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B] 애플 '아이폰 듀오' 출격에 삼성전자의 매운맛 도발

[사이드B] 애플 '아이폰 듀오' 출격에 삼성전자의 매운맛 도발

애플 행사 내내 삼성 美법인 SNS서 실시간 저격…"우린 세 번 접고 있을게"
해외법인 특유의 화법…한국 본사는 '201g' 기술력 강조
놀리면서도 사고파는 사이…듀오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 공급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우리가 먹다 남은 거 다시 데우는 거 끝나면 알려줘.(Let us know when you're done reheating our leftovers)"

애플이 마침내 스마트폰을 접자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기다렸다는 듯 받아쳤습니다. 첫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가 공개되는 동안 소셜미디어(SNS)에서 애플을 실시간으로 ‘긁기’ 시작했는데요. 표현도 꽤 매웠습니다.

애플의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 [사진=애플 공식 유튜브 채널 캡처]

11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 미국법인이 운영하는 '삼성 모바일 US' 공식 엑스(X) 계정은 전날 애플의 신제품 행사 내내 애플을 겨냥한 게시물을 쏟아냈습니다.

삼성전자 US는 애플 행사에서 '아이폰18 프로'가 먼저 나오자 "지금까진 똑같네(So far, so same)"라고 했습니다. 기다리던 폴더블이 좀처럼 등장하지 않자 "기다리게 한다고? 좋아. 우린 여기서 세 가지 방식으로 접고 있을게"라고 했고요.

마침내 듀오가 모습을 드러내자 결정타를 날렸습니다. "우리 먹다 남은 거 다시 데우는 거 끝나면 알려줘."

삼성전자가 2019년부터 만들어온 갤럭시 Z 폴드와 같은 '책처럼 접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애플이 이제야 내놓았다는 조롱입니다. 쉽게 말해 "우리가 7년 전에 한 걸 이제 하느냐"는 얘기죠.

제품명도 그냥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언어학습 서비스 듀오링고 계정을 소환하며 "미안해 듀오링고. 쟤들이 우리뿐 아니라 너희도 따라 했네"라는 취지의 글까지 남겼습니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X 계정에 9일(현지시간) 애플의 신제품 발표 행사 중 게재된 게시글. "우리가 먹다 남은 거 다시 데우는 거 끝나면 알려줘.(Let us know when you're done reheating our leftovers)"라는 의미. [사진=삼성전자 US 모바일 X 계정 캡처]

美법인은 '매운맛'…한국 본사는 '201g'

사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의 이런 '매운맛'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의 해외 법인들은 현지 마케팅과 메시지에서 한국 본사와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특히 미국법인은 과거에도 애플이 삼성 스마트폰에 먼저 적용된 기능을 도입하면 '우리는 이미 하고 있었다'는 식으로 여러 차례 꼬집어 왔습니다.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과 정면으로 맞붙는 만큼 비교 광고에도 거리낌이 없는 셈입니다.

한국 본사의 화법은 조금 달랐습니다. 애플을 대놓고 놀리기보다 숫자와 기술력을 앞세웠습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부터 서울과 도쿄, 런던 등에 '웰컴 투 폴더블(Welcome to Foldables)' 광고를 내걸었습니다. 아이폰 듀오 공개 직전인 9일에는 '201g의 비밀'이라는 콘텐츠를 공개하며 폴드8의 경량화 기술을 소개했습니다.

숫자만 놓고 보면 비교가 꽤 선명합니다. 폴드8은 201g에 펼쳤을 때 두께가 4.5㎜입니다. 아이폰 듀오는 254g·5.2㎜로 폴드8 보다 53g 무겁고 0.7㎜ 두껍거든요.

미국법인이 "그거 우리가 먹다 남긴 것"이라고 했다면, 한국 본사는 "그래서 우리는 201g까지 만들었다"고 말한 셈입니다.

삼성전자,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폴드8·플립8', '갤럭시 워치 울트라2·워치9' 국내 공식 출시. [사진=삼성전자]

놀리면서도 사고파는 '특별한 사이'

그런데 삼성과 애플의 관계는 여기서 조금 재미있어집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으르렁대는 경쟁자지만 부품 시장에서는 중요한 고객이자 공급사이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아이폰 듀오의 핵심인 폴더블 OLED 패널을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실상 전량 공급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2년 삼성전자에서 디스플레이 사업을 떼어내 출범한 회사입니다. 일반 바형 아이폰용 OLED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는 주요 공급사입니다.

메모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애플은 아이폰 등에 들어가는 모바일 D램과 낸드플래시를 삼성전자에서 대량으로 구매해왔습니다.

그러니까 한쪽에서는 "우리가 먹다 남은 걸 데운다"며 애플을 놀리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그 애플의 첫 폴더블에 들어갈 핵심 부품을 만들어 파는 셈입니다.

물론 애플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행사에서 기존 폴더블을 두고 "두 대의 휴대전화를 어색하게 붙여놓은 것처럼 느껴졌다"고 지적했거든요.

삼성은 "7년 늦었다"고 하고, 애플은 "기존 제품이 별로여서 안 했다"는 식으로 맞받아친 겁니다.

앞에서는 서로의 제품에 날을 세우고, 뒤에서는 패널과 메모리를 사고팝니다. 삼성은 먼저 접었고, 애플은 이제 막 접었습니다.

7년 먼저 접은 삼성과 이제 막 접기 시작한 애플. 폴더블 경쟁에 입씨름까지 꽤 재미있어졌습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