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은 재산 나누는 기술이 아니다"…가족의 상처까지 보듬는 '상속 안내서'

"상속은 재산 나누는 기술이 아니다"…가족의 상처까지 보듬는 '상속 안내서'

법무법인 '정률' 상속 전문 변호사 6인
'아름다운 이별, 평화로운 상속' 출간
실제 사건·판례 토대로 60가지 생활 속 상속문제 풀어내
"부모의 마지막 사랑이 가족을 가르는 일이 없도록"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법률서는 대개 조문에서 출발한다. 판례를 설명하고, 요건을 나열하고, 결론을 제시한다.

그러나 법무법인(유한) 정률의 변호사 6명이 함께 쓴 '아름다운 이별, 평화로운 상속'은 출발점이 조금 다르다. 이 책이 먼저 들여다보는 것은 법이 아니라 사람이다.

"변호사님, 10년 동안 직장까지 그만두고 아버지를 간병했는데, 형제들은 재산을 똑같이 나누자고 합니다. 그게 정말 공평한 건가요?"

아버지 간병을 위해 청춘을 바친 현주씨, 그런데...

책에 등장하는 한 의뢰인의 사연이다. 둘째 딸 현주씨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기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 집에서 대소변을 받아내며 10년을 보냈다. 다른 형제들이 각자의 삶을 사는 동안 자신의 청춘을 아버지 병상 곁에서 보낸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형제들은 "자식이 부모 모시는 건 당연한 도리"라며 재산을 법정상속분대로 똑같이 나누자고 요구해왔다. 어떻게 해야 하나?

법은 이 질문에 단순히 "자녀니까 똑같이 나누라"고 답하지 않는다. 통상적인 부양의 범위를 넘어 자신의 삶을 희생하면서 부모를 특별히 부양한 경우 민법상 '기여분'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직장 포기나 장기간의 전담 간병, 치료비 부담 등이 대표적인 예다. 반면 명절에 부모를 찾아뵙거나 용돈을 드린 정도만으로는 통상 기여분을 인정받기 어렵다.

현주씨는 여기에서 충분할까. 아니다. "10년을 돌봤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퇴직 증빙과 간병일지, 병원비 결제 내역, 요양용품 구입 기록, 의료진이나 주변 사람들의 진술 등 자신의 희생을 입증할 자료를 미리 챙겨야 한다. 책은 이 부분도 잊지 않고 현주씨를 챙기고 있다. 기여분은 상속재산분할심판 과정에서 함께 주장해야 한다는 절차상 주의점도 빠뜨리지 않았다.

기여분이 인정되면 전체 상속재산에서 이를 먼저 떼어낸 뒤 나머지를 법정상속분에 따라 나누고, 기여한 상속인에게 자신의 기여분을 다시 더하는 계산 과정도 그림으로 풀었다. 책을 읽고 있노라면, 변호사가 옆에 앉아 말해 주는 느낌이다.

아름다운 이별, 평화로운 상속 [사진=교보문고 홈페이지 갈무리]

상속 전문 변호사들이 말하는 '가족을 지키는 지혜'

이 책은 상속 전문 변호사들이 만들었지만, 소송 기술을 앞세운 책이 아니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문장은 "상속은 재산을 나누는 기술이 아니라 가족을 지키는 지혜"라는 것이다. 부모를 떠나보낸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시작되는 상속 과정에서 법을 몰라 생긴 작은 오해가 형제·자매를 갈라놓는 일이 적지 않은 만큼, 분쟁에서 이기는 법보다 분쟁을 미리 막는 법에 더 무게를 뒀다.

'정률 상속승계 법률센터' 소속 여섯 명의 변호사는 이를 위해 자신들이 실제 맡았던 사건 기록을 다시 꺼내고 판례와 헌법재판소 결정 등을 검토했다. 최근 변화한 상속 법제도 반영했다. 2026년 3월 민법 개정 내용까지 살펴 모두 60가지 사례로 정리했다.

