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두 제품의 활용성을 하나로 결합했습니다. 역대 아이폰 가운데 가장 큰 디스플레이를 주머니에 들어가는 크기에 담았습니다."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취임 후 처음 오른 신제품 발표 무대에서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를 꺼내 들었다.

애플은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애플파크에서 '서프라이즈 앤드 샤인(Surprise and shine)' 스페셜 이벤트를 열고 아이폰 듀오와 아이폰18 프로·프로맥스, 에어팟5, 애플워치 시리즈12·울트라4 등을 공개했다.
지난 1일 팀 쿡의 뒤를 이어 CEO에 오른 터너스가 처음으로 이끈 신제품 행사다. 최근 애플 행사에서 쿡 전 CEO가 주로 시작과 끝을 맡았던 것과 달리 터너스는 주요 발표마다 여러 차례 등장해 제품과 회사 전략을 직접 설명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1999달러 첫 폴더블…7년 늦게 시장 진입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애플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였다.
아이폰 듀오는 접으면 5.4인치 스마트폰으로 사용하고 펼치면 7.6인치 대화면 기기로 바뀐다. 펼친 화면 면적은 아이폰18 프로보다 80% 넓다.

터너스 CEO는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을 가져오면서도 이용자들이 아이폰에 기대해온 모든 것을 유지했다"며 "극도로 복잡한 엔지니어링을 담았지만 사용은 어렵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애플은 100개가 넘는 정밀 부품으로 힌지를 구성하고 화면을 펼쳤을 때 가운데 주름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디스플레이 구조를 적용했다. 두 화면에 각각 배터리를 배치해 하나처럼 작동하도록 했다.

아이폰 최초로 애플펜슬도 지원한다. 애플은 올해 말부터 ‘애플펜슬(USB-C)’을 내부와 외부 화면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필기와 스케치, 문서 표시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는 대화면 활용에 초점을 맞췄다. 앱 2개를 나란히 실행하거나 자주 사용하는 앱 조합을 저장할 수 있다. 기기를 반쯤 접으면 각도에 맞춰 화면 구성이 바뀌고 별도 거치대 없이 영상 촬영이나 시청도 가능하다.
외신은 애플의 뒤늦은 시장 진입에 주목했다. AP통신은 애플이 삼성전자와 구글, 모토로라 등 경쟁사보다 늦게 폴더블 시장에 뛰어들었다고 짚었다.
디판잔 채터지 포레스터 애널리스트는 “제품의 문제점이 해결되고 시장의 가능성이 보일 때까지 기다린 뒤 진입해 시장을 재편하는 것은 전형적인 애플의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이폰 듀오를 "10년 내 가장 중요한 애플 기기"라고 평가했다. 로이터도 이번 폴더블을 "수년 만에 애플의 주력 제품에 나타난 가장 큰 변화"로 꼽았다.

관건은 가격이다. 아이폰 듀오는 256GB 기준 1999달러부터 시작한다. 같은 날 공개한 아이폰18 프로(1199달러)보다 800달러, 프로맥스(1299달러)보다 700달러 비싸다.
애플만의 폴더블 사용 경험이 얼마나 차별화될지도 관심사다. 앱 분할 실행이나 기기를 반쯤 접어 사용하는 방식 등은 기존 폴더블폰에서도 익숙한 기능이다. 더버지는 아이폰 듀오의 멀티태스킹에 대화면을 지원해온 아이패드OS의 경험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제품명도 예상과 달랐다. 그동안 외신과 업계에서는 애플의 첫 폴더블이 '아이폰 울트라' 또는 '아이폰 폴드'라는 이름으로 출시될 것이란 전망이 이어졌다. 애플이 최종적으로 택한 이름은 두 화면과 사용 형태를 강조한 '듀오'였다.


