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애플이 마침내 스마트폰을 접었다. 첫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를 내놓으며 삼성전자와 정면승부에 나섰다.
가격은 삼성전자의 폴더블 라인업 사이를 파고들었지만, 무게와 두께는 '폴더블 선배' 삼성 제품보다 묵직했다.

애플은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열린 ‘서프라이즈 앤드 샤인(Surprise and shine)’ 스페셜 이벤트에서 아이폰 듀오를 공개했다. 로이터는 듀오를 “수년 만에 나온 아이폰의 가장 큰 변화”라고 평가했다.
숫자로 보면 차이가 선명하다. 아이폰 듀오의 무게 254g, 접었을 때 측면 두께는 5.2㎜다.
삼성전자 갤럭시 Z 폴드8은 무게 201g, 측면 두께 4.5㎜로 듀오보다 53g 가볍고 0.7㎜ 얇다. 화면이 더 큰 폴드8 울트라도 215g·4.1㎜로 듀오보다 39g 가볍고 1.1㎜ 얇다.
화면 크기는 비슷하지만 무게와 두께에서 삼성전자가 애플을 하드웨어 적으로 압도한 셈이다.
실제로 듀오와 폴드8의 내부 화면은 똑같이 7.6인치다. 폴드8 울트라는 이보다 큰 8인치 화면을 넣고도 듀오보다 가볍고 얇다.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에는 큰 변화지만, 삼성전자가 지난 2023년 내놓은 폴드5(253g)보다도 1g 무거운 사양을 내놓은 것이다.

"웰컴 투 폴더블"…애플 등장 직전 '201g' 꺼낸 삼성
공교롭게도 삼성전자는 애플의 첫 폴더블 공개를 앞두고 ‘가벼움’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일부터 서울 광화문·코엑스와 일본 도쿄 시부야, 영국 런던 피카딜리 서커스 등 세계 주요 랜드마크에서 ‘웰컴 투 폴더블(Welcome to Foldables)’ 옥외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광고에는 ‘울트라 씬(Ultra Thin)’,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폴드(The world's lightest fold)’ 등의 문구를 담았다.
아이폰 듀오 공개 직전인 9일에는 뉴스룸에 ‘201g의 비밀…갤럭시 Z 폴드8이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폴드가 되기까지’라는 기획 콘텐츠도 게재했다.
삼성전자가 276g이던 첫 갤럭시 폴드에서 폴드5 253g, 폴드6 239g, 폴드7 215g을 거쳐 올해 폴드8에서는 201g까지 무게를 줄였다. 8세대에 걸쳐 75g을 덜어낸 과정을 구체적으로 소개한 것이다.
회사는 폴드8을 개발하면서 약 270개 부품과 180여종의 부자재를 다시 살폈다고 밝혔다. 회로기판과 안테나, 브래킷은 물론 작은 테이프까지 손봤고 일부 부자재에서는 0.001g 단위로 줄일 부분을 찾았다는 설명이다.


큰 화면을 얻는 대신 두껍고 무거워지는 것은 폴더블폰의 오랜 약점이다. 삼성전자가 인용한 소비자 조사에서도 폴더블에 관심이 없는 소비자들은 ‘두껍거나 무거운 디자인’을 주요 우려 중 하나로 꼽았다. 삼성전자가 세대를 거듭할수록 무게와 두께를 줄여온 이유다.
노태문 삼성전자 대표이사 DX부문 사장도 지난 7월 폴드8 시리즈를 공개하며 “새로운 갤럭시 Z 시리즈는 삼성전자의 가장 완성도 높은 폴더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애플은 7년 늦게 폴더블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첫 제품의 완성도에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기존 폴더블에 대해 “어색하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졌다”고 지적하면서 듀오는 여권과 비슷한 크기에 아이패드와 같은 대화면 경험을 담았다고 강조했다.

외신도 ‘늦은 만큼 다듬었다’는 데 주목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듀오를 애플의 “지금까지 가장 과감한 스마트폰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2007년 첫 아이폰 이후 이어온 익숙한 바(bar)형 디자인에서 크게 벗어난 제품이라는 의미다.
가격은 딱 중간…삼성·中 주도하던 경쟁에 애플도 참전
가격은 삼성전자 두 제품 사이에 자리했다. 미국 출고가 256GB 기준 듀오는 1999달러다.
폴드8은 북미 기준으로 1899.99달러, 폴드8 울트라는 2099.99달러다. 듀오가 폴드8보다 약 100달러 비싸고 울트라보다는 약 100달러 저렴하다.
애플이 꺼낸 차별화 카드 중 하나는 ‘펜’이다. 듀오는 아이폰 최초로 애플펜슬을 지원한다. 올해 말부터 애플펜슬(USB-C)을 내부 7.6인치와 외부 5.4인치 화면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과거 폴드에서 S펜을 지원했지만 폴드8과 폴드8 울트라에서는 지원하지 않는다.

듀오는 IP68 등급의 방진·방수도 지원하고 저장용량은 최대 2TB까지 선택할 수 있다. 접는 화면에 맞춰 운영체제(OS)도 손봤다. 두 개 앱을 나란히 띄우거나 같은 앱의 창을 두 개 열 수 있어, 애플은 큰 화면을 단순히 영상 감상용이 아니라 업무와 멀티태스킹에 활용하도록 설계했다.
韓·中 주도해온 폴더블 하드웨어 경쟁에 애플 참전
듀오의 등장은 한동안 삼성전자와 중국 업체들이 주도했던 스마트폰 하드웨어 경쟁에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애플은 최근 수년간 바형 아이폰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프로세서와 카메라,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제품을 개선해왔다.


그 사이 삼성전자는 폴더블을 8세대까지 발전시켰다. 화웨이·아너·오포 등 중국 업체들도 더 얇고 가벼운 폴더블을 내놓으며 경쟁했고, 화웨이는 화면을 두 번 접는 트라이폴드까지 상용화했다. 스마트폰의 ‘모양’을 바꾸는 경쟁에서는 삼성과 중국 업체들이 앞서 달려온 것이다.
여기에 애플이 합류했다. 로이터는 듀오를 두고 애플이 “새로운 프리미엄 성장 기회를 만들고 아이폰 사업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었다”는 시장 평가를 전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