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오는 10월 2일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이 개청을 불과 보름 앞두고 초대 청장 인선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 검찰개혁 강경파에 이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까지 김지용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의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반면, 정부는 김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을 직접 반박하며 인선 방어에 나섰다. 청와대의 추가 검증으로 국회 인사청문 절차까지 늦어지면서 중수청이 수장 없이 출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조국혁신당 "김지용 반대" 포문...박주민·김용민·추미애 가세
논란의 핵심은 24년간 검사로 근무한 김 후보자가 수사·기소 분리를 상징하는 중수청의 초대 수장으로 적합하느냐다. 반대파는 김 후보자가 대검 형사부장이던 2022년 4월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한 점, 그리고 앞서 2020년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를 정지하고 징계를 청구했을 때 이를 재고해달라는 검사장급 간부들의 성명에 참여한 점 등을 문제 삼고 있다.
본격적인 문제제기는 조국혁신당이 시작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중수청장으로 지명한 지난 8일 당일, 조국혁신당 지도부는 의원총회에서 "비 검사, 인권 주의자, 친윤 편파성 시비 없는 사람을 중수청장으로 세워야 하지만, 김 후보자는 그와 정반대의 인선"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정춘생 사무총장은 김 후보자가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정지'에 반발했던 이력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 금지' 사건 당시 수사 지휘 라인에 있었던 점 등을 문제 삼았다.
민주당 내에서는 박주민 의원이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후보자 임명을 반대했다. 그는 김 후보자가 검찰 수사권 축소 입법에 공개적으로 반대한 사실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던 분이, 이제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상징하는 새로운 수사기관의 초대 수장이 되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여권 내 반대파 목소리는 이후 더 거세졌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일 민주당 내 강경파 권리당원 단체들과 함께 국회 소통관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이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12일에는 추미애 경기지사가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이 내란 세력을 징벌해야 하는데 왜 이들에게 업혀 전전긍긍하느냐"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14일 직접 입장 발표에 나서 이 같은 비판에 반박했다. 그는 "수사권 남용을 통제하기 위해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야 한다는 형사사법 개혁의 대원칙에 적극 공감한다"며 과거 보완수사 필요성을 주장한 것은 "검찰을 위해서가 아니라 범죄 피해자 보호에 공백이 없어야 한다는 우려와 신념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자신은 윤석열 정부에서 좌천됐으며 특정인과 가깝다는 이유로 혜택을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김지용 "수사기소 분리 찬성...尹 정부서 좌천"
행정안전부도 17일 이례적으로 김 후보자의 과거 사건 처리에 대한 검증 결과를 공개하며 지원 사격에 나섰다. 중수청 개청준비단장인 김민재 행안부 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수사 전문성, 공정성과 중립성, 조직관리 역량을 갖춘 김 후보자를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행안부는 특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긴급 출국금지 사건'과 '정진웅 검사 독직폭행 사건'을 둘러싼 논란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으로 기소된 4명 가운데 3명은 김 후보자가 대검 형사부장으로 부임하기 전에 이미 기소됐고, 김 후보자가 지휘라인에 있던 나머지 1명에 대해서는 오히려 기소 반대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정진웅 검사 사건'에서도 서울고검 차장으로 지휘라인에 있었던 사실은 인정했지만 김 후보자가 기소에 반대했고 최종 결정권자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김 후보자가 윤 전 총장 친인척에 대한 형사 고발 사건의 불기소 처분을 부당하다고 판단해 재수사를 명령했던 사실도 공개했다. 김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광주고검 차장으로 전보돼 사실상 좌천됐고, 이 같은 사건 처리가 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도 붙였다.
정부의 해명에도 여권 내 반대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추미애 경기지사는 김 후보자가 윤 전 총장 징계 반대 성명에 참여하고 정진웅 검사 사건 등의 지휘라인에 있었다는 점을 문제 삼으며 연일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전날(16일)에는 김 후보자의 해명을 비판하면서 '나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까지 거론했다. 추 지사는 이날도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에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기소된 책임 등을 거론하며 김 후보자에게 중수청장을 맡겨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8개 당원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김 후보자 지명 철회를 재차 요구했다. 김 의원은 "부적격 인사를 개청 일정에 쫓겨 무리하게 임명하는 것은 개혁의 자폭"이라며 "차라리 초대 청장 자리를 잠시 비워두는 한이 있더라도 제대로 된 인적 쇄신과 검증이 최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윤건영·정청래 "적격 의구심"...민변도 "반대" 합류
윤건영 의원도 이날 "개인적으로 부정적"이라고 했다. 그는 "김 후보자의 궤적을 보면 검찰개혁에 온전한 생각과 의지가 있는 분인가라는 의구심이 있다"며 청와대 추가 검증과 인사청문회를 통해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추 지사가 김 후보자를 아이히만에 빗댄 데 대해서는 “너무 날이 서 있는 적대적 언어”라며 자제를 주문했다.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도 14일 유튜브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수사와 기소 분리, 검찰개혁에 반대했던 사람이 중수청장으로 오는 게 맞는지 심사숙고가 있어야 한다"고 밝혀 반대론에 힘을 보탰다.
