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자에 담았더니 66%↑…추석 '선물값'의 민낯 [르포]

상자에 담았더니 66%↑…추석 '선물값'의 민낯 [르포]

CJ 세트 6만1700원…낱개 합계 3만7200원
같은 참치세트 백화점vs온라인 약 1.9배 차이
포장·물류·광고비 감안해도 가격구조 '깜깜이'
"정부·지자체 선제적 점검…행정대응도 필요"

[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추석을 앞두고 스팸과 참치, 김 등 실속형 식품선물세트가 쏟아지고 있다. 평소 장바구니에서 쉽게 접하던 먹거리도 선물상자에 담기는 순간 몸값이 달라진다.

선물용 포장과 물류 등에 추가비용이 드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가격차이가 상당한 제품이 적지 않다. 정상가와 실제 판매가격 사이에 큰 간극이 있는가 하면 일부 제품은 구성품을 낱개로 샀을 때보다 세트가격이 수십 퍼센트(%) 비쌌다. 판매처에 따라 같은 선물세트 가격이 두배 가까이 벌어지는 사례도 나타났다.

명절마다 반복되는 '선물값'이 과연 적정한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백화점에서 방문객들이 추석선물세트를 구경하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21일 서울 한 백화점 식품관. 햄과 참치, 김, 식용유 등을 담은 추석 선물세트가 매대를 빼곡히 채웠다. 가격대는 3만원대부터 10만원 안팎까지 다양했다. 진열대 앞에서는 선물세트를 들었다 놓으며 구성품과 가격표를 비교하는 소비자 발길이 이어졌다.

매장에서 만난 40대 A씨는 "명절선물로는 먹는 게 가장 무난해 햄이나 참치세트를 주로 고른다"며 "조금 비싸더라도 직접 포장하기 어려우니 어쩔 수 없이 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절 식품선물세트 수요는 여전히 탄탄하다. 동원F&B 참치선물세트는 최근 연간 판매량이 1000만세트를 웃돈다. 올해는 참치선물세트 종류를 지난해보다 약 20% 늘리고 김 선물세트도 확대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에서 한 방문객이 추석선물세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식품선물세트는 명절마다 꾸준히 팔리지만 가격구조는 복잡하다. 같은 제품도 정상가와 실제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났다.

CJ제일제당 공식 온라인몰에 올라온 한 햄 선물세트 정상가는 10만9900원이다. 하지만 실제 판매가격은 49% 할인한 5만6049원이었다. 다른 선물세트 2종도 할인율이 각각 55%, 57%에 달했다. 정상가가 실제 판매가격 2배 안팎에 달하는 셈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상가가 제품가치를 판단할 기준인지 할인을 전세로 책정한 가격인지 가늠하기 쉽지 않은 셈이다.

선물세트 가격과 구성품을 따로 구매했을 때 가격차이에도 적잖았다.

CJ제일제당 한 식품선물세트는 백화점에서 6만1700원에 판매되고 있는 반면 같은 구성품을 낱개로 구매할 경우 가격합계는 3만7180원이었다. 차액은 2만4520원으로 세트가격이 낱개 합산가보다 약 65.9% 높았다.

대상 청정원 한 선물세트도 판매가격과 낱개 합산가 사이에 차이가 컸다. 온라인 판매가는 6만1430원, 대형마트 판매가는 5만3800원이었다. 같은 구성품을 각각 구매했을 때 가격은 총 4만2500원이었다. 대형마트 세트가격은 낱개 합산가보다 26.6%, 온라인 판매가는 44.5% 비쌌다.

판매채널을 달리하면 가격차이는 더 선명해졌다. 동원F&B 한 참치 선물세트는 온라인에서 2만6250원에 판매됐지만 대형마트에서는 4만2880원, 백화점에서는 4만9900원이었다. 온라인과 백화점 가격차이는 2만3650원에 달했다. 같은 제품을 백화점에서 구매할 경우 온라인 가격의 약 1.9배를 지불하는 셈이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에 추석 맞이 상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설래온 기자 ]

다만 선물세트 가격과 낱개 합산가 사이 차액을 전부 '포장값'이나 유통업체 마진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선물세트 가격에는 상자와 쇼핑백 제작비뿐 아니라 구성품 조립과 별도포장, 보관·물류, 판촉·마케팅 등에 들어가는 비용도 반영된다.

선물용으로 별도 기획한 디자인과 구성 역시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다. 유통채널마다 매입조건과 할인행사, 카드혜택 등이 다른 점도 최종 판매가격에 영향을 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절 선물세트는 일반 판매상품과 원가구조가 다르다"며 "패키지 사양과 묶음 구성, 물류비, 유통채널별 행사조건 등이 종합적으로 반영돼 최종 판매가격이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소비자가 이런 가격구조를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햄과 참치, 식용유처럼 서로 다른 품목을 한 상자에 담은 복합세트는 실제 내용물 가격을 따져보려면 구성품을 하나씩 찾아 비교해야 한다.

여기에 캐릭터 협업이나 한정판 패키지, 굿즈까지 더해지면 제품 자체 가격과 포장·기획에 붙는 부가가치를 구분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절을 앞두고 식품선물세트나 과일가격이 평상시보다 불필요하게 비싸지는 것은 아닌지 정부와 지자체가 선제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며 "지자체를 중심으로 시장가격을 조사하고 필요할 경우 판매업체를 대상으로 행정적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