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5분도 쉴 시간이 없어요. 그래도 현장을 다녀야 합니다. 주민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들어야 하니까요.”
취임 2개월 반. 권오상 대구 서구청장의 시간은 집무실보다 현장에서 더 빠르게 흘렀다.

서구 전역을 직접 돌며 주민들을 만나고 동네 곳곳의 현안을 확인했다. 한 곳에 가면 한 시간은 기본이었다. 주민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면 한 시간 반, 때로는 두 시간 가까이 자리를 지켰다.
그렇게 이어온 서구 17개 동 전역의 첫 현장 순회 일정은 18일 일단 마무리된다.
그러나 권 청장은 이를 끝이라고 보지 않았다. 주민들에게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취지로 말하며 앞으로도 계속 현장을 찾아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권 청장은 지난 17일 아이뉴스24와 만난 자리에서 취임 이후 서구를 돌며 느낀 생각을 ‘변화’와 ‘희망’이라는 두 단어로 압축했다.
“서대구역을 중심으로 변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5년, 10년 뒤에는 분명 변화가 있겠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민들에게 계속 줘야 합니다.”
그가 현장을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고서만으로 지역을 파악하기보다 주민들이 무엇을 불편해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듣고, 해결할 수 있는 것부터 하나씩 바꾸겠다는 것이다.
권 청장은 대규모 프로젝트가 완성되는 날까지 주민들에게 무작정 기다려달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큰 프로젝트는 단기가 안 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래서 장기 사업은 장기 사업대로 추진하되 사업을 단계별로 나눠 지금 할 것부터 움직이고 주민들이 눈으로 확인할 변화를 계속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서대구역이 있다.
권 청장에게 서대구역은 KTX가 정차하는 철도역 하나가 아니다.
철도와 도로, 역세권과 산업단지, 향후 신공항 접근망과 미래교통까지 연결해 서구의 도시 구조를 바꿀 ‘서구 재도약의 관문’이다.
이미 KTX와 대경선이 서대구역을 통과한다. 앞으로 대구산업선과 신공항철도 등 새로운 철도망이 연결되면 서대구역의 교통거점 기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도심항공교통(UAM) ‘하늘길’이다.
대구시는 최근 서대구역 인근을 UAM 버티포트 입지로 선정하고 2030년 시범운항을 목표로 사업 추진에 들어갔다.
구상은 서대구역에서 왜관IC를 거쳐 경북 김천까지 약 61km를 연결하는 것이다.
초기부터 시민을 태우는 ‘하늘택시’를 운항하는 단계는 아니다. 산불감시·재난구호·고속도로 교통관리·치안 등 공공분야에서 먼저 UAM을 운항해 안전성과 활용성을 검증한 뒤 관광·교통·물류 등 민간서비스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권 청장은 이 같은 미래교통 구상을 서구의 변화가 더 이상 막연한 미래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는 신호로 바라봤다.
철길에 이어 하늘길까지 서대구역을 중심으로 연결되면 서대구역은 단순한 철도 환승거점을 넘어 미래형 복합교통거점으로 역할을 넓힐 수 있다는 기대다.
그러나 권 청장이 말하는 변화는 5년, 10년 뒤의 거대한 프로젝트에만 있지 않다.
당장 주민들이 눈으로 볼 수 있는 변화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 첫 공간으로 주목하는 곳이 서대구역 광장이다.
권 청장은 광장을 단순히 열차 이용객들이 지나가는 공간으로 두지 않고 주민과 산업단지 근로자들이 모이고 즐기는 생활·문화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오는 11월께 서대구역 광장에서 산업단지 근로자들이 참여하는 가요제를 개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기존에 다른 공간에서 열리던 근로자 행사를 서대구역 광장으로 가져와 산단 근로자와 주민들이 함께 즐기도록 하고, 동시에 광장에 사람을 불러 모으겠다는 구상이다.
‘기차를 타러 가는 역’에서 ‘사람이 찾아오고 머무는 역’으로 바꾸는 변화다.
서대구역에서 바라보이는 주변 달서천과 경사면도 그냥 두지 않을 생각이다.
권 청장은 역에서 눈에 들어오는 경사면을, 서구를 알리는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주변 하천과 산책로 역시 생태·생활공간으로 개선해 서대구역 주변의 첫인상부터 바꿔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거대한 역세권 개발이 모두 끝난 뒤에야 변화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것부터 지금 바꾸겠다는 것이다.
권 청장은 “서대구역을 중심으로 변화가 있고 시작을 한다”는 점을 주민들이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 변화는 서대구역에서 멈추지 않는다.
서구의 오랜 숙제인 염색산업단지도 권 청장이 반드시 변화를 만들어야 할 곳으로 꼽았다.
염색산단 이전 논의를 진행하더라도 이전하는 날까지 현재의 문제를 그대로 둘 수는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산업단지가 만들어졌던 당시와 달리 도시가 팽창하면서 산단과 생활권이 가까워진 만큼 악취와 환경 문제를 지금부터 줄이고 산업구조 역시 보다 친환경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종 다변화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다만 새로운 업종이 들어오면서 기존 기업과 근로자들이 생존과 일자리 불안을 느낄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의견 수렴과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폐수처리와 산단 에너지원 전환 역시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로 꼽았다.
권 청장은 “염색산단 이전한다고 말만 하고 그때까지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장기적으로 이전을 추진하더라도 그때까지 악취를 참고 살라고 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악취와 환경 문제를 줄이고 산단의 체질을 조금씩 바꾸는 작업은 지금 시작해야 한다는 현실론이다.
취임 2개월 반 동안 서구 전역을 누빈 권 청장이 현장에서 확인한 것도 결국 이 지점이다.
주민들은 거대한 청사진 못지않게 “그래서 우리 동네가 지금 무엇이 달라지고 있느냐”를 묻는다는 것이다.
권 청장은 큰 사업은 큰 사업대로 끌고 가면서 그 사이 주민들이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변화를 하나씩 현실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서대구역 철도망과 UAM 같은 미래교통은 미래의 서구를 준비하고, 서대구역 광장과 산책로·주변 환경은 오늘의 변화를 보여주는 방식이다. 염색산단의 악취와 환경 문제 역시 이전이라는 먼 목표에 묻어두지 않고 지금부터 손을 대겠다는 것이다.
5분도 쉴 틈 없이 서구 전역을 누빈 2개월 반.
18일이면 첫 현장 순회는 끝나지만 권 청장은 오히려 그때부터가 다시 시작이라고 했다.
철길은 이미 들어왔다. 새로운 철도망이 준비되고 있고, 이제 서대구역에서 김천까지 이어지는 미래의 하늘길도 그려지고 있다. 오는 11월에는 서대구역 광장에 산업단지 근로자와 주민들이 함께 모이는 가요제도 추진된다.
오랫동안 서구의 숙제로 남아 있던 산업단지와 환경 문제에도 변화의 손길을 넣겠다는 게 권 청장의 구상이다.

서대구역에서 시작된 변화가 철길에서 하늘길로, 광장에서 산업단지와 주민들의 생활공간으로 조금씩 뻗어가고 있다.
권 청장이 서구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도 결국 하나다.
“변화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서구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그 변화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