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100m 옆 산단선 '벤젠'…철길도 80m '그랑라크 에일린의 뜰'

[홈+] 100m 옆 산단선 '벤젠'…철길도 80m '그랑라크 에일린의 뜰'

석유화학단지 인접…모집공고문도 냄새·분진·진동 고지
울산산단 벤젠 고농도 179차례…동해선 선로도 가까워
84㎡ 최고 7억6600만원…야음동 평균보다 58% 비싸

[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울산 남구 야음동에 공급되는 '그랑라크 에일린의 뜰'이 오는 14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청약에 돌입한다. 1500가구 넘는 대단지에 선암호수공원을 가까이 둔 점은 강점이지만 석유화학단지와 동해선 지상선로가 인접해 악취·분진·소음·진동 등 주거 쾌적성을 떨어뜨릴 요인도 적지 않다. 여기에 분양가마저 야음동 평균을 크게 웃돌아 청약전 입지와 가격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11일 입주자모집공고에 따르면 단지는 울산 남구 야음동 일대 남구 B-14구역 재개발사업으로 조성된다. 지하 2층~지상 최고 30층, 13개동, 총 1521가구 규모다. 조합원 283가구와 임대 81가구, 보류지 4가구를 제외한 1153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입주는 2029년 11월 예정이다.

울산 남구 야음동에 공급되는 '그랑라크 에일린의 뜰' 사업지 현장. [사진=네이버지도]

면적별 일반분양 물량은 전용 84㎡가 709가구로 전체 61.5%를 차지하며 59㎡ 255가구, 74㎡ 139가구, 102㎡ 50가구로 구성돼 있다.

생활환경만 놓고 보면 장점은 있다. 단지 서쪽 약 500m 거리에 선암저수지와 선암호수공원이 자리해 있고 초등생 자녀는 남서쪽에 있는 선암초교에 배치될 예정이다.

다만 단지 인근에 확인해야 할 요소 또한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울산석유화학단지다.

입주자모집공고에는 단지 동쪽 약 100m 지점에 울산석유화학단지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사업주체는 석유화학단지 영향으로 소음과 차량통행, 분진, 냄새, 진동, 빛공해 등에 따른 불편이 발생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환경권 침해 가능성도 고지하면서 청약과 계약전 현장을 직접 확인하도록 했다.

단순히 공장이 가깝다는 점만 따져볼 문제도 아니다. 울산산단 주변 대기질은 과거 정부조사에서도 점검대상에 올랐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이 2023년 공개한 '제3기 산단 주변 지역 환경오염도 및 주민 건강영향조사'에 따르면 2018~2020년 울산산단 평균 벤젠 농도는 0.73ppb로 조사됐다. 대기환경기준인 1.5ppb보다는 낮았지만 전국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질환조사에서는 전체 29종 가운데 상당수 질환이 대조지역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다만 울산을 비롯한 일부 산단에서는 만성하기도질환 발생률이 다소 높게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생활습관과 연령 등 질환발생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다양하다며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랑라크 에일린의 뜰' 사업지에서 동해선 선로까지 거리와 인근 울산석유화학단지. [사진=다음 지도]

보다 최근 조사에서는 울산석유화학단지 내부에서 벤젠 고농도 사례도 다수 확인됐다.

2025년 국제학술지 'Toxics'에 실린 연구를 보면 연구진은 2024년 차량에 이동식 측정장비를 싣고 울산석유화학단지 내부 대기질을 조사했다. 오전과 오후, 야간, 새벽으로 나눠 측정한 결과 연구진이 고농도 '핫스팟'으로 설정한 벤젠 30㎍/㎥이상 사례가 179차례 확인됐다. 특히 야간과 새벽에 상대적으로 높은 농도가 나타났다.

벤젠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사람에게 발암성이 있다고 판단한 '그룹 1' 발암물질이다. 다만 해당연구는 아파트 사업지가 아닌 석유화학단지 내부에서 진행됐다. 따라서 측정결과를 그랑라크 에일린의 뜰 일대 대기질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그럼에도 석유화학단지와 주거지역 사이 환경문제는 야음동에서 꾸준히 논란이 돼왔다. 2022년 야음지구 개발을 논의했던 민관협의회는 석유화학공단과 공동주택 사이 이격거리를 최대한 확보하라고 권고했다.

당시 제시된 조건부 개발안에는 여천교~여천오거리 구간에 폭 200m, 최저 높이 35m이상 공해차단구릉을 조성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다른 대안에는 석유화학단지 인근 주거개발을 최소화하고 야음근린공원을 공해차단녹지로 보전하는 내용이 담겼다. 공단과 주거지역 사이 완충공간 확보가 지역현안으로 다뤄졌던 셈이다.

열차소음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네이버지도상 단지 경계에서 동해선 선로까지 최단거리는 약 80~90m다. 첫 열차는 평일 기준 오전 5시54분, 막차는 다음날 오전 0시11분이다.

모집공고에는 철도소음 관련 내용이 별도로 명시돼 있지 않지만 선로가 가까운 만큼 동과 층에 따라 열차운행에 따른 소음과 진동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어 현장에서 직접 확인할 필요가 있다.

자녀를 둔 수요자는 통학환경도 살펴봐야 한다. 초등생은 선암초교에 배치될 예정이다. 공고상 학교까지 거리는 약 175m다. 다만 지도상 최단 보행경로에는 이면도로와 경사구간이 포함돼 있다. 단순 직선거리만 보고 통학 편의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랑라크 에일린의 뜰'인근 선암초교 등굣길에 위치한 경사 도로. [사진=네이버 지도]

분양가도 청약흥행을 좌우할 변수다. 주력 평형인 전용 84㎡ 최고 분양가는 7억6600만원이다. 발코니 확장비 2400만원을 더하면 7억9000만원까지 올라간다.

전용 84㎡ 공급면적은 111.02㎡로 약 33.6평이다. 최고 분양가를 공급면적으로 나누면 3.3㎡당 약 2280만원이다. 호갱노노에 표시된 야음동 30평대 평균 평당가 약 1440만원과 비교하면 58%가량 높다. 다만 지역 평균에는 구축 아파트가 포함돼 있어 신축 분양가와 단순 비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주변 청약실적이 좋지 않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단지 인근 '번영로 하늘채 라크뷰'는 2024년 최초 분양한 뒤 지난해 2월에도 잔여 59가구를 대상으로 임의공급을 진행했다. 같은 야음동에서 앞서 공급된 '울산호수공원 에일린의 뜰'도 일부 매물이 분양가 수준을 밑도는 것으로 현지에서 파악되고 있다.

울산 남구 야음동 J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호수조망 물건도 7억원 안팎에서 무피나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K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그랑라크 에일린의 뜰은 선암호수공원과 대단지 신축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단지로 전용 84㎡ 최고가는 확장비를 더하면 8억원에 육박한다"며 "여기에 석유화학단지와 열차·도로 소음, 통학여건까지 감안하면 청약자는 신축 프리미엄이 이런 약점을 상쇄할 수 있을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