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무디스 면담 동원 예산안·미래대응기금 이례적 홍보

재경부, 무디스 면담 동원 예산안·미래대응기금 이례적 홍보

마리아 리, 국가신용등급 담당 아닌 영업·상업조직 총괄
무디스 행동강령 "레이팅 위원회만 공식 신용등급 의견"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재정경제부가 국제 신용평가사를 동원해 내년도 예산안과 미래대응기금의 긍정적 측면만을 알리려 해 눈총을 받고 있다.

재경부는 8일 배포한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 면담 결과' 보도자료에서 국가신용등급 산정과 무관한 무디스 상업조직 인사와의 면담 내용을 마치 무디스의 공식 신용평가 의견인 것처럼 서술해 내년도 예산안과 신설 미래대응기금을 홍보하는 데 활용했다.

문지성 재경부 국제경제관리관과 박창환 기획예산처 예산총괄심의관은 이날 마리아 리(Maria Lee) 무디스 담당자와 면담을 갖고 내년도 예산안과 미래대응기금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무디스 측은 "내년도 예산안과 신설되는 미래대응기금이 재정건전성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 간의 균형을 모색했다고 평가했으며, 향후 경제성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언급했다"고 재경부는 보도자료에 담았다.

그렇지만 마리아 리는 국가신용등급을 산정하는 소버린 리스크그룹 소속이 아니라 상업조직(Commercial Group) 소속이다. 무디스 홈페이지는 그를 "아시아태평양 지역 고객관계관리(Relationship Management)를 이끄는 상무이사"로 소개하고 있다. 그는 "호주·중국·인도·한국·일본·싱가포르 등에 걸친 세일즈·커머셜팀을 이끌고 있다(APAC Sales & Commercial Leader)"고 자기 소개에 적고 있기도 있다. 담당 국가에 한국이 포함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영업 담당 국가이지 등급 담당 국가가 아니라는 의미다.

무디스 레이팅스 홈페이지의 마리아 리 소개 화면 [사진=moodys ratings]

이는 단순히 조직표상의 문제가 아니다. 무디스의 신용평가 프로세스 모범관행 가이드라인은 오직 레이팅 위원회(rating committee)만이 무디스의 공식 신용등급 의견(Credit Rating)을 낼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원칙은 애널리스트에게도 적용되는 만큼, 애초에 등급 산정 라인에 속하지 않는 상업조직 인사의 발언은 더더욱 무디스의 공식 신용평가 의견이 될 수 없다. 무디스 레이팅스 조직 소개 페이지 역시 등급 산정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상업 업무와 분석 업무를 서로 분리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마리아 리가 예산안에 대해 개인적인 인상을 말하는 것 자체는 막을 수 없지만, 그 발언이 무디스의 공식 등급평가나 신용전망 의견일 수는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재경부는 "균형을 모색하였다고 평가하였으며",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단정적 표현을 동원했다. 이는 재경부가 실제 등급 담당자를 인용해온 그동안의 관행과도 결이 다르다. 올해 1월 구윤철 부총리가 무디스 연례협의단을 만났을 때도 상대는 아누슈카 샤 무디스 아태지역 국가신용등급 담당 이사였다. 이때 재경부는 "무디스 측이 공감하면서 높은 관심을 보였다"는 수준으로만 전했다. 실제 등급 담당자를 만났을 때조차 쓰지 않았던 단정적 평가 언어를, 등급과 무관한 상업조직 인사를 인용하면서 사용한 셈이다.

국회 심의를 앞두고 논쟁적인 재정정책으로 꼽히는 내년도 예산안과 미래대응기금에 대해, 재경부가 등급 산정과 무관한 무디스 상업조직 인사의 의례적 발언을 국제신용평가사의 '공식 평가'인 것처럼 동원해 정책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데 활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디스라는 이름의 권위는 국가신용등급이라는 분석적 판단에서 나오는 것이지 영업 담당자의 친교성 발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번 자료는 신용평가사의 이름값만 빌리고 실질은 갖추지 못한 사례로 볼 여지가 있다.

한편 예산안의 핵심 축인 미래대응기금 자체에 대해서는 국내 채권시장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있다. 하나증권은 지난 4일 "[2027년 예산안] 재정수지 개선의 역설" 보고서에서, 한국의 미래대응기금을 칠레의 경제사회안정화기금(ESSF) 등과 비교하며 적립·인출 준칙이 느슨하고 여유자금도 원금 보전보다 수익 추구형으로 운용된다는 점에서 '재정 안정화 기금'보다는 '전략 투자형 기금' 내지 부양책 성격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이런 구조가 재정 리스크 프리미엄을 오히려 높이는 요인이며, 경기순응적 재정정책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