에게 가장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오래전부터 해외 투자자의 국내 자본 시장 유입을 위한 전방위적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주주환원 및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한국 기업에 투자할 이유를 강화시키는 동시에, 한국 시장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길을 넓히는 중이다.이 같은 자본시장 밸류업은 반드시 추진해야 할 정책이지만,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수년 또는 그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장기 구조 개혁 작업이다.

상법 개정 등 제도 정비와 함께 자본 배분과 주주환원 방식 변화, 경영진의 의사 결정 관행 변화 등 2,600여 개 상장 기업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다수 기업의 행동 변화가 누적되어야만 성과가 발생할 수 있고, 이후 해외 투자자의 인식이 바뀌는 데에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폐지, 외국인 통합계좌 운영, 외환 시장 개방 등으로 외국인에게 제도적 문턱이 낮아지고 있기는 하다. 접근성이 개선되어도 해외 개인투자자가 자동으로 유입되기는 어렵다. 미국이나 일본 등 이미 익숙한 시장을 두고 한국 시장을 선택할 별도의 투자 동기를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실질적 유입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이런 환경에서 단기적인 성과를 가시화하려면, ‘인지도 높은 전략 자산’이 필요하다. 글로벌한 대중적 인지도와 인기를 확보하고 있는 K팝 IP(지식자산)는 해외 투자들에게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진입 동기를 만들어줄 전략 자산이 될 수 있다.

글로벌 한류 팬 2억 3천만여명 중 무려 70%가 K팝 팬이다. 대중적 인지도를 확보한 K팝은 별도의 홍보가 필요하지 않은 한국 고유의 자산이다. K팝은 현재 글로벌 메인스트림으로 자리잡아 전세계 누구나 아는 음악적 장르다. 한국기업은 몰라도 BTS와 블랙핑크, K팝은 익숙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K팝 팬덤으로서는, 해외 개인 투자자 관점에서 살펴봐도 일반적인 한국 주식보다 한국 스타의 주식이 이해하기 쉬운 투자 진입점이 될 수 있다.

글로벌 K팝 팬덤은 소장과 참여, 경험을 중시한다. 콘서트와 굿즈의 반복 구매, 유료 멤버십, 해외 결제, 집단 모금, 장거리 이동과 고액 지출을 통해 일반 콘텐츠 소비자보다 훨씬 강력한 경제적 참여 성향을 보여왔다. 한 BTS 팬은 지난 3월 광화문 BTS 컴백쇼 당시, 티켓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BTS 관련 경험을 나누기 위해 한국 방문에 약 5,000 캐나다 달러(한화 약 516만원)를 지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적극적으로 소비에 참여하는 ‘고관여 K팝 팬덤’의 규모는 3천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글로벌 팬덤 플랫폼인 위버스 내 BTS 커뮤니티 가입자 규모는 3천 만명을 돌파했다. 이 중 상당수는 음원을 듣고, 굿즈를 사고, 공연 티켓을 예매하는 ‘활성 이용자’로 분류된다. 3천만 명의 적극적 소비 팬덤 중 극히 일부만 전환되더라도 이전에 경험한 적이 없는 외국인 투자 풀을 확보할 수 있다. 3천만 명이라는 숫자는 한국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개인 투자자의 2천배가 넘는 규모다.

외국인 투자자를 확보하기 위한 단기 성과 전략과 장기 정책 등 '투트랙'을 병행해야 하는데, 오히려 단기 전략이 소홀히 취급될 때가 있다. 우리가 인지도 높은 전략 자산을 가졌다면 굳이 망설일 필요가 없다. K팝 IP의 글로벌 영향력이 확대되는 시점에는 더욱 그러하다.

미국의 힙합 스타이자 비욘세 남편인 제이지(Jay-Z)가 공동 설립한 투자사 마시펜캐피털파트너스와 한화자산운용이 5억달러(약 7,350억원) 규모의 K-컬처 투자 사모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K-컬처를 단순 소비재가 아닌 투자 가능한 성장산업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좋은 사례다.

월트디즈니도 한국 시장에서 K-팝·K-헤리티지·K-팬덤을 3대 성장축으로 제시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K-컬처 펀드 조성을 포함한 중장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SM과는 마블·아티스트 세계관 결합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하이브 등과도 협업을 논의 중이다.

RBW도 우량 음원 IP 매입과 신규 음원 제작을 위해 300억원 규모의 음원 IP 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세계 거대 IP 기업이 K콘텐츠와 팬덤을 글로벌 사업 확장의 거점으로 보고 있고, 국내 메이저 제작사도 IP를 기초자산으로 금융자본 활용 기회로 삼고 있는 상황이라면 해외 팬덤을 위한 K팝 음악증권도 가시화시킬 필요가 있다.

/서병기 기자(w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