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인구조사에서 불법 이민자와 난민 등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조사 결과가 하원의원 의석 배분에 쓰이는 만큼 정치·법적 논란이 예상된다.

9일(현지시간) 연방관보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에 장기적으로 정착한 사람만 인구조사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미국 인구조사는 시민권 여부와 관계없이 미국에 거주하는 사람을 집계한다. 유학생과 난민, 망명 신청자, 불법 이민자도 대상이다.
이번 안에는 인종·민족 관련 문항을 없애는 내용도 담겼다. 해당 문항은 1790년 첫 인구조사 때부터 이어져 왔다.
변경안은 30일간 의견 수렴을 거친다. 이후 인구조사국이 최종 규칙을 정한다. 다음 인구조사는 2030년 4월 실시된다.
인구조사 결과는 주별 하원의원 의석 배분에 직접 쓰인다. 불법 이민자 등을 제외하면 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주의 의석 배분용 인구가 줄어 주별 의석수가 달라질 수 있다. 미국 수정헌법 제14조는 각 주의 하원 의석을 시민권자가 아닌 전체 '사람(person)' 수에 따라 나누도록 규정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기준을 좁게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에 통상적인 거주지가 없는 불법 이민자와 임시 체류자는 의석 배분 인구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제도가 바뀌면 이민자 비중이 높은 주의 인구가 줄어들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수백만 명이 조사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인 2018년에도 인구조사에 시민권 질문을 추가하려 했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이 이듬해 정부가 제시한 근거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제동을 걸었다.
법적 대응도 예고됐다. 레티샤 제임스(Letitia James) 뉴욕주 법무장관은 "헌법은 명확하다. 이민 신분과 관계없이 미국에 사는 모든 사람은 인구조사에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장관은 2020년 인구조사 변경 시도 당시에도 소송을 주도했다. 뉴욕주는 이번에도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