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가치 높일 것"이라던 장형진…2년 뒤 흔들린 'MBK 신뢰론'

"회사 가치 높일 것"이라던 장형진…2년 뒤 흔들린 'MBK 신뢰론'

홈플러스 사태로 경영 책임 논란…김병주·김광일 기소 여부 촉각
고려아연은 최대 실적·영풍은 부진…엇갈린 2년 성적표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상당히 모범적이고 진취적이고, 여러 가지 조사하고 믿음직한 회사라고 판단해 결정하게 됐다."

장형진 영풍 고문이 2024년 9월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내놓은 평가다.

당시 장 고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아버님 세대가 만들었지만 꼭 우리 손에 의해서만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MBK를 선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고려아연 본사. [사진=연합뉴스]

장 고문은 "우리보다 더 좋은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와서 회사 가치를 올려놓으면 더 좋고, 회사도 오래갈 것 같았다"고도 했다. MBK를 고려아연의 기업가치를 높이고 장기적인 성장을 이끌 파트너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장 고문의 '믿음직한 회사'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MBK의 주요 포트폴리오 기업인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데 이어 김병주 MBK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등 경영진이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다. 장 고문이 MBK를 고려아연 경영 파트너로 선택하며 제시했던 판단의 근거가 여전히 유효한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MBK의 홈플러스 인수 방식인 차입매수(LBO)와 자산 매각 등 경영 전략을 둘러싼 비판이 이어지며 사회적 논란으로 확산했다.

검찰은 김 회장 등 MBK 경영진이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대규모 단기채권을 발행한 뒤 기업회생을 신청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힌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김 회장 등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7월 김 부회장을 두 차례 소환해 조사했다. 재계와 투자업계에서는 김 회장과 김 부회장 등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다만 법원은 지난 1월 김 회장과 김 부회장 등 경영진 네 명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구속할 정도로 혐의가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MBK는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기업회생을 통한 정상화 노력이 수사 과정에서 오해받고 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기소 여부 역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연합뉴스]

재계 일각에서는 장 고문의 MBK 선택을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홈플러스 사태 이전에도 MBK가 LBO 방식으로 인수한 일부 기업의 재무구조가 악화했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유선방송사업자 딜라이브와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가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된다. 이들 기업은 차입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재무 부담이 커졌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장 고문이 "여러 가지를 조사하고 믿음직한 회사라고 판단했다"고 밝힌 만큼 당시 파트너 선정 과정에서 MBK의 기존 투자 사례와 경영 성과를 어떻게 평가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2년간 고려아연과 영풍의 엇갈린 경영 성과도 장 고문의 판단을 다시 소환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 속에서도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냈다. 106분기 연속 영업흑자 기록도 이어갔다. 미국 테네시주 통합제련소 건설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발표하는 등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반면 영풍은 지난해 25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올 상반기 흑자로 돌아섰지만 2분기 영업이익은 약 15억원에 그쳤다. 석포제련소 가동률은 1분기 57.23%에서 2분기 51.7%로 하락했다. 상반기 100% 수준의 가동률을 기록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와 대비된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사진=연합뉴스]

고려아연 측은 최근 감사위원 선임 표 대결에서도 압승했다.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는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수 기준 81.8%의 찬성을 얻었다. 투표에 참여한 외국인과 외국기관의 지지율은 98.3%에 달했다.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 간 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년 전 장 고문이 강조한 '장기적인 회사 성장'과 '기업가치 제고'를 둘러싼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MBK의 주요 포트폴리오 기업에서는 경영 위기가 불거졌고, 장 고문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조해온 영풍도 석포제련소의 낮은 가동률과 실적 부진을 겪고 있어서다. 반면 고려아연 현 경영진은 분쟁 국면에서도 실적과 투자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실적과 투자 성과, 홈플러스의 경영 위기와 석포제련소의 부진을 종합하면 MBK와의 협력을 통해 고려아연의 장기 성장과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2년 전 장 고문의 판단이 상당 부분 설득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