민변까지 반대 대열에 가세했다. 민변 사법센터는 이날 논평에서 "얼마 전까지 수사·기소 분리의 검찰개혁을 반대하는 데 앞장섰던 김 후보자는 초대 중수청장으로서 부적격하다"고 주장했다. 민변은 검수완박 입법 반대, 윤 전 총장 징계 반대 성명 참여,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수사 지휘라인 등을 근거로 들면서 "출범일에 쫓겨 부적합한 후보를 선택하는 것보다 검찰개혁을 완수할 개혁적 중수청장 임명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반대 측의 주장을 종합하면 김 후보자의 특정 사건 처리 결과 자체보다는 수사·기소 분리에 대한 철학적 일관성과 초대 수장으로서의 상징성에 무게가 실린다. 검찰의 직접수사권 축소에 반대했던 검사 출신 인사가 검찰의 수사권을 떼어내 만들어지는 중수청을 이끄는 것이 제도 개편의 취지와 맞느냐는 문제 제기다. 반면 김 후보자와 행안부는 과거 발언이 수사·기소 분리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라 범죄 피해자 보호와 수사 공백을 우려한 것이었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김 후보자를 지명할 당시 "수사·법률 전문가로서 중수청을 빠르게 안착시킬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민주당도 원내대변인 명의로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를 이끌 첫 수사기관 수장의 지명을 환영한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당내 반발이 확산되자 이 대통령은 추가 검증을 지시했고, 아직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안이 제출되지 않은 상태다. 김 차관은 이날 "청와대 추가 검증은 별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검증 결과가 나오는 대로 청문 요청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여당 지도부와 주류는 지명 철회 요구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최근 김 후보자 인선 등을 계기로 대통령을 겨냥한 여권 내부 비판이 확산되는 데 대해 당내 분열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이해식 의원은 "짧은 시간 안에 다시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새로운 후보자를 제청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현 후보자를 상대로 청문 절차를 진행하는 데 무게를 뒀다.
결은 다르지만 국민의힘 역시 김 후보자에 대한 인선 과정을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이 이미 지명한 후보자를 여권 반발 뒤 다시 검증하도록 한 것은 부적절하다며 인사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적임자라고 했다가 추가 검증에 들어가고 다시 행안부가 적임자라고 감싸고 있다"며 정부가 여권 강경파의 반발에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개청 전 총체적 난국...수사 인력 확보도 난항
이런 상황에서 개청을 코앞에 둔 중수청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수장 인선만이 문제는 아니다. 중수청은 개청을 코앞에 두고 수사 인력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수청 정원은 수사관 2567명과 일반직 307명 등 총 2874명이다. 지난달 1차 특례임용에는 당초 2375명이 신청한 것으로 발표됐으나 1명이 추가 집계돼 2376명으로 정정됐다. 이후 615명이 신청을 철회하면서 최종 신청자는 1761명으로, 전체 정원의 61.3% 수준으로 줄었다. 철회자 대부분은 검찰수사관으로 알려졌다. 특례임용을 신청한 검사 수는 비공개다. 행안부는 "향후 인사관리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공개하기 어렵다"고 했다.
개청준비단은 이에 따라 지난 15일부터 검사와 검찰직·마약수사직 공무원 등을 대상으로 2차 특례임용에 들어갔다. 오는 20일까지 신청을 받은 뒤 이달 말 대상자를 선정해 10월 2일 개청에 맞춰 순차적으로 임용한다는 계획이다. 출범이 임박한 점을 고려해 이번에는 별도의 철회 기간도 두지 않았다.
청장 임명이 늦어질 경우 고위 수사 인력 인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해식 의원은 5급 이상 중수청 수사관은 중수청장의 추천 등을 거쳐 임명 절차가 진행되는 만큼 "청장 임명이 안 되면 5급 이상 수사관을 추천할 사람이 없는 채 출발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형사사법체계 대전환의 핵심 기관인 중수청은 출범 첫날부터 부패·경제·마약·방위사업·국가보호·사이버·법왜곡 등 7대 중대범죄 수사를 맡아야 한다. 그러나 개청을 보름 앞둔 현재까지 초대 청장 인사청문 절차조차 시작되지 않은 데다 인력 충원도 진행 중이다. 이 대통령과 정부가 김 후보자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과 조직 출범이라는 두 과제를 남은 보름 동안 어떻게 정리하느냐가 중수청의 첫 출발을 좌우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