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훈 기자] 424억 원이 투입된 경북 포항시 학산천 생태하천복원사업 현장에서 해수면 상승에 따른 바닷물 역류로 보행로가 침수되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당시 비가 내리지 않은 상황에서도 일부 보행로가 발목 높이까지 물에 잠긴 것으로 확인돼 배수시설의 적정성과 설계 당시 해수면 상승에 따른 역류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9일 밤 10시쯤 찾은 학산천 하류 구간.
보행로 진입부에는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비닐띠가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야간에는 쉽게 식별하기 어려웠고, 비닐띠 너머 보행로에는 이미 물이 차 있었다.
일부 구간은 발목 높이까지 물이 올라 정상적인 통행이 어려운 상태였다. 이날 포항지역에 비가 내리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당시 바람 등의 영향으로 바닷물 수위가 평소보다 높아지면서 바다와 연결된 학산천으로 바닷물이 역류한 것으로 파악됐다.
포항시 담당 부서에 확인한 결과 해수면 상승으로 바닷물이 역류하면서 배수펌프에 부하가 걸려 고장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는 현재 고장 난 펌프를 교체하고 있으며 향후 비슷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추가 구조물 설치 등 보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번 침수가 단순한 펌프 고장에 따른 일회성 문제인지 여부다.
학산천은 바다와 직접 연결돼 있어 해수면이 상승할 경우 하천 수위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현장에서 확인한 일부 보행로는 인접한 하천 수면과 비교해 낮은 위치에 조성돼 있었다. 이 때문에 해수면과 하천 수위가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갈 경우 침수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번 침수는 집중호우가 아닌 해수면 상승과 바닷물 역류 과정에서 발생했다.
이에 따라 사업 설계 당시 만조 등 해수면 변화와 바닷물 역류 가능성을 어느 수준까지 반영했는지 확인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배수펌프의 처리 용량과 설치 기준 역시 점검 대상이다.
424억 원이 투입된 학산천 생태하천복원사업은 추진 과정에서 설계변경과 공사 지연을 거쳤다. 장기간 공사가 이어지면서 주변 상인과 주민들의 불편도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준공 이후 침수 방지를 위해 추가 구조물 설치가 필요할 경우 또다시 예산이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
포항시는 현재 뚜렷한 근본 대책이 마련된 단계는 아니며 추가 구조물 설치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을 둘러본 결과 수위 상승 시 침수가 우려되는 보행로 구간도 추가로 눈에 띄었다.
따라서 고장 난 펌프 교체와 함께 설계 당시 적용한 해수면 기준과 역류 방지 대책, 배수시설 용량, 보행로 높이의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태풍이나 집중호우와 만조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를 가정한 안전성 검토도 필요해 보인다.
이번 침수가 단순한 펌프 고장 때문인지, 아니면 당초 설계와 배수체계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포항시가 설계 당시 해수면 상승과 역류 가능성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수차례 설계변경 과정에서 침수 가능성을 재검토했는지, 추가 보완공사에 어느 정도의 예산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요구되고 있다.
/대구=정훈 기자(tren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