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중국산 용융아연도금강판(GI)에 대한 반덤핑(AD) 잠정관세 부과 이후 최종 판정이 임박한 가운데 규제를 피하기 위한 중국 철강업체들의 편법 오퍼가 기승을 부리고 있어 국내 철강업계와 관세 당국이 주시하고 있다.
반덤핑 관세 부과 대상인 CGI(냉연 소재) 대신 규제망을 벗어난 HGI(열연 소재)로 위장해 수입하려는 시도가 포착되면서 이를 거래하는 국내 수입·유통업체들의 법적·재무적 리스크가 커지는 모양새다.

국내 철강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철강업체들은 기존 CGI가 주로 사용되던 두께 1.2mm 이하의 박물(얇은 강판) 제품까지 HGI로 국내에 오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HGI의 KS 규격은 열연 원판을 사용하며 적용 표시 두께가 '1.2mm 이상 6.0mm 이하'로 규정되어 있다. 중국 업체들이 오퍼하는 1.2mm 미만의 박물 제품은 KS 표준상으로도 HGI 제품이 될 수 없는 셈이다.
이는 덤핑방지관세를 회피하기 위해 서류상으로만 품목을 위장한 전형적인 '우회 수입 및 관세 포탈' 시도이며, 열연 소재 특성상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한 스펙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 소재와 제조공정이 CGI임에도 HGI로 허위 신고해 수입·통관할 경우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심각한 범죄 행위로 간주된다. 적발 시 해당 수입업체는 미납된 반덤핑 관세 일체에 대한 징벌적 소급 추징은 물론, 관세법 위반(밀수출입 및 관세포탈)에 따른 형사 고발 조치를 피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업계와 관계 당국은 이러한 편법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수입 철강재에 대한 현미경 검증을 예고했다. 특히 수입 철강재 품질검사증명서(MTC) 제출 의무화와 연계해 서류상 제품명이나 가격이 아닌 '아연도금된 원판의 종류와 실제 제조공정'을 철저히 추적할 방침이다.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는 "KS 생산 규격에도 없는 1.2mm 미만의 HGI 오퍼는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며 수입업체에게 시한폭탄을 떠넘기는 격"이라며, "수입업체가 계약 단계에서 소재와 공정을 명확히 확인하지 않고 저가에 현혹돼 거래할 경우, 막대한 관세 추징금으로 인해 수입업체뿐만 아니라 이를 매입한 유통업계까지 경영상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철강업계는 향후 HGI 수입·통관 동향을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의심 물량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세무·관세 조사 및 추가 제소를 요청할 계획이다.
/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