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전다윗 기자] 국내 제약사들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의약품 처방 이후 환자 관리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복약·생활습관 관리부터 치료효과 모니터링까지 기존 의약품 사업과 연계할 수 있는 디지털헬스케어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하는 모습이다.

1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기존 의약품 사업에 인공지능(AI), 디지털의료기기 등을 접목하는 시도를 확대하고 있다. 약물 치료와 디지털 기반 환자 관리를 연계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지속적인 관리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한미약품은 GLP-1 비만신약 '에페'와 디지털의료기기를 결합한 '디지털융합의약품'을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에페의 약물 치료에 복약순응도·생활습관 관리, 이상반응 모니터링 등 디지털 기반 환자 관리를 결합한 통합 치료 솔루션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구체적으로 환자의 부작용 발생 빈도와 중증도, 체중 감량 정도, 식이·활동량 등의 데이터를 앱을 통해 수집한다. 축적된 정보는 환자가 의료기관을 다시 찾았을 때 의료진에게 제공돼 적정 용량 결정 등 후속 치료에 활용된다. 환자에게는 개인별 식이·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해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근손실을 줄이고 투약 중단 이후 요요현상을 예방하도록 돕는다.
한미약품은 비만을 시작으로 향후 당뇨병과 심혈관질환, 정신건강질환 등 장기간 행동 변화와 치료 순응도가 중요한 만성질환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독도 불면증 치료를 중심으로 디지털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불면증 치료제에 디지털 기반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의료기기 '슬립큐'와 AI 기반 수면리듬 기록 의료기기 '크로노트랙'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한독은 이를 통해 수면 상태 측정부터 약물·비약물 치료, 치료 후 재평가와 관리까지 연결하는 '수면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일동제약은 디지털헬스케어 기업 웰트와 AI 기반 디지털융합의약품 공동 개발에 나섰다. 일동제약의 의약품과 웰트의 AI 플랫폼 'DrugOS'를 결합해 환자의 복약 시점을 관리하고 이상반응과 복약순응도를 모니터링하는 방식이다.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치료 중단 위험도 예측한다.
양사는 우선 아로나민 등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에 해당 기술을 적용해 실제 사용 데이터를 확보한 뒤 전문의약품과 신약, 개량신약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향후 축적한 데이터와 임상적 근거를 활용한 해외 시장 진출도 추진한다.

대웅제약은 웨어러블 기반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를 중심으로 관련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씽크는 심전도·호흡수·심박수 등 입원환자의 생체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 발생 시 의료진에게 알리는 시스템이다. 현재 전국 16개 상급종합병원에 도입됐으며 향후 혈압·혈당 등으로 관리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제약사들이 디지털헬스케어에 주목하는 것은 기존 의약품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환자의 복약과 생활습관, 치료 경과 등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면 치료 효과와 복약순응도를 높일 수 있다. 제약사 입장에서도 기존 병·의원 영업망과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도 주목받는다. 최근 제네릭(복제약) 약가 인하 등 기존 의약품 사업의 수익성 압박이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약가 정책의 영향을 덜 받는 디지털헬스케어가 새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제도적 기반도 갖춰지고 있다. 2025년 1월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을 계기로 디지털의료기기와 디지털융합의약품 등에 대한 별도의 관리체계가 마련됐다. 식약처는 올해 7월에도 디지털의료제품의 허가·인증·신고·심사 및 평가 관련 규정을 개정하는 등 제도를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헬스케어는 아직 시장이 초기 단계라 당장 제약사의 실적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지만, 기존 의약품과 연계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다윗 기자(dav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