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서구 재정 정말 위기인가”…이태훈 전 청장, 김용판 현 청장 겨냥 ‘재정 비상체제’에 정면 반박

“달서구 재정 정말 위기인가”…이태훈 전 청장, 김용판 현 청장 겨냥 ‘재정 비상체제’에 정면 반박

“1조3511억 예산에 지방채 60억…공모사업도 국·시비 75% 확보한 것”
“지난 10년을 ‘일단 따고 보자·보여주기’로 조롱”…전·현직 구청장 ‘재정 진실공방’ 불붙나

[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대구 달서구의 재정은 정말 ‘비상상황’인가. 아니면 새로운 구정 운영을 위한 지나친 위기론인가.

김용판 대구 달서구청장이 취임 이후 ‘재정 비상체제 전환’을 선언하고 전임 구정에서 추진한 일부 사업의 재정운용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자, 10년간 달서구정을 이끌었던 이태훈 전 달서구청장이 공개적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이태훈 전 달서구청장과 김용판 현 달서구청장(왼쪽부터) [사진=달서구·연합뉴]

전·현직 구청장이 달서구의 재정 상태와 지난 10년간 추진된 공모사업, 지방채,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놓고 사실상 정반대의 진단을 내놓으면서 ‘달서구 재정위기론’을 둘러싼 논쟁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이 전 청장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구청장이 최근 기자회견과 권역별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지난 10년간 추진된 사업을 “일단 따고 보자”식의 무분별한 사업, “보여주기식 사업”, “인기를 위해” 추진한 사업 등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10년의 보람은커녕 동네 다니기가 부끄럽다”고 했다.

첫 번째 반박은 공모사업이다.

이 전 청장은 달서구가 영구임대아파트 밀집 등으로 사회복지비 지출 부담이 큰 반면 자체 세입 기반은 상대적으로 취약해 외부재원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정부 도시재생 뉴딜 공모사업의 경우 구비 25%를 투입해 국·시비 75%를 확보하는 구조였다며 이를 단순히 향후 인건비와 유지관리비, 공공요금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일단 따고 보자”식 사업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전 청장은 국회의원들과 협력해 치열한 공모 경쟁을 뚫고 외부재원을 확보했고 이를 통해 부족했던 공공시설을 확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같은 공공시설을 놓고 현 구정은 ‘향후 유지비 부담’을 보고, 전임 구정은 ‘국·시비를 끌어와 지역 인프라를 확충한 성과’를 보는 셈이다.

두 번째 쟁점은 60억원의 지방채다.

이 전 청장에 따르면 달서구는 송현2동 행정복지센터 건립에 30억원, 보훈회관 건립에 30억원 등 모두 60억원의 정부 공공자금관리기금을 활용했다.

그는 해당 자금이 2%대 저리 정책자금이고 건축비 상승을 고려하면 사업을 늦추는 것보다 조기에 추진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했다고 주장했다.

또 매각을 추진 중인 옛 월성1동·상인3동 행정복지센터와 향후 매각 예정인 현 송현2동 행정복지센터의 자산가치를 고려하면 60억원을 상환하고도 남는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달서구의 재정규모가 1조3511억원이라는 점을 들어 “설사 빚 60억원이라고 해도 이를 심각한 재정위기로 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지방재정의 건전성은 전체 예산 대비 지방채 규모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향후 세입 전망과 의무지출, 시설 운영비, 기금 여력, 계속사업 부담 등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점에서 어느 쪽의 주장이 실제 재정 상황에 가까운지는 구체적인 재정지표를 놓고 검증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전선은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다.

김용판 구청장 측이 기금 감소를 재정의 ‘안전벨트’ 약화라는 취지로 문제 삼은 데 대해 이 전 청장은 제도의 취지를 잘못 해석한 것이라고 맞섰다.

그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여러 기금의 여유재원을 한곳에 모아 필요한 사업에 활용함으로써 재정운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라고 강조했다.

민생회복소비쿠폰이나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불가피한 재정수요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저금리 계좌에 돈을 계속 쌓아놓는 것만이 건전재정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이 전 청장은 지난 2년간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149억원의 부담이 있었다는 점도 제시했다.

논쟁은 결국 숫자를 넘어 지난 10년 달서구정에 대한 평가로 향하고 있다.

이 전 청장은 자신이 구정을 맡았던 기간 달서구 재정규모가 5930억원에서 1조3511억원으로 늘었고, 지방채는 47억8000만원에서 60억원 수준으로 변화했다고 밝혔다. 구민 주거만족도 역시 62.8%에서 91.1%로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산은 가만히 앉아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뛰며 적극적으로 따오는 것”이라며 “기존 사업을 잇기 싫으면 그렇게 하면 되는데 기존 사업들을 깎아내리며 조롱해서야 되겠느냐”고 직격했다.

특히 “전임자와 1300여 공무원의 그간 헌신을 조롱해서야 되겠느냐”며 현 구정의 전임 사업 평가 방식까지 문제 삼았다.

글 마지막에는 “이 폭포도 무사해야 할 것인데”라는 의미심장한 문장도 남겼다. 전임 구정에서 추진된 기존 사업들의 향후 존치와 조정을 겨냥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논쟁의 핵심은 ‘이태훈이 옳으냐, 김용판이 옳으냐’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결국 숫자로 확인돼야 한다.

60억원 지방채가 달서구 재정에서 어느 정도 부담인지, 통합재정안정화기금 감소가 실제 재정 대응력을 얼마나 떨어뜨렸는지, 공모사업으로 확보한 국·시비와 앞으로 부담해야 할 운영비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큰지도 공개된 자료로 따져봐야 한다.

새 구청장이 전임 사업을 재검토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재정위기’를 선언했다면 그 위기의 크기 역시 객관적인 숫자로 설명해야 한다. 반대로 전임 구정도 공모사업을 많이 따왔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사업의 효율성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달서구를 둘러싼 전·현직 구청장의 공방이 정치적 ‘전임 지우기’ 논란에 머물지, 아니면 지난 10년간의 재정운용을 제대로 검증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