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민지 기자]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한동훈 무소속 의원에게 "인사청문회에 나와 의혹 제기에 책임지라"고 요구하자 한 의원이 청문위원 참여를 자청한 데 이어 "증인으로라도 불러달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도 한 의원에게 증인 출석 요구에 응하라고 가세했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실제 증인 채택을 놓고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김 후보자는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면서 자신에게 제기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 등을 부인한 뒤 "한동훈 의원은 청문회 증인으로 나와 자신이 한 말에 책임져야 한다"고 역공을 폈다. 3일 처음 준비단 사무실에 나온 뒤 나흘만에 직접 밝힌 입장이다.
한 의원은 곧바로 조정식 국회의장 등에게 자신을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의 청문위원으로 선임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 의원은 현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으로,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담당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은 아니다. 무소속 의원의 상임위원 선임 권한은 국회의장에게 있다.
8일, 한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갔다. 그는 서영교 법사위원장을 향해 "제가 위원이 돼도 좋고, 위원이 아니면 그냥 저를 증인으로 불러달라"고 공개 요구했다. 이어 "증인이든 위원이든 어떤 이름표든 관계없이 제가 가겠다"는 취지로 청문회 참여 의사를 거듭 밝혔다.
김 후보자 측이 던진 '증인 출석' 요구에 한 의원이 청문위원 참여를 자청한 데 이어 증인 출석까지 받아들이면서 공은 민주당으로 넘어간 모양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한 의원의 실제 증인 채택에 부정적인 기류가 적지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8일 아이뉴스24에 "실제로 증인으로 부를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당내에서 나온 '증인으로 나오라'는 요구 역시 한 의원의 잇단 의혹 제기에 책임을 지라는 정치적 대응의 성격이 강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도 "부를 이유가 없다고 본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 의원이 청문위원 참여를 요구하다 증인 출석까지 자청했다고 해서 당이 이를 받아줄 필요는 없다는 취지다. 다만 이 관계자는 "예민한 사안이고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인 만큼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반면 당내에서 한 의원의 증인 출석 가능성을 열어둔 발언도 나왔다. 전용기 민주당 최고위원은 7일 "본인이 원하면 증인으로 나올 수 있다"며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힘이 반대할 경우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을 과도하게 밀어붙일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공방의 발단은 한 의원이 지난달 31일부터 제기해온 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이다.
한 의원은 당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김 후보자의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을 처음 제기한 뒤, 이달 2일부터 관련 문자메시지와 녹취 등을 잇달아 공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최재성 민주당 대표 특보단장과 송영길 의원 등 민주당 일부 인사들의 이름이 등장하는 자료까지 추가로 공개하면서 의혹의 범위를 김 후보자 개인에서 민주당 전·현직 인사들로 넓히고 있다.
민주당은 이에 한 의원이 공개한 녹취의 편집 여부와 입수 경로를 문제 삼으며 역공에 나선 상황이다. 조계원 대변인은 이날 "한동훈 의원이 끼어들 자리는 인사청문회 자리가 아니라 경찰 조사실"이라며 국민의힘 당원게시판 사건과 수사기록 유출 의혹 등에 대한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의 증인 채택 여부는 9일 법사위의 증인·참고인 채택 논의에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김 후보자가 먼저 한 의원의 증인 출석을 요구하고 민주당도 이에 가세한 가운데, 한 의원이 청문위원은 물론 증인으로도 출석하겠다고 나선 만큼 민주당이 법사위 차원에서 한 의원의 증인 채택을 실제로 추진할지가 관건이다.
/김민지 기자(itismjkeem@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