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돋보기]⑯ 443억 퇴직금 가른 한 표…보수 결정이 핵심

[법률돋보기]⑯ 443억 퇴직금 가른 한 표…보수 결정이 핵심

자기 보수 안건 의결권 행사 위법…주주총회 결의 취소
지급된 급여·상여금 11억7200만원 반환 판단

[아이뉴스24 정예진 기자] 임원의 보수는 실제로 얼마나 일했는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주주총회에서 보수가 적법하게 정해졌는지에 따라 이미 받은 급여는 물론 퇴직금의 산정 근거까지 달라질 수 있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의 443억원대 퇴직금 소송은 임원 보수 결정 절차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41부는 홍 전 회장이 남양유업을 상대로 제기한 443억원대 퇴직금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아울러 남양유업이 제기한 반소와 관련해 홍 전 회장이 지급받은 급여와 상여금 가운데 11억7200여만원을 회사에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소송에서 주목할 부분은 홍 전 회장이 실제로 회사 경영에 참여했는지보다 그가 받은 보수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됐는지였다.

윤경원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대륜]

홍 전 회장은 자신의 보수 한도를 정하는 주주총회 안건에 찬성표를 행사했다. 하지만 상법 제368조 제3항은 주주총회 결의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다.

법원은 자신의 보수 결정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홍 전 회장의 의결권 행사를 위법하다고 봤다. 이에 따라 해당 주주총회 결의는 취소됐고 이 판단은 상급심을 거쳐 확정됐다.

주주총회 결의 취소는 퇴직금 산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남양유업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은 퇴직 당시 보수액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하도록 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보수 한도를 정한 주주총회 결의가 취소되면서 퇴직금 계산의 기초가 되는 적법한 보수액 역시 인정되기 어려워졌다.

재판부는 퇴직금 산정의 기초가 되는 연봉을 0원으로 판단했고, 이를 근거로 홍 전 회장의 퇴직금 청구권 자체를 인정하지 않았다.

윤경원 법무법인 대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임원이 실제로 회사에서 업무를 수행했다는 사실과 별개로 보수 결정에 필요한 회사법상 절차가 제대로 갖춰졌는지가 퇴직금 청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지배주주나 대표이사라도 자신의 보수와 직접 관련된 주주총회 안건에서는 의결권 행사에 제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전에 이해관계 여부를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급된 급여와 상여금도 문제가 됐다. 보수 한도에 관한 주주총회 결의가 취소되면서 해당 기간 지급된 급여와 상여금의 법적 근거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법원은 홍 전 회장이 지급받은 금액 가운데 11억7200여만원을 법률상 원인 없는 부당이득으로 판단해 반환을 명령했다.

다만 회사가 홍 전 회장을 대신해 납부한 건강보험료 약 1억2000만원은 반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홍 전 회장에게 해당 금액이 직접 귀속된 이익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윤 변호사는 “법원은 보수와 관련해 지급된 금액을 일괄적으로 반환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 실제 이익의 귀속 여부를 따져 반환 범위를 정했다”며 “보수 결정의 절차적 적법성과 함께 지급된 금원의 성격까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임원 보수와 관련한 법적 기준은 최근 대법원 판례에서도 확인됐다. 대법원은 판결(2025다214605)을 통해 상법 제388조에 따른 이사 보수 결정 규정이 강행규정이라는 점을 재확인했다.

주주총회에서 보수 한도를 정한 뒤 이사회에 구체적인 배분을 맡기는 것은 가능하지만, 대표이사에게 자신의 보수를 직접 정하도록 하거나 포괄적으로 보수 결정을 위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기업 입장에서는 임원 보수규정과 퇴직금 지급규정을 마련하는 것뿐 아니라 실제 의사결정 과정까지 점검해야 한다는 의미다.

특히 경영권 매각이나 인수합병(M&A)을 앞둔 기업이라면 과거 수년간 임원 보수와 퇴직금 관련 주주총회·이사회 결의 및 실제 지급 내역을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다. 경영권이 바뀐 뒤 과거 보수 결정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가 발견되면 이미 지급된 금액을 둘러싼 반환 청구 등 추가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윤 변호사는 “임원 보수와 퇴직금은 회사 내부의 관행만으로 처리하기보다 상법과 정관, 주주총회 결의 및 이사회 권한 범위를 종합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경영권 변동이나 M&A를 앞둔 기업이라면 과거 보수 지급 과정까지 법률 실사 단계에서 살펴보는 것이 분쟁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부산=정예진 기자(yejin031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