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경제환경위원회는 시민들이 먹고사는 문제부터 숨 쉬고 살아가는 문제까지 다루는 곳입니다”
박종필 대구시의회 경제환경위원장(수성구4)이 17일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역할을 이렇게 압축했다.

경제와 환경. 얼핏 서로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시민의 일상에서는 떼어놓기 어렵다는 게 박 위원장의 생각이다.
장사가 안돼 문을 닫는 골목상권도, 일자리를 찾아 대구를 떠나는 청년도, 경쟁력을 잃어가는 전통산업도 경제환경위원회의 현안이다. 동시에 시민이 마시는 물과 대기질, 기후위기, 신천과 금호강, 도시공원 역시 같은 위원회가 다룬다.
박 위원장은 “대구경제가 유례가 없을 만큼 어려운 시기이고 기후위기 역시 시민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며 “민생경제 회복부터 미래 먹거리와 청년 일자리, 안전한 식수원과 기후위기 대응까지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오랫동안 지역 봉사활동을 해온 그는 2022년 비례대표로 대구시의회에 입성했다. 이후 수성구 제4선거구인 두산동·중동·상동·수성1가동·수성2·3가동·수성4가동을 지역구로 다시 의정활동을 이어가게 됐다.
제9대 의회에서는 경제환경위원회 부위원장을 거쳐 맑은물공급추진특별위원장을 맡았다.

그가 경제환경위원장을 맡은 뒤 가장 먼저 꺼내 든 화두는 거창한 미래산업보다 민생경제였다.
박 위원장은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단연 민생경제 회복”이라며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현장에서 얼마나 힘겹게 버티고 있는지를 보면 책상에서 정책을 만들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직접 찾아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공을 들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표적으로 ‘대구광역시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조례’를 개정해 전통시장 활성화 계획과 실태조사, 신시장 모델 발굴과 컨설팅 등을 뒷받침할 근거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대구신용보증재단 일일 지점장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을 직접 만난 경험도 꺼냈다.
현장에서 들은 자금난과 경영상의 어려움을 토대로 행정사무감사에서 특별보증상품과 골목상권 현장상담을 제안했고 실제 정책으로 이어졌다는 게 박 위원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는 “어려울 때마다 돈을 지원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했다.
“당장 힘든 분들을 돕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원이 끝나면 다시 어려워지는 구조라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결국 상권 스스로 사람을 끌어들이고 돈이 돌 수 있는 경쟁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다음 단계로 꺼낸 것이 ‘골목상권 로컬 브랜드’다.
동네마다 가지고 있는 음식과 문화, 역사, 공간적 특성을 살려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상권을 만들고 이를 장기적으로 육성할 로드맵을 대구시가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경쟁력 있는 골목상권은 그 자체로 지역의 브랜드가 되고 관광자원이 될 수도 있다”며 “지역 특성을 살린 로컬 브랜드를 발굴하고 키울 수 있도록 대구시에 지속적으로 주문하겠다”고 말했다.
미래산업만 좇다가 대구가 오랫동안 쌓아온 산업 기반을 놓쳐서도 안 된다는 게 그의 또 다른 소신이다.

