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준표 기자] 전국에서 가장 많은 석탄화력발전소가 문을 닫게 되는 충남 태안군이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에 승부수를 던졌다. 발전소 10기 폐지로 대규모 인구와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을 총괄할 통합본사를 태안에 둬야 지역 공동화를 막고 국가의 ‘정의로운 전환’도 실현할 수 있다는 논리다.
태안군은 16일 군청 브리핑룸에서 정례브리핑을 열고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의 필요성과 향후 대응 계획을 밝혔다.
군은 지난 8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폐지지역 지원 특별법’을 계기로 폐지지역에 대한 제도적 지원 기반이 마련된 만큼, 발전공기업 통합본사의 최적지가 태안이라는 점을 정부와 국회에 집중적으로 알리겠다는 구상이다.

태안화력은 지난해 12월 1호기를 시작으로 2037년까지 8기의 폐지가 확정돼 있다. 2040년 탈석탄 목표가 적용되면 9·10호기까지 포함해 모두 10기, 설비용량 6.1GW가 순차적으로 가동을 멈추게 된다.
전국 석탄화력 폐지지역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문제는 발전소 폐지 이후 이를 대신할 설비가 태안에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1~6호기 대체발전소는 구미, 공주, 여수, 아산, 용인 등 다른 지역에 건설되고 있으며 태안에는 대체 설비가 한 기도 배정되지 않았다.
태안군은 발전산업 의존도가 23%로 전국 5개 발전공기업 본사 소재지 가운데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발전소 폐지가 본격화되면 관련 인력 3166명이 지역을 떠나고 정주인구는 약 9400명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역 소비지출도 연간 약 1400억원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수와 기금 감소 규모는 연간 약 260억원으로 군 전체 지방세입의 44%에 해당한다는 게 태안군 분석이다.
태안군이 통합본사 유치를 단순한 기관 유치가 아닌 ‘지역 생존 문제’로 보는 이유다. 군은 지난 7월부터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유치를 위한 범군민 서명운동과 민·관 공동 대응체계를 가동해왔다. 태안군 공식 자료에서도 화력발전소 최다 폐지와 대체발전소 부재, 기존 발전공기업 본사 이전 가능성을 지역의 핵심 위기로 제시해왔다.
군은 태안이 통합본사의 최적지인 이유로 세 가지를 들었다.
우선 상징성이다. 태안은 대규모 석탄화력 폐지와 재생에너지 전환이 동시에 진행되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에너지 전환의 충격을 가장 직접적으로 받는 곳이다. 군은 대체 앵커기업도 없는 상황에서 통합본사 유치가 지역경제 회복과 인구 유출 완화에 직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태안에는 발전본부 부지 460만㎡와 발전소 폐지에 따라 확보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력계통 여유용량 6.1GW가 있다. 업무·교육·주거시설도 이미 갖춰져 있어 신규 부지 조성이나 대규모 기반시설 건설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군은 정부가 제시한 2027년 10월 통합법인 출범 일정에 맞춰 비교적 빠르게 업무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제시했다.
지역사회의 결집도 유치 논리 가운데 하나다.
군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군민과 출향인, 일반 국민 등 약 5만5000명이 통합본사 태안 유치 서명운동에 참여했다. 당시 태안군 인구 5만9039명의 94.5%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 7월 31일에는 지역 60여 개 민간단체가 참여한 ‘발전공기업통합본사태안유치범군민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태안군의회도 발전공기업 통폐합과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 문제를 주요 현안으로 다루며 한국서부발전 경영진과 대응 방안을 논의해왔다.
군은 행정 지원체계도 별도로 꾸렸다.
부군수를 단장으로 5개 분야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통합본사가 태안에 들어올 경우 필요한 청사 제공과 행정 지원, 임직원 정주여건 개선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4일 발전공기업 구조개편안을 발표한 이후에는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국무조정실, 대통령실, 국회를 상대로 유치 필요성을 설명하는 데 힘을 쏟을 계획이다.
특별법 시행령 제정 과정에도 적극 참여해 대체산업 육성과 정의로운 전환 특구 지정 등 지역 지원책을 구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충남도와 도내 시·군과의 공동 대응도 이어간다.
태안군은 이번 통합본사 유치가 단순히 공공기관 하나를 끌어오는 문제와는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40여 년간 국가 전력 공급을 담당했던 석탄화력 지역이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급격한 산업·인구 감소를 겪지 않도록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김기만 태안군 미래에너지과장은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태안 유치는 지난 40여 년간 국가 경제를 위해 미세먼지와 환경 부담을 감내해 온 군민들에 대한 단순한 보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며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을 어디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것인가라는 국가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기준으로 검토하더라도 태안의 강점이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유치 논리를 구체화하고 정부의 최종 입지 결정까지 지역사회와 함께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태안=박준표 기자(asjunpyo@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