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윤 기자] 불법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에 가담했던 인물이 다시 의료기관이나 약국 개설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개설기관을 적발한 뒤에도 과거 가담자의 재진입을 차단하는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국회의원(경기도 광주시 갑)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6년 7월까지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등 불법개설기관으로 부당이득금 환수 결정이 내려진 기관은 모두 204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과거 불법개설에 가담한 이력이 있는 사람이 다시 개설 과정에 참여한 ‘반복개설 불법개설기관’은 40곳으로 전체의 19.6%를 차지했다. 환수 결정된 불법개설기관 5곳 가운데 1곳꼴로 과거 가담자가 다시 연루된 셈이다.
특히 반복개설 비중은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2023년에는 환수 결정된 47곳 가운데 반복개설 기관이 5곳으로 10.6%였지만, 2024년에는 50곳 중 8곳(16.0%), 2025년에는 74곳 중 16곳(21.6%)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7월까지 환수 결정된 33곳 가운데 11곳(33.3%)에 과거 불법개설 가담자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 치과의원 79곳 최다…의원·약국 포함하면 전체 80%
기관 유형별로는 치과의원이 79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의원 51곳, 약국 33곳, 병원 12곳, 한방병원 11곳, 한방의원 10곳, 요양병원 7곳, 치과병원 1곳 순이었다.
치과의원은 2023년 7곳에서 2024년 24곳, 2025년 34곳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도 7월까지 14곳이 환수 결정 대상에 포함됐다.
치과의원과 의원, 약국을 합하면 163곳으로 전체 불법개설기관의 약 80%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31곳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과 부산이 각각 26곳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경남 19곳, 강원 16곳, 전남광주통합특별시 15곳, 대구 13곳, 충북 12곳 순으로 나타났다.
시·군·구별로는 경남 양산시가 11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강원 원주시 8곳, 부산 해운대구 6곳, 강원 강릉시와 세종특별자치시가 각각 5곳으로 집계됐다. 경기 광주시에서도 2025년 불법개설기관 1곳에 대해 환수 결정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 4,977억원 환수 결정했지만 4,351억원 못 걷어
불법개설기관에 지급된 건강보험 재정의 환수 실적도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부터 올해 7월까지 불법개설기관에 내려진 부당이득금 환수 결정액은 총 4,977억2,500만원이다. 이 가운데 실제 징수액은 626억7,200만원으로 단순 합산 기준 징수율은 12.6%에 그쳤다.
미징수액은 4,350억5,300만원으로 전체 환수 결정액의 87.4%에 달했다.
건보공단은 같은 기간 불법개설기관을 상대로 부동산·예금·자동차·임금 압류와 경·공매, 소송 등 모두 6,035건의 징수 조치를 실시했다. 그러나 환수 결정액 대부분이 여전히 회수되지 않은 상태다.
불법개설기관은 의료인이나 약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인 또는 약사의 명의를 이용해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면허대여약국 등을 말한다. 과잉진료나 부당청구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환자 안전은 물론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건보공단은 9월 21일부터 11월 20일까지 불법개설기관 집중·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적발과 신고, 사후 환수에 집중된 현행 대응만으로는 과거 가담자의 반복적인 개설 참여와 재산 은닉 등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 의원은 “불법개설기관을 적발하고도 가담자가 다시 병원이나 약국 개설에 참여한다면 단속이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시작되는 것”이라며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과거 가담자 정보를 개설 신고 단계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수사기관과 연계하고, 적발 즉시 재산을 보전해 환수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집중신고 기간을 운영하는 데 그치지 말고 반복개설 차단률과 실제 환수율을 정부의 성과지표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이윤 기자(uno2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