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국산 신약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 궤도에 안착했다. 연매출 10억 달러를 넘기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탄생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이제는 하나의 성공에 그치지 않고 제2·제3의 신약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17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추산에 따르면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와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의 내년 글로벌 매출은 각각 2조1893억원, 1조4389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최근 3년간 연평균 성장률을 적용해 예상한 추정치다. 진흥원은 이밖에 HK이노엔 '케이캡', 대웅제약 '나보타' 등을 후속주자로 거론했다.
글로벌 제약업계에서 통상 연매출 10억 달러(약 1조4000억원) 이상 의약품을 블록버스터로 분류한다. 전 세계적으로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100여 개 수준이지만 전체 의약품 시장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영향력이 크다.
국내 기업이 만든 신약 중 이 기준을 넘어선 제품은 아직 없다. 짐펜트라와 엑스코프리가 실제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를 경우 국산 신약의 글로벌 상업화 역량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국산 신약의 글로벌 성과가 본격화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도 다음 단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신약은 특허 만료와 경쟁 제품 등장 등에 따라 시장 지위가 약화될 수 있는 만큼 후속 파이프라인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첫 신약에서 확보한 자금과 개발·상업화 경험을 후속 신약으로 연결해 제2·제3의 성공을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성장의 핵심으로 꼽힌다.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의 뒤를 이을 두 번째 제품으로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을 낙점했다. 지난달 미국 바이오헤이븐으로부터 오파칼림의 글로벌 개발·상업화 권리를 최대 7억9500만달러(약 1조1000억원)에 도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오파칼림은 최근 비임상 독성 소견과 관련한 추가 자료 요구로 FDA의 부분 임상 보류 조치를 받은 상태지만 회사 측은 이 문제가 10~11월에는 해결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오파칼림과 세노바메이트의 상호보완적 특성을 활용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노바메이트가 강한 발작 억제 효과를 강점으로 갖는다면 오파칼림은 상대적으로 우수한 안전성과 내약성이 강점이다.
회사는 오파칼림을 '세컨드 프로덕트'로 명명하고 미국 시장에서 여러 신약을 직접 판매하는 '멀티 프로덕트'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셀트리온도 바이오시밀러 사업과 짐펜트라 개발 과정에서 쌓은 역량을 자체 신약 개발로 연결하고 있다. 현재 25종의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다. 이 가운데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 'CT-P70'·'CT-P71'·'CT-P73'은 모두 임상 1상에 진입했으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다.

유한양행 역시 렉라자의 뒤를 이을 후속 신약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R&D 데이에선 △알레르기 치료제 '레시게르셉트' △MASH 치료제 'YH25724' △HER2 표적항암제 'YH42946' △HER2/4-1BB 이중항체 '네스프로타미그' △EGFR 이중항체 기반 면역항암제 'YH32364' 등 주요 5개 신약 파이프라인을 포스트 렉라자 후보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표적단백질분해(TPD) 등 신규 플랫폼 기술 확보에도 나서며 후속 신약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기반을 넓히고 있다.

HK이노엔도 '포스트 케이캡' 발굴이 목표다. 암과 소화기, 당뇨·비만, 자가면역질환 등으로 신약 파이프라인을 다변화하고 있다. 현재 자가면역질환 신약 'IN-115314'는 국내 임상 2상, GLP-1 계열 비만치료제 'IN-B00009'는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하나의 성공만으로 장기적인 성과를 담보하기는 어렵다. 결국 첫 성공을 다음 신약으로 얼마나 잘 연결하느냐가 중요하다"며 "글로벌 제약사로 도약하려면 하나의 성공에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후속 파이프라인을 확보해 신약을 지속적으로 배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