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메탈 밴드가 기타와 드럼을 내려놓았다.
하이브리드 메탈 밴드 NA103이 18일 공개하는 여섯 번째 싱글이자 세 번째 발라드 'Only Us'에서 앞세운 것은 피아노와 목소리다. 메탈과는 꽤 멀어 보이는 조합이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피아노라는 이름은 ‘피아노포르테(Pianoforte)’에서 왔다. Piano와 Forte, 여림과 강함을 함께 가진 악기다.
부드럽고 서정적인 악기로 생각하기 쉽지만 소리가 만들어지는 방식은 의외로 거칠다. 해머가 현을 때린다. 현대 피아노 안에는 강철현이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소리는 아주 작게 속삭이기도 하고 공간을 가득 채울 만큼 크게 울리기도 한다.
사람의 목소리도 마찬가지다. Whisper와 Shouting. 숨결 같은 속삭임도 목소리고, 온몸으로 내지르는 외침도 목소리다.
'Only Us'에는 톰지의 속삭임과 샤우팅이 함께 있다. 피아노도 여림과 강함을 오간다. 그런데 이 곡은 그 힘을 터뜨리는 데 쓰지 않는다. 'Only Us'는 강함을 없앤 음악이 아니다. 강함의 쓰임을 바꾼 음악이다. 폭발할 수 있지만 폭발하지 않는다. 압도할 수 있지만 압도하지 않는다. 힘이 없어서 부드러운 게 아니라, 힘을 가지고도 부드럽다. 이 점이 흥미롭다.
우리는 보통 강함을 큰소리와 연결한다. 자기 말을 들려주려면 더 크게 말하고, 상대에게 밀리지 않으려면 더 세게 맞선다.
요즘 세상을 보면 더 그렇다. 외침과 반박, 투쟁과 갈등이 서로를 덮는다. 모두가 조금이라도 더 큰 목소리를 내려 한다. 어쩌면 소리의 크기가 이미 임계점을 넘어선 시대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Only Us'는 반대로 간다. 소리를 덜어낸다. 그리고 침묵과 여백을 남긴다. 침묵이라고 해서 반드시 가벼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아무 소리도 없을 때 더 크게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고함에는 고함으로 맞설 수 있다. 침묵에는 맞서 싸울 소리가 없다. 소란이 사라지고 나면 결국 자기 안의 소리를 듣게 된다.
여기서 메탈의 오래된 키워드인 ‘저항’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저항은 꼭 힘으로 힘을 받아쳐야 하는 것일까. 펀치가 날아올 때 맞받아치면 충돌한다. 하지만 비켜주면 상대가 쏟은 힘은 허공으로 빠진다. 상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하지 않는 것. 상대의 의도에 끌려가지 않고 자신의 의도를 지키는 것. 이것도 저항이다. 때로는 맞받아치지 않는 것이 더 강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메탈의 ‘무거움’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메탈이라고 하면 강한 기타와 드럼, 큰 음압과 헤드뱅잉을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메탈의 무게는 꼭 소리의 무게뿐일까. Metal은 금속의 이름이다. 금속현이 떨리고, 그 진동은 전기신호가 되고, 다시 소리가 된다. 눈에 보이는 금속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사람에게 도착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와 감각이다. 물질은 자신의 무게를 갖는다.
사람은 조금 다르다. 기억도 짊어지고, 상처도 짊어지고, 사랑과 두려움, 고독과 희망까지 안고 살아간다. 물질은 자신의 무게를 담지만, 정신은 존재의 무게를 담는다. NA103이 생각하는 메탈의 무게는 이쪽에 더 가까워 보인다. 얼마나 세게 연주하느냐보다 무엇을 느끼고 무엇을 견디고 살아가느냐의 문제다.

NA103은 하이브리드 메탈 밴드지만 저항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때로는 블랙홀처럼 받아들이고, 때로는 흰 구름처럼 흘려보낸다. 저항도 수용도 목적은 아니다. NA103이 계속 붙잡고 있는 것은 감각이다. 'Only Us'는 그 감각을 따라 사랑으로 간다.
요즘은 사랑에도 생각이 너무 많다. 조건을 보고 가능성을 따지고, 서로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를 생각한다. 현실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사랑이 처음 시작되는 순간까지 계산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누군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어떤 목소리가 계속 귀에 남는다. 이유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해도 마음이 움직인다. 사랑은 생각 이전의 감각이다.
위로도 비슷하다. 누군가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고 ‘이 사람을 위로하면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를 먼저 계산하지 않는다.
눈빛을 보고,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 아픈 모습을 느끼면서 마음이 절로 움직인다. 우리가 말하는 측은지심도 그런 데서 시작될 것이다.
위로는 약한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도 아니다. 권력이 큰 사람도, 강한 사람도 결국 인간이다. 사랑받고 싶고, 이해받고 싶고, 때로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다. 누구도 위로의 필요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다. 그래서 NA103의 위로에는 편이 없다. 누가 더 옳은지를 먼저 따지지 않는다. 더 강해지라고 재촉하지도 않는다. 때로는 그냥 곁에 남는다.
많은 갈등의 밑바닥에는 지키고 싶은 것이 있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있고, 잃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두려움과 욕망이 더해지면서 그것이 갈등과 투쟁으로 바뀌기도 한다. 'Only Us'는 그보다 조금 더 이전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서로를 계산하기 전. 편을 나누기 전. 누가 옳은지 따지기 전. 그저 누군가에게 이끌리고 누군가의 아픔에 마음이 움직였던 순간이다.
거기서 이 노래가 발견하는 것은 위로다. 그래서 'Only Us'를 이렇게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위로의 메탈.’
메탈의 힘을 없앤 게 아니다. 그 힘의 방향을 바꿨다. Piano와 Forte. Whisper와 Shouting. 여림과 강함이 모두 한 곳으로 향한다. 위로다.
폭발하지 않는 메탈. 소리치지 않는 저항. 곁을 떠나지 않는 위로. 모두가 더 큰 목소리를 내려는 시대에 'Only Us'는 또 하나의 외침을 보태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우리가 정말 필요한 것은 더 큰 소리일까. 아니면 다시 누군가를 느끼는 일일까. 가장 강력한 저항은 사랑이고, 가장 강력한 사랑은 결국 위로다. Think Stop. Sense Open.
/서병기 기자(w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