박 위원장은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좋은 중소협동조합 만들기’ 위원으로 활동하며 기계·부품, 섬유·패션, 인쇄·출판 분야 기업인들을 만나왔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내린 결론은 명확했다.
“사양산업이라고 쉽게 손을 놓아서는 안 됩니다.”
그는 “대구가 반도체와 로봇, AI 등 미래 신산업으로 영역을 넓힐 수 있는 데도 오랫동안 지역경제를 지탱해온 뿌리산업의 기술과 경험이 중요한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섬유·패션산업 육성 조례 발의와 인쇄·출판산업 활성화를 요구하는 의정활동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섬유산업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과거 의류용 원단 중심의 산업에서 벗어나 탄소섬유 등 첨단소재와 스포츠·헬스케어용 스마트섬유, 웨어러블 기술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산업 경쟁력이 과거보다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포기해버리면 수십년 동안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 숙련된 인력과 산업 생태계까지 잃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산업에 첨단기술을 접목하고 미래산업과 융복합한다면 부가가치를 높이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며 “대구의 전통 뿌리산업이 다시 지역경제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도록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경제만큼 박 위원장이 무겁게 보는 현안이 ‘물’이다.
제9대 의회에서 맑은물공급추진특별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제10대 의회 경제환경위원회의 첫 현장 방문지를 문산정수사업소로 정했다.
경제환경위는 지난 7월 29일 문산정수사업소를 찾아 대구 취수원 개선사업과 복류수 실증실험 현장을 점검했다. 당시 현장에서는 하루 30t의 낙동강 원수를 활용해 복류수 방식의 수질·수량 안정성을 검증하는 실증이 진행되고 있었다.
박 위원장은 “먹는 물은 시민의 생명과 직결된다”며 “경제환경위원회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현안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 이후 30년 넘게 이어진 대구 취수원 문제를 이번에는 끝내야 한다는 절박감도 드러냈다.
구미 해평취수원과 안동댐을 활용한 기존 방안이 난항을 겪은 뒤 현재는 복류수와 강변여과수 등이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문산정수사업소에서는 복류수 방식에 대한 실증이 진행 중이다.
박 위원장은 특정 방식에 미리 손을 들어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먹는 물은 안전성과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복류수가 수질과 수량 측면에서 실제 최적의 대안이 될 수 있는지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며 “검증 과정과 결과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충분히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의회의 역할 역시 집행부 보고를 받아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의원들은 시민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만납니다. 우리가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고 정확히 이해해야 시민에게 제대로 설명할 수 있고, 시민들의 걱정과 의견도 다시 집행부에 전달할 수 있습니다. 의회가 그 가교가 돼야 합니다.”
“이번만큼은 먹는 물 문제가 또 표류해서는 안 됩니다.”
박 위원장이 문산정수사업소를 첫 현장으로 택한 이유도 결국 이 한마디에 담겨 있었다.

정치 참여 문제에서는 ‘여성 대표성’을 화두로 꺼냈다.
박 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여성위원장으로 활동해왔다. 대구시의회 공식 프로필에도 관련 경력이 기재돼 있다.
그는 “여성의 사회 진출은 크게 늘었지만 정치 영역에서는 여성 대표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정당 활동 경험을 토대로 여성들이 정치에 진입하고 리더로 성장하는 과정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제9대 의회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국민의힘 대구시당 여성위원들을 시의회로 초청해 본회의장과 상임위원회 회의실 등을 보여준 경험도 소개했다.
그가 기대했던 것은 거창하지 않았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
박 위원장은 “정치에 관심과 역량이 있는 여성들이 실제 정치에 입문하고 리더로 성장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벽이 있다고 느꼈다”며 “의정활동을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여성 리더십 육성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보다는 인재를 발굴하고 정치 경험의 기회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데 무게를 뒀다.
“결국 정치인은 결과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저 역시 책임 있는 의정활동을 통해 제가 맡은 역할을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내내 박 위원장이 반복한 단어는 ‘현장’이었다.
전통시장에서는 상인의 이야기를 듣고, 신용보증재단에서는 자영업자의 자금난을 들었다. 기업인들에게서는 전통산업의 위기를 듣고 문산정수사업소에서는 시민이 마실 물을 직접 살폈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환경위원장으로서 남은 임기의 목표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했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경제를 살린다는 이유로 환경과 시민의 안전을 뒤로 미뤄서도 안 됩니다.”
박종필 위원장이 그리고 있는 경제환경위원회의 역할은 그래서 두 갈래가 아니다.
골목상권에서 시작해 전통산업과 AI·로봇 등 미래산업으로 이어지는 ‘먹고사는 대구’, 그리고 깨끗한 물과 공기,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안전하게 살아가는 대구’를 동시에 만드는 것이다.
그는 “지역경제에는 활력을 더하고 시민들이 살아가는 환경은 더욱 쾌적하게 만들어야 한다”며 “시민의 삶에 힘이 되고 대구 발전에 보탬이 되는 의정활동으로 결과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