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엑스코프리' 찾아 신약 쇼핑⋯새 성장동력 필요한 SK바이오팜

'제2 엑스코프리' 찾아 신약 쇼핑⋯새 성장동력 필요한 SK바이오팜

오파칼림 이어 파킨슨병 후보물질 도입⋯후속 신약 확보 속도
전체 매출 90% 엑스코프리 의존⋯사업 구조 다변화 본격 추진

[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SK바이오팜이 '제2의 엑스코프리' 찾기에 나섰다. 외부 신약 후보물질을 잇달아 도입하며 복수 제품을 보유한 멀티 프로덕트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체 매출의 90% 안팎을 엑스코프리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를 다변화하고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지난 17일 SK바이오팜 판교 사옥에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김재은 대표(왼쪽)와 SK바이오팜 유창호 전략부문장이 파킨슨병 신약 후보물질 도입 계약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팜]

18일 업계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은 최근 국내 바이오벤처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와 파킨슨병 신약 후보물질의 글로벌 독점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하는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연구·개발·상업화 단계별 마일스톤, 순매출액에 따른 마일스톤 등을 합한 총 계약 규모는 최대 약 4308억원이다. 상용화 이후에는 제품 판매 순매출액에 따른 경상기술료(로열티)를 별도로 지급한다. 이와 별도로 퍼스트바이오에 30억원 규모의 전략적 지분투자(SI) 계약도 단행해 후보물질 개발 협력을 넘어 양사 간 중장기 협력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계약은 SK바이오팜이 올해 신설한 오픈이노베이션센터(OIC)가 주도한 첫 후보물질 도입 사례다. 이를 시작으로 국내를 비롯한 아시아에서 유망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자체 임상개발·상업화 역량을 활용해 글로벌 시장으로 연결하는 'East-West Bridge' 전략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이 지난달 26일 '오파칼림' 도입 기자간담회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팜]

앞서 지난달에는 미국 바이오헤이븐으로부터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최대 7억9500만달러(약 1조1000억원)에 도입했다. 선급금만 4억달러(약 5500억원)에 달하는 대형 계약이다. 오파칼림뿐 아니라 Kv7 디스커버리 플랫폼과 관련 화합물에 대한 권리도 함께 확보해 추가 신약 개발 가능성도 열어뒀다.

오파칼림은 뇌 신경세포의 과도한 흥분을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의 뇌전증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현재 성인 부분발작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3상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와 차별화된 기전을 바탕으로 두 제품이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임상과 허가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이르면 2029년 미국 시장 출시가 목표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비임상 독성 소견과 관련해 추가 자료를 요구하면서 임상 2/3상이 부분 보류됐지만, 기존 환자 투약은 계속되고 있어 회사는 전체 개발 일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중단된 신규 환자 등록도 추가 자료 제출과 FDA 검토를 거쳐 재개할 계획이다.

SK바이오팜 연구원이 물질 분석을 하고 있다. [사진=SK바이오팜]

SK바이오팜이 이처럼 외부 신약 확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엑스코프리에 집중된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올해 2분기 엑스코프리 미국 매출은 2244억원으로 같은 기간 전사 매출 2474억원의 90.7%에 달한다. 사실상 엑스코프리의 성적표에 따라 회사 전체 실적이 좌우되는 구조다. 처방 성장세가 둔화하거나 경쟁이 심화할 경우 그만큼 실적 변동성도 커지게 된다.

특히 엑스코프리의 미국 물질특허가 2032년 10월 만료를 앞두고 있어 후속 신약 확보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통상 신약은 물질특허 만료 이후 복제약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가격과 시장점유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엑스코프리에 매출 대부분을 의존하는 SK바이오팜 입장에서는 특허 만료에 앞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워야 하는 셈이다.

이미 미국 직판망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외부 신약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배경이다. 새 신약을 도입해도 판매망을 처음부터 구축할 필요 없이 엑스코프리의 기존 영업·마케팅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어 상업화에 필요한 추가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SK바이오팜은 앞으로도 외부 신약 확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오파칼림 도입 당시 "이번 라이선스 인은 끝이 아닌 급격한 성장의 시작"이라며 "희귀 뇌전증 영역을 중심으로 추가적인 M&A와 기술도입도 열려있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