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홍지희 기자]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수송에 비상이 걸렸다. 중동발 에너지 위기가 더 커질 수도 있게 됐다.
사우디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우회해 대체 수송망을 가동해왔으나 홍해로 이어지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후티 반군의 파상 공세에 이어 핵심 육상 수송로인 동서 파이프라인까지 피격되는 3중 압박에 직면했다.
이 탓에 국제유가는 한때 배럴당 110달러까지 치솟았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날 사우디 리야드·메디나 지역을 겨냥한 드론 공격이 발생해 핵심 송유관인 동서 파이프라인의 가동이 이날 중단됐다.
동서 파이프라인은 1천200km 길이의 송유관으로 사우디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후 하루 약 500만 배럴의 원유를 이 경로로 우회 수송해왔다.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의 4~5%에 달하는 규모다.
드론은 이라크에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라크 총리실은 12일 0시를 넘긴 시각 이 드론이 자국 영토에서 발사된 사실을 확인해 군 지휘관 1명을 해임했다고 발표했다. 이라크는 이란과의 접경 지역인 샬람체 국경 검문소를 폐쇄하고 공격 배후를 추적하기 위한 작전에 착수했다.
사우디 외무부는 이라크 정부의 요청에 따라 당장은 보복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이번 사태로 사우디발 원유 수출은 한층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해양정보업체 케플러에 따르면 지난달 사우디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320만배럴에 그치면서 1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쟁 전 하루 수출 규모(약 700만 배럴)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동서 파이프라인까지 가로막히면서 사우디의 원유 수출 여력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 공격은 이란 '저항의 축'의 핵심인 후티 예멘 반군이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주요 요충지를 빠르게 장악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AP·AFP 통신 등에 따르면 후티는 이날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전략적 요충지인 페림섬까지 점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윤섬으로도 불리는 페림섬은 바브엘만데브 해협 한가운데 자리해 해협의 물길을 나누는 전략 거점이다. AFP는 예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후티가 예멘 측 바브엘만데브 해협 일대에 대한 통제권을 사실상 확보했다고 전했다.
후티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완전히 장악할 경우 사우디는 동쪽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서쪽 홍해로 향하는 원유 수송로까지 가로막히게 된다.
미국과 이란은 이날도 날 선 신경전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인근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9·11 테러 25주년 추모식에서 이란을 "세계 최대의 테러 지원국"이라고 비판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미군의 오폭으로 이란 남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182명이 숨진 사건을 언급하며 "(아이들을 공격한) 바로 그 악마들"이 이란을 비난하고 있다고 맞받았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는 이날 장중 한때 배럴당 약 110달러까지 치솟았다. 미국 서민 물가와 직결된 디젤유 가격도 갤런당 평균 6.06달러로 뛰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디젤유 가격은 전쟁 발발 이후 60% 넘게 올랐다. 미국 휘발유 평균 가격도 전쟁 이후 44%가량 상승했다.
디젤유와 휘발유 가격 상승이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면서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홍지희 기자(hjhkky@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