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버스 또 파업 위기…'필수공익사업' 재점화

서울버스 또 파업 위기…'필수공익사업' 재점화

노조 찬반투표 재적 대비 87.94% 찬성…16일 전면파업 예고
철도·지하철과 달리 시내버스는 파업 때 최소운행 의무 없어
국민의힘, 준공영제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법' 발의
국토부 필요성 공감·노동부는 신중…이동권-단체행동권 충돌

[아이뉴스24 김한빈 기자] 서울 시내버스 노조가 2026년 임금협정 체결을 위한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를 압도적인 찬성률로 가결하면서 오는 16일 예고된 전면파업 가능성이 한층 커진 가운데,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 최소한의 운행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이 총파업에 돌입한 지 이틀째인 1월 14일 서울역 버스환승센터 정류장이 텅 비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시내버스는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공익사업'에 해당하지만, 파업 중에도 일정 수준의 업무를 유지해야 하는 '필수공익사업'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이에 따라 노사 협상이 최종 결렬돼 전면파업에 들어갈 경우 철도·도시철도·항공운수와 달리 법에 따른 필수유지업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서울시버스노동조합은 지난 11일 '2026년 임금협정 체결을 위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전체 조합원 1만8296명 가운데 1만6716명이 투표에 참여해 1만6089명이 찬성했다. 재적 조합원 대비 찬성률은 87.94%, 투표 조합원 대비 찬성률은 96.25%다. 반대는 575명, 무효는 52명이며 1580명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

3개 지선버스 회사 사업장 내 투표소에서 진행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도 조합원 323명 중 286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60명(80.5%)·반대 26명으로 쟁의행위가 가결됐다.

이에 따라 노조는 쟁의행위 돌입을 위한 조합원 찬반 절차를 통과한 상태다. 노사는 오는 15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 2차 조정회의를 앞두고 있으며 이 자리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노조는 16일 첫차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갈 방침이다.

'공익사업' 버스, '필수공익사업'에선 제외

현행 노조법은 공중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거나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사업을 '공익사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정기노선 여객운수사업인 시내버스도 여기에 포함된다.

다만 공익사업 가운데 업무의 정지나 폐지가 공중의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현저히 저해하고 업무의 대체가 쉽지 않은 사업은 별도로 '필수공익사업'으로 규정한다. 철도·도시철도와 항공운수, 수도·전기·가스, 병원, 혈액공급, 한국은행, 통신사업 등이 이에 해당한다.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된다고 해서 파업 자체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해당 사업 가운데 업무가 중단될 경우 공중의 생명·건강이나 신체 안전 또는 일상생활을 현저히 위태롭게 하는 업무는 '필수유지업무'로 정해 파업 기간에도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

필수유지업무의 필요 최소한의 유지·운영 수준과 대상 직무, 필요 인원 등은 노사가 협정을 통해 정한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가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이를 결정한다.

서울시버스노동조합 조합원들이 11일 서울 은평구 진관공영차고지 사무실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쟁의행위(파업) 찬반투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01년 제외→2024년 파업 후 재지정론 부상

시내버스가 처음부터 필수공익사업에서 제외됐던 것은 아니다. 과거 필수공익사업 범위에 포함돼 있었지만, 2001년부터 대상에서 빠졌고 이후 현행 체계가 유지돼 왔다.

그러나 서울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버스 준공영제가 확대되고, 파업 때마다 대규모 운행 중단에 따른 시민 불편이 반복되면서 시내버스를 다시 필수공익사업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됐다.

최근 논의가 다시 본격화한 계기는 2024년 3월 서울 시내버스 파업이었다. 당시 노사 협상 결렬로 파업이 진행되면서 운행률은 4.4%까지 떨어졌다. 서울시는 지하철 운행 확대와 자치구 무료 셔틀버스 투입 등 비상수송대책을 가동했고, 파업은 같은 날 오후 노사 합의로 종료됐지만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또 지난 1월 13일부터 14일까지 이어진 파업 당시에는 파업 첫날 전체 시내버스 7018대 가운데 478대만 운행해 운행률이 6.8%까지 떨어졌고, 14일 오전에도 운행률은 8%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서울시는 2024년 3월 파업 이후 고용노동부에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에 포함하기 위한 법 개정을 요구해 왔다. 서울시 교통실의 2026년 업무보고에 따르면 시가 2024년 이후 노동부에 노조법 개정을 건의한 것은 총 6차례다.

