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대구의 한 기초자치단체가 공공건축가 5명을 뽑는데 전국에서 45명의 건축 전문가가 몰렸다. 경쟁률은 9대 1.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지원자의 60%가 대구 밖 전문가였다는 점이다.
대구 수성구가 운영하는 ‘공공건축가 제도’가 지역을 넘어 전국 건축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수성구는 지난 7월 27일부터 8월 7일까지 제5기 공공건축가를 공개 모집한 결과 5명 모집에 45명이 지원했다고 10일 밝혔다.
지원자의 면면을 보면 더욱 눈에 띈다.
전체 45명 가운데 대구 외 지역 전문가가 27명으로 60%를 차지했다.
서울이 14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 4명, 경기·경남 각 3명, 충북·충남·대전에서도 각각 1명이 지원했다.
지역의 공공건축가 자리를 놓고 서울을 비롯한 전국의 전문가들이 경쟁한 셈이다.
지원자 가운데는 국제건축가연맹 ‘올해의 100인 건축가상’ 수상자와 국제 설계공모 당선 경력을 가진 건축가들도 포함됐다.
단순히 지역 건축인들의 명예직 성격을 넘어 전문 건축가들이 자신의 경험을 실제 공공건축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자리로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수성구 공공건축가 제도는 건축·도시·조경 분야 전문가 15명으로 운영된다.
임기는 2년이며 한 차례 연임할 수 있다.
공공건축물의 기획 단계부터 설계와 시공, 유지관리까지 전 과정에 참여해 사업을 조정하고 전문적인 자문을 제공한다.
설계공모를 검토하고 추정설계비 2000만원 미만 공공건축물의 설계와 디자인에도 직접 참여한다.
수성구가 다른 지자체와 차별점으로 내세우는 것은 ‘도장 찍는 자문’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공건축가가 설계도서를 사전에 검토한 뒤 현장까지 찾아가 사업 진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점검한다.
문제가 발견되면 설계변경이나 시공 개선방안까지 제시한다.
공공건축물이 완공된 뒤 문제를 발견하고 다시 예산을 투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기획·설계 단계부터 전문가가 개입해 시행착오를 줄이는 구조다.
새롭게 구성된 제5기 공공건축가의 전문성도 눈에 띈다.
신규 5명을 포함한 전체 15명 가운데 프랑스·독일·네덜란드·미국 건축사 자격을 함께 보유한 전문가가 5명이다.
계명대와 대구가톨릭대 건축학과 교수들도 참여한다.
전체 공공건축을 조정하는 총괄건축가는 조진만 조진만건축사사무소 대표가 맡고 있다.
공공건축의 품질은 결국 주민들의 일상과 직결된다. 주민센터와 도서관, 문화·체육시설, 공원시설처럼 주민들이 매일 이용하는 공간은 디자인뿐 아니라 동선과 안전, 유지관리 비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설계 단계에서의 작은 판단 하나가 완공 이후 수년간의 유지관리 비용과 시설 이용 편의성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공건축가의 역할도 단순한 ‘디자인 자문’을 넘어설 수밖에 없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민간전문가가 실제 사업에 참여해 현장의 문제를 미리 찾아내고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수성구 공공건축가 운영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쌓아 온 운영 경험과 성과를 외부에도 공유해 지방자치단체 민간전문가 운영의 본보기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