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CJ대한통운이 낸 하도급법 위반 이의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면 발급 지연과 부당특약 설정에 대한 재발방지 명령과 과징금이 재의결됐다.
공정위는 지난달 11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CJ대한통운이 낸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한 이의신청 건을 기각했다.

CJ대한통운은 서면 발급의무 위반 지적과 관련해, 지연 건수 144건 중 114건이 '집화전담점'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집화전담점은 배송 없이 집화만 담당하는 특수한 형태의 집배점으로, 안정적 고객층을 확보해 거래상 지위가 있는 만큼 하도급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였다.
전원회의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집화전담점이 수행하는 운송장 바코드 스캔, 전산등록 등의 업무가 물류정책기본법상 물류사업에 해당하는 데다, CJ대한통운이 일반 집배점과 동일한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집배점 코드를 부여했으며 물류시스템 사용 제한 등으로 지휘·감독까지 해온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전자계약 시스템상 수급사업자가 먼저 서명해야 하는 구조여서 서명 지연이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기각됐다. 전원회의는 "양 당사자의 계약 내용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용역 수행을 개시하도록 한 점에서 위법성이 인정된다"며, 서명 지연의 책임이 전적으로 수급사업자에게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부당특약 관련 쟁점 중 핵심은 영업점이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때 설정·변경 비용 전액을 영업점이 부담하도록 한 계약조항이었다. CJ대한통운은 담보 설정 비용은 채무자가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고 수급사업자도 협의를 거쳐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했다.
전원회의는 대법원 판례(1981년 선고 81다257 판결)를 인용, 담보권자가 등기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CJ대한통운도 담보권 설정으로 사업 안정화 이익을 누리는 만큼 비용 전액을 수급사업자에 부담시키는 것은 과도하다고 봤다. 국토교통부가 2025년 1월 공고한 택배사업자-영업점 위·수탁 표준계약서가 비용부담 비율을 당사자 협의사항인 공란으로 둔 점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계약 즉시해지 조항도 문제 삼았다. 영업점이나 사용 인력의 '기타 불법행위'가 있을 경우 최고 절차나 소명 기회 없이 즉시 해지할 수 있도록 한 조항, 관련 법령 위반만으로 해지 사유가 될 수 있도록 범위를 넓게 규정한 조항 등이 관계 법령이나 화물운송업 표준하도급계약서 기준보다 해지 사유를 과도하게 넓혔다는 것이다. 실운영자의 행위를 영업점 행위로 간주하는 조항 역시, 계약서에 실운영자 개념이 정의돼 있지 않다는 점에서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과징금 산정과 관련해서도 전원회의는 택배업 시장 2위 사업자라는 지위, 부동산 담보설정 조항이 실제 적용된 점 등을 들어 부당특약 설정 행위를 '중대한 위반행위'로 평가한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고 밝혔다. 서면 발급의무 위반은 수급사업자 피해가 확인되지 않고 CJ대한통운이 시스템 개선을 진행한 점을 고려해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로 평가됐다.
이번 재결로 확정된 원심결은 지난 5월6일 공정위 제3소회의가 CJ대한통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로젠 등 5개 택배사업자를 동시에 제재한 사건의 일부다. 당시 공정위는 5개사에 총 30억78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부당특약 관련 24억7800만원, 서면 발급의무 위반 관련 6억원이었다.
이 조사는 2025년 8월 택배사업자의 불공정 하도급거래 관행이 택배기사들의 온열질환·안전사고로 이어진다는 지적에 따라 공정위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가 합동으로 현장점검에 나서면서 시작됐다. 공정위는 상위 5개 택배사업자의 계약서 9186건을 전수 조사했고, 조사 착수 3개월여 만에 안건을 상정해 올해 3~4월 집중 심의를 거쳤다.
CJ대한통운에 부과된 6억1200만원(서면 발급의무 위반 1억800만원, 부당특약 5억400만원)은 이번 재결로 그대로 확정됐다. CJ대한통운은 시정명령에 따라 재결일로부터 90일 이내에 문제된 계약조건을 공정위와 협의해 수정하거나 삭제해야 한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