또 지난 1월 29일에는 인천·부산·대전·대구·광주·창원 등 준공영제를 운영하는 지방자치단체들과 공동 대응회의를 열기도 했다.

서울시는 준공영제의 경우 개별 버스회사가 여러 곳 존재하더라도 교섭대표노조를 중심으로 사실상 전체 사업장이 함께 교섭하기 때문에 협상이 결렬될 경우 서울 전역의 노선이 동시에 멈출 수 있다는 점을 필수공익사업 지정 필요성의 근거로 들고 있다.

관련 논의는 국회로도 이어졌다. 신동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월 14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노조법 제71조의 필수공익사업 범위에 '정기노선 여객운수사업'을 추가하는 것이다. 현재 필수공익사업으로 규정된 철도·도시철도·항공운수사업과 함께 정기노선 여객운수사업을 명시해 시내버스에도 필수유지업무 제도를 적용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작된 2024년 3월 28일 서울 종로의 한 정류장이 승객 없이 한산한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쟁점은 '시민 이동권 vs 단체행동권'

정부 부처 사이에선 온도차가 나타난다. 국토교통부는 버스 파업이 대다수 시민의 출퇴근 등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준공영제로 운영되는 버스의 공공성이 높다는 점에서 준공영제 시내버스 운송사업을 필수공익사업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또 제도 도입에 따른 영향 분석에도 착수했다. 국토부는 올해 '광역버스 노선 개편 및 준공영제 합리화 방안 마련' 연구용역을 통해 준공영제 광역버스를 필수공익사업에 포함할 경우의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국토부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시내버스 등 다른 버스 노선으로 관련 논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노조법 소관 부처인 노동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제한할 수 있는 제도인 만큼 시내버스가 현행법상 필수공익사업의 요건을 충족하는지와 대체 교통수단의 존재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노동부는 신동욱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검토 과정에서도 헌법상 노동3권과 대체 교통수단의 존재, 국제노동기구(ILO)의 필수서비스 기준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큰 쟁점은 시민의 이동권과 노동자의 단체행동권 사이에서 어느 수준의 균형점을 찾을 것인지다.

서울시를 비롯해 필수공익사업 지정에 찬성하는 측은 파업이 발생하더라도 전면적인 운행 중단을 막고 최소한의 버스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지역이나 버스 의존도가 높은 시민의 경우 다른 교통수단만으로 파업에 따른 불편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반면 노조는 필수공익사업 지정이 파업 효과를 떨어뜨려 헌법상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수 있다고 반발한다. 임금과 근로조건을 둘러싼 노사 갈등의 원인을 해결하기보다 파업에 따른 시민 불편을 이유로 노동자의 쟁의권부터 제한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지난 2월 성명을 내고 "필수공익사업 지정은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노동자의 단체행동권을 봉쇄하기 위한 행정적 꼼수"라며 "시내버스가 중단돼서는 안 될 필수 인프라라면 국가와 지자체가 직접 책임지는 완전공영제가 먼저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 시내버스 총파업이 시작된 2024년 3월 28일 서울의 한 공영 차고지에 버스들이 빽빽이 주차돼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시는 이에 대해 필수공익사업 지정은 노동자의 파업권 자체를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파업 때에도 최소한의 운행을 유지해 시민 이동권을 함께 보장하기 위한 취지라는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월 국회에서 열린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 토론회'에서 "필수공익사업 지정은 파업권을 제약하자는 것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권리를 인정하면서도 시민 이동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라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노조의 주장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또 "핵심은 어떤 제도 아래서든 시민의 일상을 지킬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시내버스에도 파업 때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했다.

서울시는 국회와 협력해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에 포함하기 위한 노조법 개정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김한빈 기자(gwnu2018080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