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적의료비 승인받고도 75일 ‘대기’…환자들 속탄다

재난적의료비 승인받고도 75일 ‘대기’…환자들 속탄다

신청부터 지급까지 평균 83.7일…2023년보다 3.9배 늘어
최장 455일 걸려…올해 예산 전년 대비 25.7% 감소
지급자 95.6% 저소득층·80.5% 60세 이상…소병훈 “지급체계 즉시 개선해야”

[아이뉴스24 이윤 기자] 병원비 부담을 덜기 위해 재난적의료비 지원을 신청한 환자들이 심사와 승인을 받고도 실제 지원금을 받기까지 평균 75일 이상을 추가로 기다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재난적의료비 예산이 전년보다 25% 넘게 줄면서 지급 지연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국회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6년 8월 기준 재난적의료비 신청부터 승인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8.4일이었지만 신청부터 실제 지급까지는 평균 83.7일이 소요됐다.

이를 단순 차감하면 승인 이후 실제 지원금 지급까지 평균 75.3일이 걸린 셈이다. 2023년 승인 이후 지급까지 걸린 15.4일과 비교하면 약 4.9배로 늘었다.

재난적의료비 지원사업은 소득에 비해 과도한 의료비가 발생한 국민에게 의료비 일부를 지원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치료 포기와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지원이 절실한 환자가 먼저 의료비를 부담한 뒤 지원금을 받기까지 상당 기간 기다려야 하는 구조가 심화하면서 제도의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원 건수 3년 새 81.8% 증가…지급은 갈수록 늦어져

재난적의료비 지원 건수는 2023년 3만3,585건에서 2025년 6만1,061건으로 2만7,476건(81.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지원액은 1,010억1,600만원에서 2,004억300만원으로 993억8,700만원(98.4%) 늘어 사실상 두 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건당 평균 지원액도 2023년 약 300만8,000원에서 2025년 약 328만2,000원으로 늘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지급된 재난적의료비는 3만9,749건, 1,343억5,900만원으로 건당 평균 약 338만원이다.

지원 수요와 규모가 증가하는 동안 실제 지급까지 걸리는 기간은 더 길어졌다.

신청부터 지급까지 평균 소요기간은 2023년 21.3일에서 2024년 22.2일, 2025년 35.4일에 이어 올해 8월 기준 83.7일까지 늘었다. 2023년과 비교하면 62.4일 증가해 약 3.9배 수준이다.

최장 지급기간도 2023년 153일에서 2024년 221일, 2025년 380일로 증가했고 올해는 8월 기준 455일까지 늘었다. 가장 오래 걸린 사례의 경우 신청부터 지원금을 받기까지 약 1년 3개월이 소요된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국회의원 [사진=소병훈 의원실]

◇ 지원 수요 증가했는데 올해 예산 25.7% 감소

지원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과 달리 올해 재난적의료비 사업 예산은 크게 줄었다.

사업 예산은 2023년 1,022억9,200만원에서 2024년 1,606억1,000만원, 2025년 2,023억6,300만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2026년 예산은 1,503억6,400만원으로 전년보다 519억9,900만원(25.7%) 감소했다.

지난해 실제 지원액이 2,004억300만원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 편성된 예산은 전년도 지원 실적보다도 500억3,900만원 적다.

이에 따라 올해 8월 말까지 예산의 89.8%에 해당하는 1,349억8,400만원이 이미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단은 신청 증가와 예산 부족 등을 지급기간 증가의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국회에서는 지원 건수와 지원액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에서 예산을 줄이면서 지급 지연을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지급자 95.6% 저소득층…10명 중 8명은 60세 이상

지급 지연의 영향이 저소득층과 고령층에 집중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올해 8월까지 재난적의료비가 지급된 3만9,749건 가운데 수급자·차상위계층은 2만3,161건으로 58.3%를 차지했다.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 1만4,824건을 더하면 모두 3만7,985건으로 전체 지급 건수의 95.6%에 달한다.

연령별로는 60대가 9,116건, 70세 이상이 2만2,865건으로 집계됐다. 60세 이상이 전체 지급 건수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80.5%였으며, 70세 이상만 놓고 보면 57.5%였다.

60세 이상 비율은 2023년 78.6%에서 2024년 78.7%, 2025년 79.8%, 올해 8월 80.5%로 꾸준히 높아졌다. 같은 기간 70세 이상 비중도 54.7%에서 57.5%로 상승했다.

재난적의료비 지원 대상 대부분이 저소득층이고 고령층 비중도 높은 만큼 지급 지연이 장기화할 경우 환자와 가족의 의료비·생계비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소 의원은 “재난적의료비는 병원비 때문에 치료와 생계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최후의 의료안전망”이라며 “심사는 평균 8일 만에 끝났는데 승인받은 환자가 실제 지원금을 받기까지 다시 평균 75일을 기다려야 한다면 제대로 된 지원이라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2026년 지급자의 95.6%가 수급자·차상위계층 또는 기준중위소득 100% 이하이고, 80.5%가 60세 이상”이라며 “가장 가난하고 나이 든 환자에게 정부의 잘못된 예산편성과 지급 지연의 부담을 떠넘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소 의원은 “정부는 추가예산으로 뒤늦게 땜질할 것이 아니라 전년도 지급실적과 고령화 추세를 반영해 필요한 예산을 처음부터 충분히 편성해야 한다”며 “승인된 지원금은 신속히 지급하고, 예산이 부족한 경우에도 수급자·차상위계층과 생계가 위급한 환자를 우선 보호하도록 지급체계를 즉시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광주=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