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법원의 조사 제동, 매우 중대한 일"…잇단 집행정지에 유감 표명

주병기 "법원의 조사 제동, 매우 중대한 일"…잇단 집행정지에 유감 표명

한화·제지업계 두 건 모두 "소상공인 최후의 보루 무력화" 우려
강제조사권 도입은 "시기상조"…내부 규칙 정비만 검토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잇달아 나온 법원의 공정위 제재·조사 관련 집행정지 결정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주 위원장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서울고등법원이 한화에 대한 공정위 자료 제출명령의 효력을 일시 정지한 결정을 언급하며 "저희 조사 절차상에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거와 다른 특이점이 발견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법원에서 잠정적으로 유보를 했는데, 한 30일 정도 유보했다"며 "근데 사실 30일 유보하면 실질적으로 저희 조사의 실효성은 무력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이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그는 "공정위 현장조사가 피조사자의 동의를 구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고 경찰이나 검찰의 형사적인 압수수색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이런 현장조사 때문에 기업이 영업을 못 한다든지 생산 활동이 중단된다든지 이런 일은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현장조사를 실질적으로 이루지 못하게 된 상황은 매우 중대한 일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이 문제를 개별 사건을 넘어선 구조적 위기로 규정했다. "공정위 관련 법들은 경제적 약자들의 최후의 보루"라며 "특히 대규모유통업법은 대규모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소상공인들의 권익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라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의 권익을 지키는 공정위의 조사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하게 된다면 앞으로 이들의 권익을 지킬 수 있는 방식,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두 번째 유감 표명은 제지·제분업체에 부과한 가격재결정명령이 법원에서 효력정지된 것을 두고 나왔다. 20년 만에 부활시킨 이 제재 수단이 본안 판단 전까지 담합 가격을 사실상 유지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주 위원장은 "가격재결정명령을 통해서 주기적으로 가격 재결정과 경쟁 회복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된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답했다.

그는 법원의 판단 기준 자체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가격재결정명령이 어떤 회복할 수 없는 침해를 야기하는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의문이 든다"며 "반면에 가격재결정명령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서 회복할 수 없는 침해는 소비자 전체에게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는 회복할 수 없는 불이익을 판단할 때 양자를 공정하게 저울질해야 한다"고 밝혔다.

집행정지가 늘어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하면서도, 기업의 방어권 주장에 대한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지금까지 기업들의 영업에 최대한 차질이 없는 방향으로 동의를 얻어가면서 조사를 집행하고 있다"며 "그 조사 때문에 방어권이 침해되는지 판단할 때 반드시 알아야 될 것은 법 집행이 보호하는 공공의 권익이 무엇인가와 비교해야 된다"고 말했다.

다만 후속 대응은 신중한 수위에 머물렀다. 주 위원장은 "지금 저희가 가지고 있는 조사와 관련된 여러 가지 내부 규칙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면서, 이런 조사를 피할 수 있는 여지를 보다 분명하게 없애는 방식의 개정을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면 지난해 말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거론됐던 강제조사권(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도입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현재 조사에서 문제가 있었던 건 2개의 사건"이라며 "이 2개의 사건 때문에 지금까지 도입하지 않았던 강제조사, 특사경 제도 도입을 본격적으로 고려해야 할 만큼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공정위 조사에 잘 협조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주 위원장은 두 사건 모두에 대해 법적 대응 기조를 분명히 했다. 한화 건에 대해서는 "법률 대응을 면밀하게 하고 있다"며 "앞으로 사법부에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제지·제분 건에 대해서도 "본안 판결에서의 대응을 무겁게, 신중하게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사 담당 직원들의 위축 우려에 대해서는 "저희 감사를 보고받았고, 감사보고를 통해서 일부 보도된 것과 같은 문제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절대로 소극적으로 조사하지 마라, 적극적으로 하라고 계속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위축되어 있지는 않다"고도 강조했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