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추경호 시장과 오랫동안 함께해 온 인연이 있습니다. 하지만 협치가 집행부의 입장을 무조건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중환 대구시의회 운영위원장(대구 달성)이 추경호 대구시장과의 오랜 인연을 인정하면서도 의회 본연의 견제와 감시에는 분명한 선을 그었다.
서로 잘 알고 지역 현안을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은 대구시와 시의회 간 소통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개인적인 친분이 정책 판단의 기준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가까운 사이’와 ‘시정에 대한 견제’는 별개의 문제라는 얘기다.

하 위원장은 지난 17일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중요한 것은 정당이나 개인적인 인연이 아니라 그 정책과 사업이 시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달성군의회 재선 의원을 거쳐 대구시의회에서도 재선에 성공한 하 위원장은 기초·광역의회를 모두 경험한 ‘풀뿌리 4선’ 지방의원이다.
제9대 대구시의회 후반기 운영위원장을 지낸 데 이어 제10대 전반기에도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최근에는 대한민국시도의회운영위원장협의회 제12대 전반기 수석부회장이라는 중책도 맡았다.
지방의회 부활 35년을 바라보는 감회가 남다른 이유다.
하 위원장은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어느덧 3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며 “저 역시 기초의원으로 시작해 광역의원까지 오랜 기간 의정활동을 하며 현장에서 시민들과 동고동락해 왔기에 개인적으로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35년의 시간이 흘렀다고 지방자치가 완성된 것은 아니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중앙정부 중심 행정과 수도권 집중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지방분권은 지방의회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고 봤다.
하 위원장이 생각하는 풀뿌리 민주주의는 거창하지 않다.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것은 거창한 구호보다 결국 시민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정책에 담아내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의회가 정책과 대안을 만들어 실제 생활의 변화로 돌려주는 것. 그는 이를 지방의회의 존재 이유로 꼽았다.
그래서 제10대 대구시의회에서는 ‘말하는 의회’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성과를 만들어내는 정책 중심 의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마무리된 제328회 정례회는 이런 방향을 구체적인 의정활동으로 보여준 무대였다.
대구시의회는 16일간의 회기 동안 결산과 추가경정예산안, 행정사무 감사 계획을 비롯한 각종 안건을 심사했다.
특히 운영위원회에서는 대구경북행정통합·대구경북신공항·악취개선 대책을 위한 3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행정통합과 신공항이라는 대구의 중장기 미래 현안뿐 아니라 시민들이 일상에서 직접 겪는 악취 문제까지 특별위원회 의제로 올렸다.
‘대구의 미래’와 ‘시민의 오늘’을 동시에 의회가 챙기겠다는 것이다.
의회의 역할은 안건 심사에만 머물지 않았다.
기획행정위원회는 중앙119구조본부를 찾아 재난 대응체계를 현장에서 점검했고, 주요 지역 현안을 놓고 전체 의원들의 뜻을 모으는 대응도 이어졌다.
대구시의회는 정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에 반대 관점을 밝히고 미래대응기금 재검토를 촉구했다. 에너지자원공사 유치와 관련해서도 대구가 적합한 입지라는 견해를 밝히며 지역 유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 위원장이 말하는 ‘성과를 만드는 정책의회’가 단순한 구호에 머물지 않으려면 이런 현안들을 실제 정책과 결과로 연결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다.
운영위원장에게는 의원들의 정책활동을 뒷받침하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조정하는 역할도 요구된다.

하 위원장은 제9대 후반기 운영위원장을 맡으며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웠던 일이 ‘조정과 소통’이었다고 털어놨다.
의원마다 지역과 정책에 대한 요구가 다르고 집행부 역시 별도의 입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중간에서 균형을 잡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지역사회 각계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과정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였고, 의회가 보다 협력적이고 유연하게 운영되는 것도 경험했다고 했다.
제10대 전반기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갈 계획이다.
정책지원 시스템을 강화하고 의원 연구모임과 교육·연찬 활동을 활성화해 의원들이 보다 전문적인 의정활동에 집중하도록 뒷받침하겠다는 것이다.
하 위원장은 이를 “의회 운영은 더 효율적으로 하고, 의원들의 의정활동은 더 전문적으로 하며, 시민들에게 돌아가는 성과는 더 실질적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압축했다.
추경호 시장과의 관계에서도 그가 내세우는 기준은 ‘시민’이다.
두 사람은 달성을 기반으로 지역에서 오랫동안 인연을 이어왔다.
하 위원장은 이런 관계가 대구시와 시의회의 소통과 협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시장님과 제가 서로의 입장과 지역 현안에 대해 충분히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대구 발전을 위해서도 좋은 점”이라며 “정책에 대해 미리 공유하고 조율할 수 있다면 불필요한 갈등이나 시행착오를 줄이고 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보다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곧바로 원칙을 꺼냈다.
“협치가 집행부의 입장을 무조건 따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집행부와 원활하게 소통하고 협력하되 의회가 해야 할 견제와 감시는 분명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반대로 집행부 정책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반대하는 것 역시 의회의 기능이 아니라고 했다.
“중요한 것은 정당이나 개인적인 인연이 아니라 그 정책과 사업이 시민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개인적 인연은 협치를 위한 소통의 통로가 될 수 있지만, 정책 판단의 기준은 시민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하 위원장은 “대구시와 충분히 소통하고 머리를 맞대면서도 잘못된 부분은 분명하게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건강한 협치와 견제가 조화를 이루는 대구시의회를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활동 반경도 대구시의회에서 전국 지방의회로 넓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시도의회운영위원장협의회 수석부회장을 맡은 하 위원장은 전국 광역의회와 연대·협력을 강화해 지방의회의 위상을 높이고 지방분권과 지역 현안 해결 과정에서 대구가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집중호우 피해를 본 경남 거제·통영 주민들을 위해 경남도의회를 찾아 성금을 전달한 것도 광역의회 간 연대의 한 사례다.
언론과 지방의회의 관계에서도 하 위원장은 ‘소통’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대구시당 대변인과 중앙당 부대변인을 지낸 그는 지역 언론과 폭넓게 소통해 왔다.
하 위원장은 “언론과 의회가 시민 복리 증진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하는 꼭 필요한 협력 관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방의회는 국회보다 시민들의 생활과 훨씬 가까운 만큼 지역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언론과 소통할 때 좋은 이야기만 듣기보다 현장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시민들이 무엇을 불편해하는지를 듣는 데 더욱 관심을 갖겠습니다.”
다만 시민들이 시의회가 실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충분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아쉬움도 털어놨다.
시의회 스스로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역 언론도 의회의 활동과 성과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데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하 위원장이 그리는 제10대 대구시의회의 방향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집행부와는 소통하되 끌려가지 않고, 의원들 사이에서는 조정하되 원칙을 잃지 않으며, 중앙정부에는 지역의 목소리를 내고, 시민에게는 정책의 결과로 평가받는 의회다.
행정통합·신공항처럼 대구의 미래를 좌우할 현안부터 악취처럼 시민들이 매일 겪는 생활문제까지 의회가 직접 의제로 끌어안겠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방의회 부활 35년.
기초의회에서 출발해 광역의회까지 걸어온 하중환 위원장은 이제 ‘지방의회가 왜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말이 아닌 결과로 답해야 할 때라고 보고 있다.
그는 “시민 여러분께서 선택해 주신 만큼 그 기대에 보답하는 것이 의원들의 가장 큰 책무”라며 “시민들께서 ‘의회가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인식할 수 있는 의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