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해도 써볼 곳이 없다”…대구 팹리스 ‘실증 절벽’ 넘는다

“반도체 설계해도 써볼 곳이 없다”…대구 팹리스 ‘실증 절벽’ 넘는다

우재준 의원·대구시, 지역 팹리스 6개사와 현장간담회…“시제품 다음은 실제 제품 적용”
로봇·미래모빌리티와 연결해 설계→검증→실증→상용화…국비사업으로 키울지 관건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반도체를 설계하고 시제품까지 만들었지만 실제 제품에 넣어 성능을 검증할 기회가 없다면 결국 매출도 투자도 기대하기 어렵다.

대구지역 팹리스 기업들이 현장에서 꺼낸 고민이다.

대구시와 우재준 국민의힘 국회의원(대구 북구갑)은 지난 16일 오전 대구시 산격청사 내 지능형반도체개발지원센터에서 지역 팹리스 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대구 반도체산업의 성장 방안을 논의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게 된 우 의원이 지역 반도체기업의 현안과 정책 수요를 직접 듣고 향후 의정활동과 정부 정책 건의에 반영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우재준 의원(왼쪽 4번째)과 지역 팹리스 기업 대표들이 간담회 후 단체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구시]

이날 간담회에는 텔레칩스, 아이디어스투실리콘, 에이직랜드, 휴컨, 엣지에이아이, 에이브에이랩 등 지역 팹리스 기업 관계자와 심관택 대구시 반도체소프트웨어과장, 김동현 지능형반도체개발지원센터장 등이 참석했다.

기업들의 요구는 분명했다.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설계한 반도체를 실제로 써볼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팹리스 기업이 개발한 반도체가 시장에서 매출과 투자로 이어지려면 설계와 시제품 제작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참석 기업들의 설명이다.

개발한 반도체를 실제 제품에 적용하고 시스템과 소프트웨어까지 개발한 뒤 성능과 신뢰성을 검증하는 실증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대구에서 운영 중인 지능형반도체개발지원센터는 고가의 반도체 설계툴 활용과 시제품 제작, 시험·분석, 기술 컨설팅 등을 지원하고 있다.

비수도권 팹리스 기업이 반도체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데 필요한 기반을 제공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지원의 중심이 설계·개발 단계에 맞춰져 있어 ‘시제품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데 한계가 있다는 문제가 이날 간담회에서 제기됐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렵게 칩을 개발해도 이를 적용해볼 수요기업을 찾지 못하면 제품 검증이 어렵고, 검증 실적이 없으면 다시 시장 진입과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는 연결고리가 생길 수 있다.

우재준 의원과 대구시 팹리스 기업과의 간담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대구시]

대구시가 여기서 주목하는 것이 로봇과 미래모빌리티다.

대구에는 반도체 수요가 예상되는 첨단 제조산업 기반이 있는 만큼 지역 팹리스와 로봇·미래모빌리티 기업을 연결하면 국산 시스템반도체를 실제 제품에 적용하고 검증할 기회를 넓힐 수 있다는 구상이다.

지역에서 반도체를 설계하고 지역 기업의 제품에 장착해 시험한 뒤 상용화까지 연결하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구조가 안착하면 팹리스 기업은 실증 기회를 확보하고 수요기업은 필요한 국산 반도체를 현장에서 검증할 수 있게 된다.

대구시는 이날 나온 기업들의 의견을 향후 반도체산업 정책과 신규 국비지원 사업 기획에 반영할 방침이다.

기존의 설계·시제품 제작·시험 지원에서 범위를 넓혀 설계→검증→실증→상용화로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AI 반도체를 비롯한 국산 시스템반도체의 지역 산업 적용 기회를 늘려 팹리스와 수요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우재준 의원은 “팹리스산업은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이자 미래 첨단산업을 이끌 중요한 성장동력”이라며 “지역 기업들의 의견이 정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 차원에서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심관택 대구시 반도체소프트웨어과장은 “대구가 보유한 로봇·미래모빌리티 등 수요산업 역량은 지역 팹리스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라며 “팹리스 기업과 수요기업 간 협력을 활성화해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대구 팹리스산업의 다음 승부처는 ‘개발한 칩의 숫자’보다 ‘실제 제품에 들어간 칩의 숫자’다.

설계툴과 시제품 제작 지원으로 기업의 첫걸음을 도왔다면 이제는 실제 로봇과 자동차 등 수요산업에서 국산 반도체를 시험하고 검증해 매출로 연결하는 두 번째 다리가 필요하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