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병기 기자] 권은비(31) 하면 연관검색어가 ‘워터밤’이다. 워터밤 여신, 썸머퀸 등이 권은비를 수식하는 단어다. 2023년 여름에는 워터밤의 정점을 찍었다. 비키니 차림의 그는 워터밤과는 참 잘 어울렸다.
하지만 권은비는 이런 관능적인 모습만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조용한 발라드가 여린 자신의 음색에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른다.

1집 미니앨범에 있는 ‘비오는 길’은 아무런 인공적 장식 없이, 멍 때리듯 불러도 음색만으로도 감성 충만이다. 1집 미니앨범의 또다른 수록곡인 어쿠스틱 팝 ‘Eternity’는 차분하면서 청순 그 자체다. 이렇게 해도 충분히 매력이 발산된다. 둘 다 워터밤 여신과는 대척점에 있다.
권은비는 2018년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Mnet ‘프로듀스48’에서 탄생한 프로젝트 그룹 아이즈원의 리더였다. 막내 장원영(아이브)과는 9살 차이가 나는 노련한 언니였다. 아이즈원은 4세대 아이돌의 시작점을 알리며, 활동 2년8개월만인 2021년 4월 종료했다.
아이즈원에서는 나중에 배우까지 겸업하는 조유리가 메인보컬을 맡았으며, 권은비는 안유진(아이브) 김채원(르세라핌)과 함께 리드보컬을 담당했다. 이미 고교시절 백업댄서로도 활동한 이력에 힘입어 메인댄서로도 활동했다.

권은비는 아이즈원 해체후 가장 먼저 솔로로 데뷔하며 다채로움을 뽐냈다. 그러다 보니 이제 워터밤 여신은 가수 겸 배우 비비에게 넘어간 듯하다. 권은비는 아이돌에게 요구되는 외모와 몸매, 댄스, 보컬, 스타일, 예능감 등을 모두 갖추고 있었지만, 솔로부터는 그런 두루뭉술한 종합판을 전시하기보다는 특화할 필요가 있었다.
권은비는 최근 소속사를 울림엔터에서 RBW로 옮기고 디지털 싱글 ‘데자부(DEJAVU)’로 1년 4개월 만에 가요계에 돌아왔다. 이 노래는 섹시 디바형도 아니고, 차분한 발라드도 아니다. 두 가지 중에서 비교하자면 후자쪽에 훨씬 가깝다. 지금까지 못봤던 새로운 모습이다.
산뜻하고 청량하며 감각적인 디스코팝인데, 몽환적인 느낌이 추가됐다. 가사는 ‘여름의 행복했던 순간들’을 담았다.
“솔로를 하면서 많이 배웠다. 워터밤으로 대중성과 조회수를 채울 수 있었다. 워터밤은 낮에 2~3번째 순서로 나가 사람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솔로 행사로는 처음으로 30분이나 잡혀 긴장하고 불렀는데, 이게 터졌다. 허탈함보다는 감사했다. 그런데 포커스가 몸매로 가니까, 음악으로 알려졌으면 하고 관점이 바뀌었다. 워터밤 이미지 탈피는 아니고 새로운 수식어도 하나 더 가지고 싶었다. 목소리로 수식어가 생겼으면 좋겠다.”
권은비는 “화려하고 강렬한 콘셉트를 해봤는데, 이번에는 나다운게 뭘까? 나는 에너제틱하고 밝은 사람이더라. '데자부'를 준비하면서 그런 감성, 솔직한 나의 감성을 끄집어내려고 했다. 이것도 또 하나의 권은비다”면서 “고음이나 카리스마 센 보컬을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발음, 톤에서 변화를 시도했다”고 설명했다.

권은비는 강렬한 이미지가 있지만 여린 감성을 좋아한다고 했다. “다양한 것은 장점이니까, 또 하나의 보컬이다. 그런 발라드 감성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권은비에게 바라는 것은 강렬한 워터밤 이미지인데, 이번 ‘데자부’를 통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고 했다.
권은비는 솔로활동을 5년이나 했지만, 미니앨범과 싱글만 발매했지, 정규음반은 아직 못내놔 이에 대한 욕심이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순리를 따를 줄 안다. “제 솔로 노래는 ‘언더워터’ 말고는 순위에 들어간 게 없다. 이번에는 순위권에만 들었으면 한다. 대중이 권은비가 이런 장르도 하는구나, 변화했구나만 느낀다면 성공한 거다.”
권은비가 음악을 대하는 애티튜드를 들어보면, 그의 음악이 계속 기다려진다.
/서병기 기자(w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