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중국 자동차시장의 성장 공식을 만들었던 외국 완성차와 현지 업체 간 합작 체제가 재편되고 있다. 현지 업체의 성장과 가격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외국계 완성차들이 중복 투자와 판매망을 줄이는 방향으로 중국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토요타는 중국 내 두 합작사의 판매·서비스망을 통합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반면 현대자동차는 베이징자동차그룹(BAIC)과 베이징현대에 11억달러를 투입하고 신차 20종을 출시하기로 했다.
토요타가 효율화에 무게를 뒀다면 현대차는 전동화와 현지 개발, 수출 확대를 통해 중국 사업의 돌파구를 찾는 전략이다.

1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중국 광저우자동차그룹(GAC)은 최근 중국제일자동차그룹(FAW)이 보유한 자동차 합작사 지분 일부를 인수하기 위한 의향서를 체결했다. 인수 대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 관영 경제일보는 FAW토요타라고 보도했다.
거래가 성사되면 FAW토요타와 GAC토요타의 판매·서비스망이 통합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지분 인수 대상과 규모, 통합 방식은 확정되지 않았으며 본계약 체결과 관계 당국의 승인 절차도 남아 있다.
FAW토요타와 GAC토요타는 2021년 합산 판매량 기준 폭스바겐에 이어 중국 시장 2위에 올랐지만 올해 1~8월에는 BYD와 지리자동차, 폭스바겐에 밀렸다. 같은 기간 두 합작사의 중국 승용차시장 점유율은 합계 7%에 그쳤다.
양사의 딜러망도 2022년 1466곳에서 올해 1271곳으로 13.3% 감소했다. 판매 부진 속에서 별도의 생산·판매·서비스 조직을 유지하는 부담이 커지자 통합을 통한 비용 절감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중국 자동차 제조업의 이익률은 과잉 생산과 출혈적인 가격 경쟁으로 최근 10년 내 최저 수준인 1.5%까지 떨어졌다. 중국 정부도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주요 완성차 업체의 인수·합병과 구조조정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신차 20종·연 50만대 목표…中을 전동화·수출 허브로
현대차는 비용 축소보다 제품과 생산 기반 강화에 나섰다. 현대차와 BAIC는 2024년 12월 베이징현대에 총 11억달러를 공동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양사가 절반씩 부담하며 투자 이후 베이징현대의 등록자본금은 40억7400만달러로 늘어난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중국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V’를 공개한 데 이어 향후 5년 동안 중국 시장에 신차 20종을 투입할 계획이다. 전기차뿐 아니라 플러그인하이브리드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등으로 전동화 제품군을 확대해 지역과 고객층별 수요에 대응한다.

차량 개발 방식도 한국 본사 중심에서 중국 현지 중심으로 바꾼다. 아이오닉 V에는 중국 자율주행업체 모멘타의 기술을 적용하고 배터리업체 CATL과의 협력도 강화한다. 중국의 소프트웨어와 배터리 공급망을 활용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는 구상이다.
다만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가 회복하기 위해서는 현지 전기차 업체들과의 기술·가격 경쟁을 넘어 브랜드 경쟁력까지 끌어올려야 한다. 대규모 투자와 신차 출시가 실제 판매 회복으로 이어질지가 중국 사업 재건의 관건이다.
베이징현대, 내수 넘어 수출 허브로
현대차는 베이징현대 공장을 중국 내수용 생산기지에 머물게 하지 않고 글로벌 수출 거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현대차가 제시한 2030년 연간 판매 목표 50만대에는 중국 내수뿐 아니라 유럽과 영국, 중동 등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포함된다.
중국 내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수출을 확대해 기존 생산설비의 가동률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현지 부품 공급망과 생산 기반을 활용하면 중국에서 개발·생산한 차량을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해외시장에 공급할 수 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이미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고 좋은 수출 허브이기 때문에 중국 시장은 현대차의 현실적인 목표"라며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의 전략이 성과를 내려면 신차 20종의 경쟁력을 입증하는 동시에 2030년 연간 50만대 목표를 뒷받침할 수출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중국 사업에 다시 투입한 11억달러가 판매 회복과 공장 가동률 상승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중국 전략을 가르는 주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