아이폰도 결국 가격 올렸다…메모리값 급등 여파
새로운 폼팩터를 선보인 아이폰 듀오와 달리 아이폰18 프로와 프로맥스는 칩과 카메라, 배터리 등 전반적인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초첨을 맞췄다.
두 제품에는 애플 최초의 2나노미터(㎚) 공정 기반 'A20 프로' 칩을 탑재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높이고 AI 연산을 위한 32코어 뉴럴 엔진을 적용했다. 발열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베이퍼 챔버도 넣었다.
카메라는 4800만 화소 메인 카메라에 가변 조리개를 처음 적용했다. 촬영 환경에 따라 조리개를 조절할 수 있고 움직이는 피사체를 자동으로 따라가는 ‘스마트 포커스 트래킹’ 기능도 추가했다. 동영상 재생 기준 배터리 사용 시간은 프로가 최대 36시간, 프로맥스가 최대 45시간이다.

눈에 띄는 변화는 가격이다. 아이폰18 프로는 1199달러, 프로맥스는 1299달러부터 시작한다. 전작인 아이폰17 프로와 프로맥스보다 각각 100달러 올랐다.
이번 인상은 올해 들어 애플 제품 전반으로 번진 가격 인상의 연장선에 있다.
애플은 지난 6월 메모리와 저장장치 가격 급등을 이유로 맥북과 아이패드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일제히 올렸다. 512GB 맥북 에어는 1099달러에서 1299달러로 200달러, 1TB 맥북 프로는 1699달러에서 1999달러로 300달러 인상됐다. 아이패드 에어도 599달러에서 749달러로 뛰었다.
당시 가격 인상을 피했던 대표 제품이 아이폰이었다. 하지만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결국 하반기 신제품부터 아이폰 가격도 올린 셈이다.

배경에는 AI발 메모리 공급난이 있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업체들이 고부가 AI용 제품 공급을 확대했고, 스마트폰과 PC 등에 들어가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도 크게 올랐다.
애플처럼 막강한 구매력을 갖춘 업체도 원가 상승을 더 이상 모두 흡수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외신들도 아이폰 가격 인상을 메모리 가격 상승과 연결하고 있다. 마켓워치는 아이폰18 프로 시리즈의 100달러 인상 배경 가운데 하나로 높아진 메모리 비용을 꼽았다.
일반형 아이폰18은 이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애플은 출시 시점도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올가을 새 아이폰 라인업은 1199달러짜리 프로부터 시작하게 됐다. 외신에서는 일반형 아이폰18이 내년 출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에어팟은 ANC 강화·워치는 가격 동결…제품마다 AI
에어팟과 애플워치는 가격 인상보다 기능 개선에 무게를 뒀다.
에어팟5는 129달러부터 시작한다. 새로운 음향 구조를 적용했고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 성능을 강화했다. 애플에 따르면 ANC 모델의 외부 소음 제거 성능은 전작 에어팟4 ANC보다 최대 50% 높아졌다. 애플 인텔리전스를 활용한 시리와 실시간 번역 기능도 지원한다.
애플워치 시리즈12와 울트라4의 시작가는 각각 399달러와 799달러로 전작과 같다. 건강·운동 관련 기능을 강화하고 AI를 활용해 이용자의 건강 정보를 분석하는 기능을 확대했다.


이날 공개된 제품들의 공통분모는 애플 인텔리전스(AI)였다. 새로운 시리는 이용자의 개인적인 맥락과 화면에 표시된 내용을 이해해 질문에 답하거나 작업을 수행한다.
애플은 가능한 AI 연산은 기기 자체에서 처리하고 필요할 경우 프라이빗 클라우드 컴퓨트를 이용하는 개인정보 보호 전략도 강조했다.
로이터는 애플이 온디바이스 AI와 개인정보 보호를 앞세워 경쟁사와 차별화를 시도했다고 분석했다.
파올로 페스카토레 PP포어사이트 애널리스트는 "애플 인텔리전스와 시리가 전면에 섰다"며 애플이 방대한 하드웨어 기반을 활용해 AI를 일상적인 기기 경험에 통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터너스 체제의 첫 신제품 행사는 애플의 향후 전략을 압축해서 보여줬다. 아이폰 듀오로 새로운 초고가 시장을 열고, 기존 아이폰은 가격과 성능을 함께 높이는 한편 AI를 아이폰·워치·에어팟 전반의 공통 경험으로 확장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