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수도권 전세매물이 빠르게 자취를 감추면서 전세시장에 다시 공급부족 경고등이 켜졌다. 전세수급지수가 올들어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린 가운데 대단지 아파트에서조차 전세매물을 찾기 힘든 실정이다. 신규 입주물량 감소까지 겹치면서 전세난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11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전국 전세수급지수는 지난 1월 162.15에서 8월 174.51로 껑충 뛰었다. 서울 상황이 한층 심각하다. 같은기간 수급지수가 꾸준히 오르며 8월 지수는 179.22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200에 가까울수록 공급부족이 극심함을 뜻한다.
한국부동산원 수도권 전세수급지수 역시 가파른 상승세다. 올해 3월 102.8에서 4월 104.7, 5월 107.6, 6월과 7월 110.2로 연이어 올랐다. 지난해 7월 99.0이었던 지수와 비교하면 수도권 전세공급 가뭄이 한층 심화한 셈이다. 전세수급지수가 기준선 100을 상회하면 전세수요가 공급을 앞지른다는 의미로 지수가 높을수록 매물부족 현상이 심하다는 뜻이다.
실제 대단지에서조차 전세매물이 빠른속도로 줄고 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미아뉴타운 SK북한산시티는 3830가구 규모지만 전세매물은 8건에 불과하다. 전용 59㎡ 매물은 단 1건뿐이다.
서울 도봉구 창동 창동주공3단지 역시 2856가구 가운데 전세매물이 7건에 그쳤다. 노원구 월계동 현대아파트는 1281가구 규모지만 전세매물이 1건만 확인된다.
강북구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전세를 찾는 문의는 꾸준한데 정작 내놓는 집이 많지 않다"며 "기존 세입자가 계약을 연장하는 경우가 많고 신규 입주물량도 줄면서 전세매물을 찾기가 예전보다 확실히 어려워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세매물이 급감한 배경에는 대출규제와 임대차제도, 신규공급 감소 등이 복합 작용하고 있다. 주택 매입후 전세를 놓는 갭투자가 대출규제로 위축된데다 기존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하면서 전세매물 시장회전도 둔화했다.
신규 전세공급을 늘릴 입주물량이 줄어든 점도 영향을 끼쳤다. 공사비 상승과 부동산PF 위축 등으로 정비사업이 지연되면서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대단지 입주때 한꺼번에 쏟아지던 전세물량이 감소하면서 매물가뭄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수도권 전세매물 부족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당분간 완화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비관론이 득세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부터 윤석열 정부를 거쳐 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10년 가까이 이어진 다주택자 규제 강화가 누적되면서 전세공급 기반 자체가 약해졌다는 진단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와 같은 정부정책이 지속되는 동안 전세매물 부족이 반전될 가능성은 크지 않고 오히려 상황이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문재인 정부 때부터 다주택자 규제가 이어진데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규제완화를 추진했지만 실질적인 법령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아 결과적으로 규제가 유지됐다"고 짚었다.
이어 "전세매물 부족은 최근 1~2년 사이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가랑비에 옷 젖듯 지난 10년간 누적된 결과"라며 "민간 임대물량을 공공임대로 대체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단기적으로 전세매물 부족을 해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