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의약품처럼 복잡한 물질을 만들 때는 다른 물질과 쉽게 반응해 새로운 결합을 만드는 ‘라디칼(radical)’이 유용하게 쓰인다. 라디칼을 잘 만들어도 촉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면 반응을 이어갈 수 없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연구팀이 라디칼 생성과 촉매 재생의 균형을 맞추는 새로운 전략을 개발해 쉽게 반응하지 않는 물질까지 활용해 의약품 등에 필요한 복잡한 분자를 만드는 새로운 합성법 개발의 가능성을 넓혔다.

KAIST(총장 배충식) 화학과 이윤미 교수 연구팀이 금속 촉매에 붙어 촉매의 성질을 조절하는 ‘리간드(ligand)’를 이용해 구리 촉매가 라디칼을 만들고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여러 종류의 리간드를 비교한 결과, 라디칼을 많이 만든다고 해서 반드시 원하는 물질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일부 리간드는 라디칼은 매우 잘 만들었는데 최종 생성물은 거의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번 연구의 핵심은 라디칼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정 단계의 반응성만 높이는 데서 나아가 라디칼 생성과 촉매 재생을 포함한 전체 촉매 사이클의 균형을 조절함으로써 보다 효율적인 촉매를 설계하고 새로운 반응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러한 원리를 활용하면 앞으로 지금까지 쉽게 반응하지 않아 활용하기 어려웠던 물질도 새로운 합성 재료로 사용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를 통해 의약품과 생리활성 물질처럼 구조가 복잡한 분자를 보다 온화하고 효율적인 조건에서 만드는 새로운 합성법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윤미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라디칼을 잘 만드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하나의 촉매 반응을 이루는 여러 과정이 균형 있게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며 “앞으로 반응시키기 어려운 다양한 물질을 활용하는 새로운 라디칼 촉매 반응 개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AIST 화학과 장세라 석박사통합과정과 연세대에서 석사과정을 졸업한 정성렬이 공동 제1저자로 KAIST 화학과 김수민 석박사통합과정이 참여했다.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