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문화도 복지입니다. 문화예산을 형편이 어려워지면 먼저 줄이는 ‘선택적 지출’이 아니라 시민의 삶을 위한 ‘필수적 투자’로 보는 인식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재숙 대구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국민의힘·동구4)이 16일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내놓은 문화·복지정책의 핵심 철학이다.

이 위원장은 대구 동구의회 6·7대 의원을 거쳐 제9대 대구시의회에 입성했고 제10대 시의원으로 재선됐다. 제9대 후반기 문화복지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뒤 지난 7월 제10대 전반기 문화복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기초의회와 광역의회를 모두 경험한 그가 이날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한 단어는 ‘현장’이었다.
문화정책도 행사가 몇 개 열렸는지가 아니라 시민이 얼마나 누렸는지를 봐야 하고, 복지 역시 사업계획서가 아니라 실제 도움이 필요한 시민에게 서비스가 도착했는지로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의회 부활 35주년에 대한 감회도 남달랐다.
이 위원장은 “동구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해 재선을 했고 이후 대구시의원으로 재선까지 지방의회와 함께한 시간이 꽤 오래됐다”며 “주민 가까이에서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경험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우리 동네 골목길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의회 부활 35년은 결국 현장의 목소리가 하나하나 쌓여 만들어진 시간”이라며 “그 현장에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이 큰 보람이자 자부심”이라고 했다.

문화복지위원회를 다시 선택한 이유 역시 시민 생활과 가장 가까운 상임위원회라는 판단에서다.
그는 “복지와 문화, 여성, 청소년 정책을 다루다 보면 시민들이 일상에서 가장 먼저 체감하는 정책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며 “복지는 취약계층부터 어르신과 아이들까지 모두를 아우르고 문화는 삶에 활력과 품격을 더하는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화와 복지가 함께 가야 시민이 체감하는 삶의 질도 올라간다”며 “문화예술인의 생생한 목소리와 사회적 약자의 숨소리가 시정에 온전히 반영되도록 발로 뛰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의 문화예술행사를 둘러싼 ‘축소냐 확대냐’ 논쟁에는 양쪽 모두와 거리를 뒀다.
행사 숫자를 무조건 줄이는 것도, 예산을 계속 늘리는 것도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유사·중복 행사가 많고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은 충분히 살펴봐야 한다”며 “한정된 예산으로 비슷한 행사가 반복되면 시민 체감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문화예산 축소가 곧 효율화라는 시각에도 동의하지 않았다.
“잘 만들어진 축제 하나가 지역경제와 시민 삶의 질, 도시 브랜드에 가져오는 효과도 상당하다”며 “정비냐 확대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성과와 시민 만족도를 기준으로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해법은 명확했다.
형식적으로 반복되는 행사는 과감하게 통폐합하고 대구를 대표할 경쟁력이 확인된 행사에는 오히려 예산을 집중해 규모와 완성도를 높이자는 것이다.
과거 대구시가 추진한 문화·관광·복지 관련 기관 통폐합에 대해서도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다만 이전 조직으로 되돌아가는 식의 단순한 ‘원상복구’에는 선을 그었다.
이 위원장은 “조직개편의 기준은 조직을 줄이는 것 자체가 아니라 시민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과거 통폐합 과정에서는 효율성과 규모의 경제를 지나치게 강조한 측면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문화·관광·복지처럼 전문성과 현장성이 중요한 분야까지 통합하면서 본래 기능이 약화되는 문제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과거 조직으로 돌아가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며 “분야별 전문성과 현장 대응력을 회복하면서 기관 간 협업과 행정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직을 몇 개로 쪼개고 합치느냐가 아니라 시민이 이전보다 나은 서비스를 받느냐가 조직개편의 성적표가 돼야 한다는 얘기다.

이 위원장이 특히 목소리를 높인 대목은 문화예산이었다.
복지사업은 국비에 지방비를 의무적으로 매칭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문화사업은 지방정부 재량사업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 긴축재정 상황에서 삭감 대상으로 놓이기 쉽다는 게 그의 문제의식이다.
그는 “문화도 복지라는 말을 구호가 아니라 정책원칙으로 삼아야 한다”며 “어르신과 장애인, 저소득층처럼 문화 접근성이 낮은 시민일수록 더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화정책을 수립할 때 복지적 관점을 함께 고려하고 취약계층 맞춤형 프로그램과 문화시설 접근성을 확대해야 한다”며 “문화예산을 선택적 지출이 아닌 필수적 투자로 보는 인식 전환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복지정책에 대해서는 현장과 행정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 위원장은 복지관과 경로당, 장애인시설, 아동센터 등을 찾아다니면서 계획과 실제 서비스 사이에 적지 않은 간극을 확인했다고 했다.
그는 “사업계획은 잘 짜여 있어도 현장에서는 인력이 부족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거나 행정절차가 복잡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시민이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돌봄이 절실한 시민이 정보에서 소외돼 사각지대에 놓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해법으로는 세 가지를 제시했다.
복지정책 설계 단계부터 이용자와 종사자가 참여하는 상시 소통구조를 만들고, 복잡한 행정절차를 줄이며, 도움이 필요한 시민을 행정이 먼저 찾아내 서비스와 연결하는 촘촘한 돌봄체계를 갖추자는 것이다.
“지원제도가 있는데도 몰라서 못 받는 시민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이 위원장이 말하는 현장복지의 출발점이다.
그는 집행부와 무조건 대립하는 방식에도 거리를 뒀다.
“집행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힘을 보태겠다”며 견제할 부분은 견제하되 시민에게 필요한 정책에는 의회가 함께 힘을 실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화복지위원장 임기 동안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묻자 답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다.
“‘문화도 복지’라는 말이 구호로 끝나지 않는 대구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 위원장은 “시민 누구나 문화를 누리고 복지 사각지대 없이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고 싶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담고 문화와 복지예산을 필수적 투자로 바라보는 인식 전환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구의원으로 처음 의정활동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늘 현장에 답이 있다고 믿어왔다”며 “앞으로도 책상이 아니라 현장에서 시민들과 눈을 맞추고 목소리를 듣는 의정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지방의회가 부활한 지 35년. 제도와 권한은 달라졌지만 지방의원이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은 결국 시민의 생활현장이라는 것이 이재숙 위원장의 생각이다.
문화행사의 숫자가 아니라 시민이 누린 문화로, 복지사업의 숫자가 아니라 사각지대에서 빠져나온 시민으로 성과를 증명하는 것. 이재숙 위원장이 말하는 ‘문화도 복지’의 진짜 성적표는 바로 그곳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