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다음엔 뭐로 먹고살까”…대구시, 피지컬AI·로봇·반도체로 다시 짠다

“섬유 다음엔 뭐로 먹고살까”…대구시, 피지컬AI·로봇·반도체로 다시 짠다

추경호 시장 등 22명 ‘첨단 전략두뇌’ 가동…센서·모빌리티·바이오 재설계
“글로벌 산업 주류? 지류?”…기업·투자·일자리 연결해 연말 로드맵 제시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섬유도시 대구’ 이후 무엇으로 먹고살 것인가.

대구가 오랫동안 안고 있는 이 질문에 다시 답을 찾기 시작했다.

‘대구첨단산업발전전략자문회의’ 참석자들이 단체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구시]

기존 기계·부품 제조업 기반에 AI를 입힌 ‘피지컬 AI’를 비롯해 로봇·모빌리티·반도체·센서·바이오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엮어 대구의 산업지도를 다시 그리겠다는 구상이다.

대구시는 지난 17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대구첨단산업발전전략자문회의’를 발족하고 첫 회의를 열었다.

이번 자문회의는 단순히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대구 산업의 현주소와 경쟁력을 진단한 뒤 산업발전 방향과 핵심 전략, 주요 사업과 실행과제까지 제안하는 최고위급 전문가 자문 기구로 구성됐다.

추경호 대구시장이 의장을 맡고 반도체·로봇·모빌리티·AI·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 외부 전문가 10명과 대구정책연구원·대구경북과학기술원·한국로봇산업진흥원 등 지역 주요 산업연구기관장 11명이 참여한다. 시장까지 모두 22명이다.

이번 자문회의 출범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대구시가 먼저 현재 산업구조의 한계를 인정하고 출발했다는 점이다.

과거 섬유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했던 대구는 전통산업 노후화와 새로운 성장동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반면 기계·부품 제조 기반과 연구·교육 인프라, 인적자원은 첨단산업 전환에 활용할 자산으로 꼽힌다.

결국 기존 산업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산업을 심는 방식이 아니라, 대구가 이미 가진 제조업 뿌리에 AI·로봇·센서 같은 첨단기술을 어떻게 접목하느냐가 산업 대전환의 핵심인 셈이다.

첫 회의에서도 이 같은 방향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경북대학교와 대구정책연구원이 대구 주력산업 현황과 과제를 발표한 데 이어 참석자들은 대구 산업의 구조적 문제와 첨단산업 중심의 재편 방향, 실행전략, 정부 정책과의 연계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피지컬 AI’가 대구 제조업의 체질을 바꿀 하나의 전략으로 제시됐다.

박철우 한국공학대학교 부총장은 “대구의 핵심 산업을 중심으로 기존 주력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연계 전략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로봇에 AI를 결합한 ‘피지컬 AI’를 집중 육성한다면 핵심 가치사슬인 소재·부품 등 기존 주력 산업의 혁신 성장까지 함께 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의 기계·부품산업을 과거 산업으로 밀어내는 대신 피지컬 AI와 로봇산업의 소재·부품 공급망으로 재편할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센서와 AI의 결합도 새로운 카드로 나왔다.

이종호 서울대학교 교수는 “산업 육성의 핵심은 지역의 강점을 살리는 것”이라며 대구가 보유한 센서·로봇·모빌리티 분야의 기반에 주목했다.

그는 “대구가 지닌 센서·로봇·모빌리티 분야의 강점과 차별화한 센서 기술과 AI를 접목한다면 새로운 산업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분야에서는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라는 기존 자산을 실제 산업 성과로 연결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묵현상 뉴패스바이오 대표이사는 “대구는 첨단의료복합단지 등 독보적인 의료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특히 합성의약품 분야를 전략적으로 육성한다면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확실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날 나온 제안을 관통하는 공통점은 ‘대구에 없는 것을 새로 만들기 전에 이미 가진 산업·연구 인프라를 첨단기술과 연결하자’는 것이다.

대구시도 자문회의를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겠다는 구상이다.

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한편 산하에 상시 운영되는 ‘실무기획단’을 구성해 전문가들의 제안을 구체적인 정책과 사업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올해 말까지 대구 산업발전전략 로드맵을 수립하고 연차별 실행계획도 마련한다.

추경호 시장 역시 첫 회의에서 대구 산업이 처한 현실에 대한 ‘냉정한 진단’을 주문했다.

추 시장은 “대구 산업은 지금 중대한 전환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대구가 글로벌 산업 흐름의 주류에 올라타고 있는지, 지류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냉정하게 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강점과 한계를 정확히 짚고 첨단산업 중심의 발전전략을 다시 세워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진단은 정확하게, 방향은 분명하게, 실행은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자문회의를 통해 대구가 선택과 집중해야 할 분야를 명확히 하고 실행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해 변화와 성장으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