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이제 연구실 밖으로 끌어낸다.
논문과 연구성과에 머물던 그래핀 기술을 실제 제품으로 만들고 기업의 양산과 매출까지 연결하기 위한 경북의 ‘K-그래핀 상용화 프로젝트’가 포항에서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경북도는 지난 14일 포항공대 나노융합기술원에서 ‘K-그래핀 상용화 협의체 출범식’을 열고 그래핀 기술의 제품화와 사업화를 위한 산·학·연·관 협력체계를 가동했다.
출범식에는 지광철 재정경제부 초혁신경제추진단장, 이재형 산업통상부 섬유탄소나노과장 직무대리,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 박용선 포항시장, 이병훈 포항공대 나노융합기술원장을 비롯해 그래핀 관련 기업과 유관기관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그래핀은 뛰어난 전기·열적 특성을 바탕으로 반도체와 방열소재, 투명전극 등 다양한 첨단산업에 적용할 수 있어 오래전부터 ‘꿈의 신소재’로 불려왔다.
하지만 좋은 기술이 있다고 곧바로 제품과 매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연구실 단계에서 확보한 기술을 산업 현장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는 시제품을 만들고 생산공정을 검증해야 한다. 시험과 인증을 거쳐 양산 가능성도 입증해야 한다.
특히 중소·벤처기업 입장에서는 고가의 양산장비와 실증시설을 직접 구축해야 하는 부담이 상용화의 높은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협의체는 바로 이 간극을 좁히는 데 초점을 맞췄다.
산업계와 대학·연구기관, 정부·지방자치단체가 각각 보유한 기술과 인프라를 연결해 그래핀 기업들이 연구개발 이후 실제 제품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연구→시제품→실증→시험·인증→사업화’로 이어지는 그래핀 산업의 사다리를 포항에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그 중심에는 ‘K-그래핀 위탁생산시설’이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 포항공대 나노융합기술원이 추진하는 이 시설은 나노융합기술원에 그래핀 연구기관과 기업의 입주공간을 마련하고 기술원이 보유한 시설과 장비를 연계해 시제품 제작과 공정 실증, 시험·인증 등을 지원하는 그래핀 특화 공공시설이다.
기업이 제품 하나를 시험하기 위해 고가의 생산설비를 처음부터 갖춰야 하는 부담을 줄이고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보다 빠르게 시장에 진입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정부 지원사업도 이미 확보했다.
경북도는 지난 6월 산업통상부 산업혁신기술기반구축 사업 공모에서 ‘그래핀 2차원 나노소재 인공지능(AI) 기반 소재·부품 실증 기반 구축’ 사업에 선정됐다.
2026년부터 2030년까지 147억원을 투입해 포항공대 나노융합기술원에 대면적 그래핀 양산·분석 장비를 구축하고 AI 기반 제작공정과 응용부품 기술개발을 지원한다.
그래핀에 AI를 접목해 생산공정의 효율성과 품질 안정성을 높이고 실제 산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재·부품으로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는 포항의 산업구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포항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었던 대표적인 철강도시다. 최근에는 이차전지 소재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첨단소재 산업도시로 체질을 바꾸고 있다.
여기에 그래핀 산업까지 안착한다면 ‘철강→이차전지→그래핀’으로 이어지는 포항의 소재산업 스펙트럼이 한층 넓어질 수 있다.

양금희 경북도 경제부지사는 “포항은 대한민국 제조업의 뼈대를 이뤄온 전통의 철강도시이자 세계적인 이차전지 특화단지로 거듭난 첨단소재의 중심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탄탄한 주력산업 기반에 ‘꿈의 신소재’ 그래핀이 더해지면 경북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첨단소재 산업을 이끄는 새로운 중심축이 될 것”이라며 “기업이 가장 기업하기 좋은 환경에서 역량을 펼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앞으로 협의체를 중심으로 포항의 연구역량과 첨단 기반시설을 결집해 그래핀 소재·부품의 실증에서 제품화, 사업화까지 연결되는 산업 생태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