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특정 정당도, 특정 정치인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500만 시도민의 미래가 걸린 문제입니다”
이동환 (사)재대구경북시도민회 회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을 둘러싸고 정치권의 공방이 되풀이되는 사이 정작 지역이 움직여야 할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는 게 그의 문제의식이다.
이 회장을 비롯한 대구·경북지역 250여개 단체는 16일 오후 국민의힘 대구경북시도당 앞에서 ‘대구·경북 행정통합 촉구 범시도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권과 정부에 이번 정기국회에서 대구경북행정통합특별법을 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의 요구는 어느 한 정당에만 향하지 않았다.
국민의힘과 대구·경북 국회의원은 물론 정부와 여야 정치권, 대구시와 경북도까지 특별법 처리와 행정통합 추진에 책임 있게 나서라고 압박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이 회장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지난 3월에도 1500여명의 시도민이 국회까지 올라가 특별법을 통과시켜 달라고 호소했지만 결과적으로 법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시도민 입장에서는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는 답답함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250여개 단체가 다시 행동에 나선 이유부터 설명했다.
“시간이 없습니다. 수도권 집중은 갈수록 심해지고 청년은 떠나고 있습니다. 인구와 기업, 일자리 문제를 대구와 경북이 각각 대응해서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권만 바라보고 기다리다가는 또 시간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습니다.”
이 회장은 이번 공동행동을 단순한 정치권 압박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는 “행정통합은 선거 때 꺼냈다가 정치적 상황이 달라지면 뒤로 미룰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대구와 경북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남을 것이냐는 생존전략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성명서는 정치권을 향해 상당히 날을 세웠다.
특히 지난 특별법 처리 과정과 관련해 당시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의 책임을 묻는 내용도 담겼다.
이 회장은 이에 대해 “누구 한 사람을 공격하기 위해 이 문제를 꺼낸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정치권의 설명 책임은 분명하다고 했다.
“통합에 찬성한다고 했는데 왜 특별법은 통과되지 못했습니까.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시도민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앞에서는 찬성한다고 하고 국회에서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시민들이 ‘왜 안 됐느냐’고 묻는 것은 당연합니다”
지난 3월 특별법 처리 무산을 놓고 여야의 주장이 엇갈렸다는 점에 대해서도 과거의 책임공방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서로 상대방 책임이라고 하면 시민들은 누구 말을 믿어야 하느냐”며 “중요한 것은 과거에 누가 더 잘못했는지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실제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당이든 야당이든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국가균형발전과 지역의 미래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한다면 협상해서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찬성한다면 말이 아니라 표결과 법안 통과로 보여달라는 겁니다”
지역 국회의원들을 향한 주문도 이어졌다.
이 회장은 “국회의원이 중앙당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지역민의 목소리를 국회에 전달하고 관철하는 것도 중요한 책무”라며 “대구·경북 의원들이 정말 통합에 찬성한다면 이번에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시민들에게 결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행정통합의 종착점은 특별법 통과 자체가 아니다.
“법 통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이 회장은 “대구시와 경북도를 합쳐 지방정부의 이름만 바꾸는 통합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통합한다면 중앙정부가 가진 실질적인 권한을 넘겨받고 그 권한을 행사할 재정도 함께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 유치와 산업정책, 교통망과 대구경북신공항 등 핵심 현안을 통합 지방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정도의 자치권과 재정특례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신공항에 대해서는 “대구경북신공항은 단순히 공항 하나를 건설하는 사업이 아니라 통합 대구·경북 경제권의 미래와 직결된 핵심 인프라”라며 “특별법에는 신공항을 비롯한 지역 핵심사업에 대한 실질적인 국가 지원 근거가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문제도 짚었다.
이날 범시도민연대는 성명에서 “광주·전남은 되고 왜 대구·경북은 안 되는가”라고 정부와 정치권에 물었다.
이 회장은 이 같은 요구에 대해 “대구·경북만 특별대우를 해달라는 뜻이 아니다”며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같은 원칙 아래 행정통합을 추진한다면 어느 지역이든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요구는 중앙정부와 국회에서 멈추지 않았다.
대구시와 경북도에도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주문했다.
“이제 중앙정부와 국회만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대구시와 경북도가 ‘법이 통과되면 하겠다’는 식으로 기다릴 것이 아니라 두 시·도가 한목소리를 내고 행정력을 집중해야 합니다.”
특히 그는 시민들에게 구체적인 통합 로드맵을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제까지 특별법 처리를 추진하고 이후 어떤 절차를 밟을 것인지, 중앙정부와 국회를 어떻게 설득하고 어떤 자치권과 재정특례를 가져올 것인지 시민들이 알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제 시민들에게 ‘행정통합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하는 단계는 지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통합하면 기업과 일자리가 어떻게 달라지고 교통은 얼마나 편리해지는지, 행정서비스는 무엇이 좋아지는지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한다”며 “‘통합하면 당신의 삶이 이렇게 달라집니다’라는 답을 내놓을 때”라고 말했다.
시도민 공감대 확보 역시 통합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행정통합은 정치인 몇 사람이 모여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며 “찬성하는 시민들의 목소리뿐 아니라 걱정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충분히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경북 북부지역과 대구 도심 등 지역에 따라 통합을 바라보는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는 만큼 일방적인 홍보보다 구체적인 정보와 충분한 토론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민들이 내용을 제대로 모르는데 정치권이 일정부터 정해놓고 따라오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통합의 장점뿐 아니라 걱정되는 부분까지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250여개 단체가 참여한 이날 공동 기자회견도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회장은 “오늘 기자회견 한 번 하고 사진 찍고 끝내려고 모인 것이 아니다”며 “특별법이 국회에서 어떻게 논의되는지, 지역 국회의원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대구시와 경북도가 실제 어떤 행동을 하는지 계속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요하면 참여단체를 더 넓혀 시민사회 차원의 활동을 이어가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통화 말미 정치권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이 회장은 짧게 답했다.
“찬성한다면 이번에는 행동으로 보여주십시오.”
이어 “행정통합에 반대한다면 왜 반대하는지 시도민 앞에서 당당하게 설명하면 된다”며 “가장 답답한 것은 앞에서는 찬성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아무런 결과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구·경북의 운명을 결정할 주인은 결국 시도민”이라며 “정치권도, 대구시와 경북도도 이제는 말이 아니라 결과로 답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