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국회의원에게 명함은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가장 익숙한 정치 도구다. 그런데 우재준 국민의힘 국회의원(대구 북구갑)이 자신의 명함 뒷면을 다른 사람에게 내줬다.
지역을 위해 묵묵히 헌신했지만 세상에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우리 동네 숨은 영웅’들이다.

우재준 의원은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의원 명함 뒷면을 지역의 숨은 인물들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우 의원은 “국회의원은 명함을 참 많이 드리는 직업”이라며 “명함 뒷면을 어떻게 채울까 고민하다가 우리 지역의 숨은 영웅들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만들어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치인의 명함에는 통상 자신의 경력이나 의정활동, 정치적 메시지가 들어간다.
우 의원은 그 공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한 줄 더 넣는 대신 지역을 위해 살아온 주민들의 이름과 이야기를 넣기로 한 것이다.
첫 번째 주인공은 이돈수 선생이다.
우 의원에 따르면 이 선생은 과거 자신의 재산을 들여 대구 북구 산격동 배자못의 수리시설을 정비했다.
당시 주민들은 가뭄이 닥치면 농업용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수리시설이 정비되면서 금호강에서 물을 끌어와 농사를 지을 수 있었고 생계도 이어갈 수 있었다는 것이 우 의원의 설명이다.
거창한 직책이나 명예가 아니라 자신의 돈을 들여 이웃들이 농사를 계속 지을 수 있도록 도왔던 한 지역민의 삶을 국회의원의 명함에 새긴 셈이다.
우 의원은 최근 이돈수 선생의 유족도 직접 만났다.
이 자리에서 선생의 이야기를 담아 제작한 기념 명함을 유족에게 전달하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작게나마 그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저 역시 그분들의 마음을 본받아 의정활동을 하겠다는 다짐을 담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우리 지역의 숨은 영웅들을 발굴해 명함 뒷면에 새겨보려 한다”고 했다.
이어 “선생님의 뜻을 기억하며 나머지 명함도 소중히 잘 쓰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도가 눈길을 끄는 것은 단순한 명함 디자인 변경 때문만은 아니다.
지역의 역사는 유명 정치인이나 행정가의 이름으로만 만들어지지 않는다. 마을의 물길을 내고 어려운 이웃을 돕고 지역을 지켜온 평범한 주민들의 이야기도 지역 공동체의 역사다.
그러나 이런 인물들의 상당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이름조차 잊히기 쉽다.
우 의원의 명함이 계속 바뀐다면 명함 한 장 한 장이 대구 북구의 작은 인물사(人物史)가 되는 셈이다.
무엇보다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건네는 국회의원 명함에 오히려 다른 사람의 이름을 새겼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정치인의 명함 앞면에는 ‘국회의원 우재준’이 있지만, 뒷면의 주인공은 지역 주민이다. 첫 장을 장식한 이돈수 선생에 이어 다음 명함에는 어떤 ‘북구의 숨은 영웅’이 등장할지 주목된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