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손 들어준 일반주주…감사위원 표대결 '압승'

고려아연 손 들어준 일반주주…감사위원 표대결 '압승'

외국인·외국기관 98.3%·개인 79.1%가 백인규 후보 지지
영풍·MBK 측 후보 크게 앞서…현 경영진 성장 전략에 힘 실어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고려아연이 임시주주총회의 최대 승부처인 분리선임 감사위원 선출 표 대결에서 압승했다. 외국인과 개인 등 일반주주들이 현 경영진 측 후보에게 몰표를 던지면서 경영 성과와 중장기 성장 전략에 대한 신뢰가 재확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가 9일 서울 용산 몬드리안호텔에서 열린 제53기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해 개회를 알리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가 새로운 감사위원으로 선임됐다. 백 후보는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수 기준 81.8%의 찬성을 얻었다. 영풍·MBK 측이 추천한 박유경 후보의 찬성률은 27.9%에 그쳤다.

외국인과 개인 등 일반주주의 표심은 백 후보에게 쏠렸다. 투표에 참여한 외국인과 외국기관의 백 후보 지지율은 98.3%에 달했다. 국내 개인주주의 79.1%,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의 86.9%도 백 후보를 지지했다. 각 후보에게 의결권을 절반씩 행사한 국민연금은 제외한 수치다. 박 후보 지지율은 국내 개인주주 20.9%,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 13.1%에 머물렀다.

분리선출 감사위원 선임은 이번 임시주총의 핵심 안건으로 꼽혔다. 일반 독립이사 선임은 양측이 후보를 2명씩 추천해 4명 모두 선임되는 구도였지만, 분리선출 감사위원은 양측 후보가 한 자리를 놓고 맞붙는 표 대결이었기 때문이다.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되는 ‘3% 룰’이 적용되는 만큼 일반주주의 선택이 중요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평가도 고려아연 현 경영진 측의 판정승이었다. ISS와 글래스루이스, 서스틴베스트 등 주요 의결권 자문사 9곳 중 8곳이 백 후보 선임에 찬성을 권고했다. 백 후보가 한국과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하고 딜로이트그룹에서 28년간 회계감사와 재무자문 경험을 쌓았다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제53기 임시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참석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업계에서는 현 경영진이 경영 성과로 쌓아온 신뢰가 압승의 배경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2년째 이어진 경영권 분쟁 속에서도 올해 상반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지배구조 개선 등 주주친화적 행보도 이어왔다.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도 본업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과를 냈다는 점이 주주들의 긍정적인 평가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미국 통합제련소 건설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Project Crucible)과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이차전지 소재, 자원순환을 중심으로 한 '트로이카 드라이브'(Troika Drive) 등 중장기 성장 전략도 지지 배경으로 꼽힌다. 현 경영진이 제련 기술과 운영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회사의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일관되게 추진할 경영 연속성이 중요하다고 주주들이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의결권 자문사들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ISS는 고려아연 현 경영진이 영풍·MBK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에도 105분기 연속 흑자를 내는 등 견조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서스틴베스트는 프로젝트 크루서블 등 중장기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백 후보 선임이 적합하다고 봤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MBK가 꾸준히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등을 문제삼으며 공격하고 있지만 결국 기업은 실적으로 증명하고 비전으로 설득하는 것"이라며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 등의 행보를 꾸준히 노력해 온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번 주주총회에서의 ‘표쏠림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