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넘어 버스·트럭으로…현대차, 수소 생태계 판 키운다

승용차 넘어 버스·트럭으로…현대차, 수소 생태계 판 키운다

수소차 사업 승용에서 상용으로⋯"전기차와 경쟁 아닌 보완"

버스·트럭 등 앞세워 생산부터 활용까지 밸류체인 확장나서

[아이뉴스24 최란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수소 사업의 축을 승용차에서 상용차로 넓히며 밸류체인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짧은 충전시간과 긴 주행거리, 높은 가동률을 앞세워 배터리 전기차의 한계가 상대적으로 뚜렷한 장거리·고중량 운송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차량만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소의 생산부터 저장·운송·충전·활용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밸류체인 구축도 병행한다. 상용차를 안정적인 초기 수요처로 확보해 수소 인프라 투자를 유도하고, 이를 다시 차량 보급 확대로 연결하려는 구상이다.

HTWO 광저우와 카이워그룹이 공동 개발한 8.5m 수소전기버스. [사진=현대자동차그룹]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 제주 그린수소 글로벌 포럼 with 분산에너지 포럼'에서 이 같은 방향을 담은 '수소전기차(FCEV) 기반 도시 모빌리티 회복 탄력성 전략'을 발표했다.

핵심은 수소차와 전기차를 경쟁 관계가 아닌 보완 관계로 보는 데 있다. 승용차와 단거리 운송에는 전기차를 활용하고, 전력망과 충전시간의 제약이 큰 장거리·고중량 운송에는 수소차를 투입하는 방식이다.

핵심은 수소차와 전기차를 경쟁 관계가 아닌 보완 관계로 규정한 데 있다. 전력망만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영역에서 수소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충전시간·적재량 강점…상용차가 수소 확산 '마중물'

현대차그룹은 버스와 택시, 물류트럭처럼 운행시간과 가동률이 중요한 필수 모빌리티 영역에서 수소차의 활용 가치가 높다고 보고 있다.

배터리 전기차는 주행거리를 늘리려면 배터리 용량과 무게도 함께 증가한다. 대형 트럭에서는 배터리가 무거워질수록 화물 적재량이 줄고 충전시간 동안 차량을 운행하지 못하는 부담도 커진다.

반면 수소전기차는 고압 수소탱크의 용량을 늘려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어 대형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트럭보다 적재량 감소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연료 충전도 내연기관 차량과 유사한 방식으로 이뤄져 대기시간을 줄일 수 있다.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팀에 제공된 현대차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XCIENT Fuel Cell). [사진=현대차그룹]

차량이 정해진 노선을 반복 운행하는 버스와 물류트럭은 충전 수요를 예측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다. 거점형 충전소를 구축하면 승용 수소차보다 적은 수의 충전소로도 일정 규모의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수소 상용차를 전체 수소 생태계를 키울 초기 시장으로 주목하는 이유다.

가장 구체적인 움직임은 버스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선진그룹 등과 다자간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수도권 주요 노선에 수소버스를 순차적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목표는 2032년까지 480대를 도입하는 것이다. 선진그룹이 보유한 전체 버스 약 1700대의 28.2%에 해당한다. 일정한 노선을 운행하는 대규모 버스 수요를 확보하면 차량 공급뿐 아니라 충전소 운영의 경제성도 함께 높일 수 있다.

HTWO로 생산부터 활용까지…수소 밸류체인 연결

현대차그룹의 수소 전략은 차량 보급에만 머물지 않는다. 수소 생산과 저장, 운송, 충전, 차량 활용을 하나의 사업구조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중심에는 수소 사업 브랜드 ‘HTWO’가 있다. HTWO는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 브랜드로 출발했지만, 현대차그룹은 2024년 CES에서 이를 그룹 전체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로 확대하겠다고 선언했다.

HTWO는 수소의 생산부터 활용까지 고객에게 필요한 기술과 인프라를 묶어 제공하는 ‘HTWO 그리드’ 솔루션을 추진하고 있다. 수소 생산설비와 저장·운송 체계, 충전소, 연료전지시스템과 차량을 개별적으로 공급하는 대신 고객 환경에 맞춰 하나의 패키지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의 수소 생산거점 ‘HTWO 에너지 청주’.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생산거점도 확대하고 있다. 충북 청주의 ‘HTWO 에너지 청주’는 하루 약 500㎏의 수소를 생산한다. 수소 승용차 넥쏘 약 10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생산량을 하루 2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해외에서는 중국 광둥성에 조성한 ‘HTWO 광저우’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첫 해외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생산기지로 연간 6500기의 생산능력을 갖췄다.

9조원이 투입되는 새만금 AI 밸리 구상에도 수전해 플랜트와 AI 수소도시 조성 계획이 포함됐다. 국내외 생산거점을 늘리는 동시에 상용차와 산업시설 등 실제 수소 수요처를 함께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당장 수익보다 시장 확대…규모의 경제가 관건

수소 상용차와 밸류체인 확대가 단기간에 수익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수전해 설비와 연료전지시스템, 저장·운송 장비, 충전소를 구축하는 데 막대한 초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차량 보급량이 많지 않은 초기에는 충전소 가동률이 낮아 운영 수익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수소 생산량과 운송 물량이 적으면 연료 가격도 낮추기 힘들다.

현대자동차그룹 HTWO 광저우, '2026 국제수소에너지 및 연료전지차 대회' 참가 [사진=현대차]

결국 차량과 충전소 가운데 어느 한쪽만 늘려서는 시장을 키우기 어렵다. 상용차 보급을 통해 안정적인 수소 수요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생산과 운송·충전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야 단가를 낮출 수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보조금, 충전소 구축 지원, 청정수소 생산 인센티브 등 정책 지원도 초기 시장 형성에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의 상용차 전략 역시 당장의 차량 판매 확대보다는 수소 수요의 저변을 넓혀 밸류체인 전체의 규모를 키우려는 장기 포석에 가깝다. 버스와 트럭에서 안정적인 수요를 확보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고, 생산·운송·충전 비용을 낮출 수 있느냐가 수소 사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최란 기자(ra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