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영풍·MBK의 경영권 확보 시도를 반대한다."
9일 오전 9시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 앞. 고려아연 제53기 임시주주총회 개회를 한 시간 앞둔 호텔 입구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고려아연 제53기 임시주주총회 개회를 한 시간 앞두고 호텔 입구에는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고려아연노동조합 조합원들이 모여 피켓을 들어 올렸다.
전국금속노동조합연맹 고려아연노동조합 조합원들은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경영권 확보 시도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호텔 앞을 지켰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영풍·MBK 연합 측 주주 및 대리인들도 하나둘 호텔 안으로 들어섰다. 주총 시작 전부터 장외 여론전과 장내 표 대결이 동시에 펼쳐지는 모습이었다.
노조원들이 든 피켓에는 양사의 경영실적과 제련소 가동률을 직접 비교하는 수치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고려아연 2026년 상반기 영업이익 1조3000억원·온산제련소 가동률 100%'와 '영풍 2026년 상반기 영업이익 400억원·석포제련소 가동률 50%대'라는 문구가 나란히 놓였다. 경영권을 누가 가져야 하는지를 실적으로 판단해 달라는 메시지가 피켓 곳곳에 담겼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자금으로 MBK와 홈플러스에 6000억원을 투자해 국민의 일자리를 파괴하나'라는 강도 높은 문구도 눈에 띄었다. 노조의 반발이 단순한 경영진 간 갈등을 넘어 고용과 국민연금의 투자 책임을 문제 삼는 방향으로 확산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호텔 문을 사이에 두고 바깥과 안쪽의 풍경은 달랐지만 긴장감은 다르지 않았다. 입구 밖에서는 노조원들이 피켓을 들었고, 내부에서는 경호 인력이 주총장으로 향하는 동선을 통제했다.
1층 로비부터 주총장이 마련된 3층까지 경호 인력 20여명이 배치됐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참석자들 사이로 출입 자격을 확인하는 절차가 계속됐다.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연합 측 주주 및 대리인들이 속속 도착하면서 로비의 분위기도 시간이 갈수록 무거워졌다.
통제는 3층에서 더욱 엄격해졌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경호 인력이 곧바로 탑승자의 신분과 방문 목적을 확인했다. 주주나 공식 관계자가 아닌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다시 아래층으로 이동해야 했다.
주총장인 그랜드볼룸으로 이어지는 진입로도 차단됐다. 출입 자격을 확인받은 참석자만 통제선을 지나 주총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한 층 전체가 사실상 주총 관계자만 출입할 수 있는 통제구역으로 바뀐 셈이다.
현장 관계자는 "예민한 상황인 만큼 주주를 제외한 일반인의 3층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엄한 경계의 배경에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양측의 장기전이 자리 잡고 있다. 동업 관계에서 출발해 분리 경영을 이어온 고려아연과 영풍은 현재 회사의 경영권과 지배구조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이날 주총에서도 안건 설명자료의 허위사실 유포 여부와 부실 투자 의혹 등을 둘러싼 공방이 예상된다. 최 회장 측은 현재 경영진의 성과와 경영권 방어의 정당성을, 영풍·MBK 연합 측은 투자 의사결정의 적정성과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각각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표 대결의 초점은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 1석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총 14명으로, 최 회장 측 이사 9명과 영풍·MBK 연합 측 이사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독립이사 4명과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 1명 등 총 5명을 새로 선임한다.
독립이사 4석은 양측이 각각 2명씩 추천해 선임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양측 후보가 직접 맞붙는 감사위원 1석을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주총의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감사위원 선임 결과는 단순히 이사회 한 자리를 채우는 것을 넘어 향후 이사회 내부의 견제 구도와 경영권 분쟁의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주총 개회 시각이 가까워지자 호텔을 찾는 주주와 대리인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호텔 밖에서는 노조의 피켓 시위가 계속됐고, 안에서는 신분 확인과 출입 통제가 반복됐다.
겉으로 드러난 충돌은 없었지만, 호텔 입구부터 주총장 문 앞까지 이어진 삼엄한 경계는 양측의 대립이 얼마나 첨예한지를 보여줬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을 가를 투표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