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60년 넘게 이어진 도시계획 규제부터 아이들이 매일 마시는 학교 수돗물, 노후 산업단지의 석탄 에너지까지 대구의 오래된 도시 시스템을 현실에 맞게 뜯어고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구시의회에서 잇따라 터져 나왔다.
대구시의회 고병수·김준범·이동운 의원은 16일 열린 제328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각각 도시계획 규제, 학교 먹는물, 노후산단 에너지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가장 오래된 문제를 꺼내든 의원은 고병수 의원(남구2)이다.
고 의원이 지목한 곳은 남구 장등산 일대다.
성당못 건너편 대명동 산242-7번지 일대 58필지, 약 12만2000㎡ 규모로 1965년 자연경관지구로 지정돼 현재까지 남아 있다는 게 고 의원의 설명이다.
60년 넘게 시간이 흘렀지만 이 일대에는 여전히 ‘3층·12m 이하’ 높이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고 의원은 지정 당시와 비교해 주변 경관과 토지이용 여건이 크게 달라졌는데도 동일한 규제가 유지되면서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제약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2035 대구도시관리계획 정비’를 규제 재검토의 적기로 꼽았다.
전면적인 자연경관지구 해제가 어렵다면 일부 지역을 제척하거나 구역 자체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이라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비사업의 일조 심사기준도 손질 대상으로 지목했다.
고 의원은 일반 주택건설사업은 건축위원회의 일조만족률 80% 기준을 적용받지만 정비사업은 도시계획위원회에서 100% 기준으로 심사받은 뒤 건축위원회 심의까지 다시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도시계획위원회의 일조만족률 기준을 폐지하고 건축위원회 중심으로 심의체계를 일원화할 것을 제안했다.
고 의원은 “도시계획 규제는 오래됐다는 이유로 유지돼서도, 민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풀어서도 안 된다”며 “필요성을 잃은 규제는 도시 변화에 맞게 합리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범 의원(서구2)은 학교 안으로 눈을 돌렸다.
대구지역 모든 학교가 상수도를 이용하고 직결급수 방식으로 먹는물을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 정수기 수질검사에서도 부적합 사례가 없지만, 그렇다고 안심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실제 지역에서 학교 인근 화재로 소화전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노후 수도관의 수압이 변하면서 급식실 수돗물에 이물질이 유입된 사례가 있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검사에서 문제가 발견된 뒤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물이 학교에 들어오는 과정부터 사고 가능성을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올해 ‘대구광역시교육청 학교 먹는물 관리 조례’가 제정·시행돼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만큼 이제 학교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학교 먹는물 문제는 교육청만의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수장에서 학교 수도꼭지까지 물이 공급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 가운데 상당 부분은 학교 밖 상수도 시설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대구시에 학교로 공급되는 수돗물의 안전상태를 점검하고 노후 수도관 개선 등에 교육청과 적극 협력할 것을 주문했다.
교육청에는 학교별 수질과 급수설비 실태를 반영한 기본계획 수립과 노후 정수기·급수시설의 체계적인 정비를 요구했다.
여기에 학생 대상 먹는물 교육을 강화하고 학교 시설환경·실내공기·먹는물을 하나로 묶은 ‘학교 3대 생활환경 안전관리 체계’ 구축도 제안했다.
김 의원은 “아이들이 매일 마시는 물이 당연히 안전하고 학부모가 안심하며 선생님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며 대구시와 교육청의 공동 대응을 촉구했다.
이동운 의원(서구1)은 대구 산업의 오래된 에너지 구조를 겨냥했다.
핵심은 염색산업단지다.
대구시가 노후산단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입주업종 규제 완화 등 구조혁신을 추진하고 있지만 산업을 움직이는 에너지 공급체계가 그대로라면 변화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염색산단은 산업 특성상 열에너지 공급이 필수적이다.
이 의원은 산단 이전이라는 장기 목표는 그대로 추진하되 이전할 때까지 발생할 환경·안전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기존 석탄 보일러를 LNG 열병합발전으로 전환하는 등 선제적인 에너지 대책을 즉시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대구 노후산단 전체를 아우르는 중장기 에너지 전환계획도 제안했다.
서대구 역세권 개발과 연계한 에너지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저탄소 전환을 위한 재정·행정적 지원책과 대기질 개선 효과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관리체계를 갖추자는 것이다.
이 의원은 “지금이 바로 대구 산단의 낡은 틀을 깨고 저탄소 에너지 체계로 새롭게 도약해야 할 골든타임”이라며 관련 대책을 대구시 정책에 적극 반영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세 의원이 꺼내든 사안은 도시계획과 교육, 산업으로 서로 다르다.
하지만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도시는 수십 년 동안 변했는데 규제와 안전관리, 산업 기반은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고 있느냐는 것이다.
장등산 규제는 1965년에 만들어졌고, 학교 먹는물은 문제가 발생한 뒤가 아니라 수도꼭지에 도달하기 전부터 관리해야 하며, 염색산단 역시 이전계획만 바라보며 현재의 에너지 문제를 미뤄둘 수 없다는 주장이다.
결국 규제는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풀어서도,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지켜서도 안 된다.
지금도 필요한 규제인지, 시민 안전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산업 경쟁력을 오히려 가로막고 있지는 않은지를 다시 따져보는 것. 대구시가 이날 시의회에서 받은 숙제는 ‘낡은 것을 없애라’가 아니라 ‘지금의 대구에 맞게 다시 설계하라’는 요구에 가깝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