책의 범위는 상속의 거의 전 과정을 아우른다. 태아도 상속인이 될 수 있는지부터 사실혼 배우자의 상속 문제, 생명보험과 사망퇴직금의 귀속, 부모 생전에 한 자녀만 많은 재산을 받은 경우의 '특별수익', 부모를 오랫동안 모신 자녀의 기여분, 상속포기와 한정승인, 상속재산분할, 유언과 유류분 문제까지 6개 장으로 나눴다.

질문은 철저히 생활 속 언어로 던진다. "혼인신고 없이 10년을 살았는데 남편이 죽으면 집을 비워야 하나요?", "동생은 유학비로 수억원을 받았는데 상속재산은 똑같이 나눠야 하나요?", "아버지 통장에서 장례비를 썼는데 빚까지 떠안아야 하나요?", "아버지가 스마트폰으로 직접 찍은 유언 영상은 인정받을 수 있나요?"와 같은 식이다.

"법은 가족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가"

각 사례는 '의뢰인의 사연'에서 시작해 '이 사건의 핵심 쟁점', '변호사의 솔루션', '꼭 알아둘 법률 포인트', '한 줄 정리'로 이어진다. 독자가 먼저 등장인물의 처지에 자신을 대입한 뒤 자연스럽게 법리를 따라가도록 한 구성이다. 조문과 판례도 들어가 있지만 법률가의 언어를 독자에게 그대로 떠넘기지 않는다.

집필진의 면면도 다양하다. 상속승계팀장인 송영숙 변호사는 상속·가사와 부동산, 기업자문 분야에서 활동해 왔고, 나리라 변호사는 부동산·보험·가사·상속 사건을 맡아왔다. 박성수 대표변호사는 검사와 부장검사, 대통령 법무비서관, 사법연수원 교수 등을 거쳤다. 서로 다른 실무 경험을 지닌 변호사들이 오랜 시간 토론하며 만든 결정체다.

책의 문제의식은 머리말에 선명하게 드러난다. 박성수 법무법인 정률 대표 변호사는 "법은 가족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서 작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어떻게 하면 분쟁이 시작되기 전에 막을 수 있는지, 이미 분쟁이 시작됐다면 어떻게 가족의 상처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평화로운 상속'은 재산을 정확히 몇 대 몇으로 나누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는 이미 부모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을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직업과 시간을 포기하며 부모를 돌봤을 수도 있다. 법정상속분이라는 숫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가족의 시간이 있다는 데 책은 주목한다.

"상속은 준비하면 선물이 되지만, 방치하면 독이 됩니다."

책의 끝에는 '상속 설계 체크리스트'와 '유류분을 고려한 유언장, 이렇게 쓰세요'도 실었다. 상속 분쟁이 벌어진 뒤 법원을 찾는 사람뿐 아니라 부모 세대가 살아 있을 때부터 재산과 유언을 정리하려는 가족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상속은 준비하면 선물이 되지만, 방치하면 독이 됩니다"

집필진이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전하고 싶은 말이다. 부모가 남긴 마지막 재산이 형제의 인연을 끊는 불씨가 아니라 남은 가족을 다시 이어주는 유산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법률 신간 가운데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법보다 사람과 가족의 마음을 먼저 이야기하고 있다.

"일단 책이 너무 예쁘다. 받는 순간 선물을 받는 느낌이다. 사실 몇 해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상속을 받았는데, 이 책을 보니 우리 형제들은 참 갈등 없이 부모님의 유지를 받들어 평화로운 상속을 했구나 싶었다. AI가 웬만한 상속 문제는 척척 대답해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 책에는 AI가 미처 짚어주지 못하는 깊은 내용들이 많아 좋았다. 사례별로 상황을 잘 설명해주는 일러스트가 있어 딱딱한 법률 이야기가 한결 친근하고 재미있게 읽혔다."na****** / 2026.8.11.

이 신간을 소개한 교보문고 홈페이지 독자 댓글란에 달린 글이다. 오랜만에 '사람 냄새' 나는 법률서가 나왔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